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쌍용양회, 시멘트기업의 환경업체 변신은 무죄?

발행일 2020-11-30 15:39:26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쌍용양회 로고.


쌍용양회가 최근 무려 10개에 달하는 새로운 사업목적을 정관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사업목적을 한두 개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경우는 있어도 10개를 동시에 변경하는 것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쌍용양회는 도대체 어떤 사업을 하기 위해 무더기로 사업목적을 추가하려는 것일까요. 최근 쌍용양회가 공시한 내용을 보면 새로 추가하려는 사업들은 전부 환경과 관련된 사업입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일이 적기도 벅찰 수준입니다. 폐기물 처분부터 재활용, 수처리, 토양정화, 온실가스, 신재생에너지, 컨설팅 등 환경과 관련된 사업을 모조리 다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업종전환을 의심해봐야 할 정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쌍용양회가 지난 18일 공시한 사업목적 변경 세부내역.(출처=금융감독원)


시멘트업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 보신다면 ‘시멘트업체가 무슨 환경사업?’이라고 반문할 만한데요. 시멘트업체가 하는 환경사업은 무엇이고, 왜 시멘트업체가 환경사업을 벌이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쌍용양회 홈페이지 내 ‘환경과 사회’라는 항목을 보면 쌍용양회가 실시하는 환경과 관련된 경영 및 사업들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이중 환경사업과 관련된 내용은 ‘시멘트산업에서의 순환자원 재활용’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순환자원’이란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사실상 ‘쓰레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모든 쓰레기를 일컫는 것은 아니고요. 연료 등으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말합니다.

한국환경공단은 순환자원에 대해 ‘순환자원이란 폐기물 중, 「자원순환기본법」 제9조에 따라 환경부장관의 인정을 받은 폐기물이 아닌 물질 또는 물건을 말한다’고 정의하는데요. 간단히 말해 유해성이 적고 경제성이 있는 고급 쓰레기인 셈이죠.

순환자원의 정의.(출처=한국환경공단.)


그렇다면 시멘트업체들은 이 고급 쓰레기를 어디에 활용할까요?

시멘트산업 내 순환자원 활용법.(자료=쌍용양회 홈페이지.)


이에 대해 쌍용양회는 “산업사회에서 대량으로 발생되고 있는 폐기물이 시멘트에 필요한 성분을 가지고 있거나 적합한 열량을 가지고 있다면 천연광물을 대체해서 원료와 연료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간단히 말해 '원재료'와 '연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폐기물의 활용법은 정말 다양합니다. 시멘트 제조 공정을 크게 ‘원료공정, 소성공정, 시멘트분쇄공정’ 등 세 가지로 나누어 볼 때 이 세 가지 공정에 모두 폐기물이 활용됩니다. 원료공정에서는 석회석, 점토, 규석 등 천연 원료 대신에 석탄회, 주물사, 슬래그 등의 폐기물이 대신 사용되고요.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 폐합성수지, 재생유 등의 폐기물이 연료로 활용됩니다. 분쇄공정에서는 클링커, 석고를 대신해 슬래그, 부산물 석고 등이 사용되니 참으로 알뜰한 쓰레기 활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쌍용양회가 순환자원을 활용하는 공정별 구체적 방법.(출처=쌍용양회.)


이러한 폐기물 활용법을 보면 쌍용양회가 왜 환경사업에 열을 올리는지 납득이 가는데요. 무엇보다 돈이 많이 남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큽니다.

우선 쌍용양회가 환경사업을 통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거두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쌍용양회 환경사업 실적추이.(출처=금융감독원)


쌍용양회는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총 17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요. 이중 환경사업에서 창출된 영업이익 46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26%에 달합니다. 올해만 특별히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이 아니고요. 환경사업은 오랜 기간 쌍용양회의 효자 사업이었습니다. 2018년과 2019년에도 5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환경사업이 어떤 구조로 이뤄졌길래 이렇게 많은 돈을 벌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시멘트업체들이 폐기물을 원료 및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폐기물을 사들이는데 비용이 발생할 거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실상은 반대입니다. 아무리 경제성이 높다 하더라도 폐기물은 폐기물이죠. 웬만해선 쓸모가 없다는 뜻입니다.

쌍용양회는 돈을 주고 폐기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폐기물을 대신 처리해주는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재활용업체들이 더 이상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들을 처리하기 곤란하니 쌍용양회와 같은 업체들에 돈을 주고 파는 것입니다. 쌍용양회로서는 돈도 벌고 원재료 및 연료비도 아끼는 사실상 1석 3조의 사업인 셈이죠.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보니 설비투자에도 적극적입니다. 쌍용양회는 2018년 말 순환자원 사용증대를 위한 설비 개조 및 신증설 등에 83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플라스틱과 비닐 등 재활용 폐기물을 시멘트 생산설비의 부연료로 활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매립지 설립 추진입니다. 환경사업에서 재미를 본 쌍용양회는 이참에 매립지까지 만든다는 계획인데요. 강원도 영월 석회석 폐광산에 축구장 26배 면적의 사업장 폐기물 매립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매립은 2022년부터 시작이 가능하고 2024년에는 매립지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총비용 16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사실 최근 급증하는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정부로서는 쌍용양회와 같은 시멘트업체의 환경사업 진출이 반갑기만 할 텐데요. 쌍용양회 입장에서도 전혀 손해보는 사업은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매립지 설립에 총 1600억원이 들어가는데 이득도 없이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회사는 없겠죠.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올해 국내 M&A 시장에서 주목받은 업체 중에 ‘코엔텍’이라는 회사가 있죠. IS동서·E&F PE 컨소시엄이 코엔텍 지분 59%와 새한환경 지분 100%를 5000억원에 인수했는데요. 코엔텍이 바로 국내 최대 폐기물 소각∙매립업체입니다. 폐기물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매립업체와 시설이 많지 않다 보니 매립 전문업체의 몸값도 자연스레 높아진 것이죠. 매립사업은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인 만큼 앞으로도 사업 전망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쌍용양회가 업종을 전환하려고 한다는 게 아주 무리한 표현 같지도 않아 보입니다.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쌍용양회가 정관에 추가하려는 사업목적을 보면 이외에도 눈에 띄는 사업들이 있는데요. △환경관련 컨설팅, 엔지니어링, 기술 서비스업 및 이와 관련된 설비의 설계, 제작, 판매 등 제반사업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와 판매업(비료 및 KCI 등 무기물) 등입니다. 장기적으로 환경사업과 관련한 솔루션을 제공 사업이나, 화학 비료 판매 사업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쌍용양회의 환경사업 투자는 상당히 공격적인데요. 시멘트 사업이 건설경기 침체로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사업에 더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언젠가 환경사업 실적이 시멘트사업 실적을 뛰어넘는 날도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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