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있지만, 일상 거래가 가능한 수준의 서비스는 여전히 드물다. 대부분 초기 진입장벽이 높고 사용 기반도 한정적인 탓인데, 그 유명한 비트코인 역시 사봤다는 사람은 많아도 써봤다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 대상의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소수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적인 서비스로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가상자산은 어렵다’는 인식, 그리고 불편한 경험은 온전히 사용자 중심으로 풀어내는 접근이 필요하다. 다날핀테크의 ‘페이코인(PCI)’의 좋은 예다.

Step1. 우리 아빠도 쓰게 만들자

유명 PG(결제대행) 사업자인 다날이 ‘다날핀테크’라는 자회사를 세우고 페이코인을 출시한 건 2019년 4월이다. 김영일 다날핀테크 사업전략팀 팀장은 “가상자산 자체는 기술적으로 간단한 송금 프로세스 등 이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투기 심리로 인해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았다”며 “페이코인의 경우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실사용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우리 아버지도 쓸 수 있는 가상자산 간편결제 서비스’가 목표였다고 한다. 이를 위한 첫 단계는 온전히 결제 편의에만 집중한 앱을 만드는 것이었다. 가상자산이란 개념조차 어렵게 받아들이는 사용자들에게 처음부터 많은 기능이 주어지면, 오히려 흥미와 접근성을 떨어뜨리게 되리라 판단한 까닭이다.

이에 따라 페이코인 1.0은 모든 UI/UX가 결제에 집중된 형태로 디자인됐다. 효과도 있었다. 김 팀장에 따르면 페이코인 내 40~50대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인터페이스 외에도 몇 가지 유인 요소들이 있지만, 일단 중장년층도 쓸 수 있는 가상자산 간편결제 서비스를 만든다는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이후 최근 업데이트 된 페이코인 2.0도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요 기능에 대한 UI 개선 등 앱 편의성을 높이는 데 무게가 실렸다고 한다.

▲  김영일 다날핀테크 사업전략팀 팀장
▲ 김영일 다날핀테크 사업전략팀 팀장

Step2. 거래소를 꼭 써야 하나?

다음 숙제는 사용자들이 페이코인을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만드는 일이었다. 현재 많은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고질적인 문제로 핵심 가상자산에 대한 낮은 접근성이 꼽힌다. 사실상 비트코인 같은 채굴형 코인이 아닌 이상, 개인이 가상자산을 획득할 수 있는 창구는 전문 거래소를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채굴 또한 현실적으로 개인 PC로 보상을 얻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문제는 거래소 자체가 초심자들에겐 높은 벽이란 것. 처음엔 마치 주식 거래 화면 같은 인터페이스에 많은 이가 거부감을 느끼곤 한다. 가입 후에도 은행계좌를 연동하고, 계정에 자산 구입용 원화를 입금한 뒤 구입한 자산을 다시 개별 서비스 지갑까지 송금하는 과정 등 적잖은 장애물들이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해당 서비스를 꼭 써야하는 이유가 없다면, 그만한 수고를 거치면서까지 이용하려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  국내 주요 거래소 두 곳의 거래화면, 초심자에겐 다소 복잡하게 보일 수 있다
▲ 국내 주요 거래소 두 곳의 거래화면, 초심자에겐 다소 복잡하게 보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코인은 거래소 외에도 일종의 휴대폰 결제 마일리지 포인트인 ‘달코인’을 페이코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도입했다. 거래소를 거치지 않아도 달코인을 일반 인터넷 결제처럼 충전하고, 이를 페이코인 시세에 맞춰 환전하는 과정이 모두 앱 내부에서 직접 제공된다. 그 과정에 일부 수수료가 붙지만 소액 충전이라면 부담 없는 수준이다.

최근엔 광고 미션 수행, 혹은 상품 구입 시 일정 가격 상당의 페이코인이 리워드로 지급되는 시스템도 새로 도입됐다. 일부 앱에서 광고 시청 시 무료 캐쉬를 제공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아울러 해외 거래소와의 제휴를 통해 비자(VISA)등 해외결제가 가능한 카드만 있으면 최신 실거래가 기준으로 페이코인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도 현재 준비 중이다. 사실상 사용자 입장에서는 거래소가 무엇인지 전혀 몰라도 원하는 만큼의 페이코인을 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Step3. 자주 쓸 수 있는 곳에 혜택을 주자

마지막 단계는 이용자를 락인(Lock-in)할 만한 혜택 제공이다. 먼저 페이코인이 내세우는 강점은 전국에 있는 6만개 이상의 가맹점이다.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 브랜드부터 매드포갈릭, 도미노 피자, 교보문고, 달콤커피, KFC, 아이템매니아, 골프존파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에 공격적인 할인 이벤트까지 더하며 다날핀테크는 서비스 1년 6개월 만에 80만명의 페이코인 실사용자를 모았다. 현재 15%의 구매 할인이 적용 중인 CU의 경우, 기자가 직접 달코인 2000원을 충전하고 페이코인으로 전환한 뒤, 1700원짜리 음료수를 결제하자 522원의 잔액이 남았다. 단순 계산으로도 카드를 통한 정가 결제 대비 약 200원이 절약된 셈. 이 외에도 매주 특정 상품에 대한 5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사용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  직접 사용해본 페이코인, 결제는 앱 내 바코드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 직접 사용해본 페이코인, 결제는 앱 내 바코드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마케팅 비용을 너무 과도하게 태우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팀장은 “가상자산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그럴지 몰라도 페이코인은 ‘간편결제 서비스’에 가깝다”며 “페이코나 카카오페이 등 그 분야 경쟁 서비스들도 이미 비슷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8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지금은 서비스 제휴 경쟁력이 높아져 마케팅 비용이 초창기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접근성 개선, 사용처 확보, 혜택 제공이란 사용자 중심의 우선순위를 하나씩 실현해온 페이코인은 ‘가상자산의 일상화’란 당초 목표에도 점점 근접해 나가는 모습이다. 하나 아쉬운 건, 이 같은 페이코인의 전략이 누가 봐도 당연한 것임에도 현재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를 미뤄둔 채 여전히 투기 수요나 소수 마니아에 의존해 사업을 유지하는 곳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상자산의 '토스(TOSS)'

단기 목표를 달성한 페이코인의 다음 발걸음은 이제 어디를 향할까? 김영일 팀장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습은 가상자산 분야의 '토스'”라고 말했다. 토스 역시 간편결제 사업자로 시작해 지금은 은행 수준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된 것처럼, 페이코인 역시 앞으로 다양한 가상자산 기반 금융 상품들을 중개하는 핀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나아가 해외시장 확대도 계획 중이다. 현재 몇몇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해 해외 제휴 가맹점을 확보 중이며, 외국인도 한국과 해외에서 자유로운 페이코인 사용이 가능한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김 팀장은 “코로나19와 일부 규제 문제가 있지만, 아마 내년부터는 기본적인 해외 간 결제(Cross Border Payment)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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