매주 일요일, 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전자책(e-Book, 이북) 독서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문체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성인의 연간 종이책 독서 비율은 2017년 대비 7.8% 감소한 반면, 전자책은 오히려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책에는 확실히 편리한 구석이 있다. 책 휴대에 대한 부담이 없고 북마크나 검색 같은 편의 기능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기자도 몇 년 전부터는 책을 살 때 먼저 전자책 출시 여부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반면에 스마트폰으로 읽을 경우 메신저나 게임의 유혹을 떨쳐내기 힘든 건 적잖은 함정이다. 또 작은 화면에서 장시간 빽빽한 글자를 읽다 보면 눈도 쉽게 피로해진다. 일단 전자책에 입문한 사람들이 한 번쯤 전용 단말기 구입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현재 시중엔 리디북스, 아마존, 반스앤노블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전자책 단말기가 나와있다. 다만 스마트폰처럼 매년 신제품이 나오는 건 아니라 실제 선택폭은 꽤 좁은 편인데 지난 10월 교보문고가 두 번째 전자책 단말기 샘 7.8 출시 소식을 전했다. 무려 7년만에 후속작이다. 개인적으로 모 회사의 1세대 전자책 단말기를 질릴 만큼 써 왔던 터라 그동안 '최신의 맛'이 그립기도 했다.

▲  교보문고 Sam 7.8
▲ 교보문고 Sam 7.8

먼저 디스플레이부터 보자. 이름처럼 7.8인치 대화면이고 베젤을 포함한 크기는 일반적인 종이 단행본 수준이다(139 x 197.5mm). 가지고 있던 6인치 단말기와 비교해보니 의외로 한 화면에 보이는 글자 수 차이가 적지 않았다. 동일한 책, 글자 크기 기준으로 샘 7.8에는 여섯 줄의 글이 더 표시됐다. 그러나 화면이 커진 만큼 무게가 늘고 한 손 사용성이 떨어지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왜 전자책 단말기 제조사들은 베젤 줄이기에 관심이 없는 걸까) 무게는 262g으로 최신 대화면 아이폰보다 약간 더 무겁다.

선명도를 결정하는 PPI(Pixels per inch) 수치는 전작의 213에서 300으로 향상됐다. 300ppi는 1인치 당 300개의 점(픽셀)을 이용해 화면을 그려낸다는 의미다. PPI가 높을수록 화면이 더 또렷해진다. 사실 200ppi와 300ppi의 글자 선명도 차이는 크게 체감하기 어렵지만 그림이나 만화책을 자주 본다면 둘의 간극을 보다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샘 7.8은 전반적으로 세심한 디스플레이 옵션을 제공한다. 별도의 대비(Contrast) 조절이 가능하며 특히 정교한 프론트 라이트(자체 조명) 기능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마 전자책 단말기 사용자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주변 환경에 따른 '적당한 밝기' 선택은 의외로 신경쓰이는 일이다. 샘 7.8은 세 가지 기본 조명과 함께 두 가지 톤의 24단계 사용자 조명 설정을 지원한다. 이를 잘 조합하면 평소 선호하는 밝기와 페이지 톤, 그리고 주변 상황에 알맞은 밝기를 자유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

▲  이미지=교보문고
▲ 이미지=교보문고

대개 전자책 단말기 입문자들이 가장 낯설어 하는 건 건 흑백 전자잉크(Eink)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는 휴대폰에 쓰이는 LCD 및 OLED와 달리 발광소자를 사용하지 않아 종이책과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고 눈의 피로도 적어 사실상 거의 모든 전자책에 쓰인다. 대기 상태에서의 배터리 효율도 매우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반응 속도가 느리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미세한 잔상이 쌓인다. 처음엔 답답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전자책 단말기들에는 보통 몇 페이지에 한 번씩 화면을 새로고침 하는 기능이 탑재되는데 샘 7.8은 추가로 새로고침용 고정 토글을 제공해 언제든 화면을 깔끔하게 할 수 있다. 새로고침 간격을 1페이지 단위로 설정할 수도 있지만 배터리 소모가 크게 증가하니 참고 해두자.

▲  대화면을 이용한 가로읽기도 가능하다
▲ 대화면을 이용한 가로읽기도 가능하다

주로 이동 중이거나 잠들기 전에 사용하는 음성읽기 기능은 기계음 대신 자연스러운 여성, 남성, 어린이 톤이 제공된다. 배속은 0.6배속부터 4배속(!)까지 폭넓게 지원하며 ‘괄호 안 문장 읽기’ On/Off, 자동꺼짐 예약 같은 세밀한 설정도 지원한다. 이 밖에도 종이책과 비슷한 느낌의 가로읽기 모드, 원하는 문장을 인스타그램 감성의 이미지로 공유할 수 있는 등의 소소한 기능에서 샘 7.8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다.

▲  텍스트 선택 - 공유 기능으로 만든 이미지, 다양한 배경이 제공된다.
▲ 텍스트 선택 - 공유 기능으로 만든 이미지, 다양한 배경이 제공된다.

샘 7.8의 차별화된 강점은 범용성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전자책 단말기들이 자사 서비스의 책만 지원하거나 사전 설치된 기능만 제공했던 것과 달리 샘 7.8은 전자잉크를 쓰는 태블릿 PC라고 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를 지원하기 때문에 외부 앱을 단말기에 설치해 쓸 수 있다.

덕분에 재미있는 건 샘 7.8에 타사의 전자책 앱도 설치해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실험 삼아 경쟁 서비스인 ‘리디북스’ 앱을 설치해보니 뷰어 및 모든 기능이 스마트폰과 똑같이 작동했다. 리디북스 계정으로 구입한 책을 교보문고 전자책 단말기로 보게 된 묘한 상황. 또  ‘교보도서관’ 앱을 활용하면 국내 다양한 공공도서관 책도 모두 샘 7.8을 통해 읽을 수 있으므로 사용폭이 더 넓어진다.

▲  플레이스토어에서 바이브, 리디북스 등의 외부 앱을 설치한 샘 7.8(좌) / 리디북스 앱을 실행한 모습(우)
▲ 플레이스토어에서 바이브, 리디북스 등의 외부 앱을 설치한 샘 7.8(좌) / 리디북스 앱을 실행한 모습(우)

그러나 기본은 전자책 단말기인 만큼 일반 태블릿 PC 수준의 사용자경험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고성능 앱을 구동하기엔 메모리가 부족한 편이고, 무엇보다 반응속도가 느린 흑백 전자잉크 환경에서 영상이나 게임처럼 동적인 콘텐츠는 정상적으로 즐길 수 없다.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확장성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물리 버튼의 부재다.  화면이 커진 만큼 페이지 넘김용 버튼이 있었으면 더 편리하지 않았을까. 음량도 터치로 조절해야 하는 점이 다소 불편했다. 가격은 출시가 기준 28만9000원이며 전용 펜과 그리기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는 Sam 7.8 Plus Pen 모델은 34만9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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