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고위 인사가 SNS에 올린 호주 군인 관련 합성 사진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호주 정부는 즉각 ‘불쾌한 트윗’을 삭제하고 사과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양국 갈등은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30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호주군 병사가 호주 국기를 깔아 놓은 곳에서 아프가니스탄 어린이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사진을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고정 게시했다.

자오 대변인은 트윗에서 “호주 군인들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포로 살해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그러한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며, 그들에게 책임질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최근 발표된 ‘브레러턴 보고서(Brereton Report)’에는 호주군 특수부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중 민간인을 포함해 포로 등 39명을 불법적으로 살해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23차례에 걸쳐 39명의 민간인과 죄수들이 불법적으로 살해됐는데 희생자 중 전투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 대변인의 트윗은 해당 범죄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합성된 이미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작이 분명한 사진을 중국의 고위 관계자가 검증도 하지 않고 트위터에 올린 것에 대한 반박이 쏟아지고 있다.

▲  (시드니 모닝 헤럴드 트위터 갈무리)
▲ (시드니 모닝 헤럴드 트위터 갈무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언론 브리핑에서 “완전히 터무니없고 어떤 근거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중국 정부는 이 게시물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부 장관은 “호주 정부는 중국 대사를 초치해 트윗과 관련한 사과를 요구했다”면서 “또한 우리 대사를 통해 베이징에서 직접 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호주와 중국 관계는 매우 냉각된 상태다. 호주가 지난 4월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해 국제 조사를 요구하고,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국·인도·호주·일본 4국 안보협의체)에 적극 참여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쿼드는 4개국이 방위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반중(反中) 군사 동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의 행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은 호주산 와인에 최대 212%에 달하는 반덤핑 예비 관세를 부과하는 등 다양한 보복 행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5월 중국은 호주의 4개 도축장에서 생산된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호주산 보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호주 유학과 관광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는 호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호주산 와인의 경우 중국 내 점유율이 37%에 달하며 수출액이 1조원이 넘는 만큼 타격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이러한 보복은 계속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17일 호주 주재 중국 외교관은 호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화가 나 있다”며 “당신들이 중국을 적으로 돌리면 중국도 당신들을 적으로 돌릴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BC 뉴스는 30일(현지시간)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게시한 충격적인 이미지는 호주에 대한 중국의 적대감이 굳어졌음을 나타내려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국이 호주에 양보를 얻기 위해 계속 압력을 가하리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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