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 화폐(CBDC)' 시대 성큼…장단점은?

발행일 2020-12-01 18:08:30
최근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0년 이미 전세계 80%의 중앙은행이 CBDC 연구에 착수한 상황이며, CBDC와 기술적으로 연관이 깊은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2021년 주목할 키워드 중 하나로 단연 CBDC를 꼽고 있다.

CBDC는 디지털판 화폐 개혁이다. 돈의 단위를 바꾸고, 신권을 유통해 판을 뒤집는 물리적 변화가 아니다.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직접 발행함으로써 돈의 유통 및 흐름 관리가 편리해지며, 은행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선 국민의 금융 접근성이 높아진다. 또 진정한 무현금 사회 역시 장기적으론 CBDC를 통해 구현될 수 있는 미래다.

하지만 CBDC를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특히 CBDC 도입이 누굴 위한 것인가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하다.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 의한 필연적 등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개인과 화폐에 대한 국가의 통제권 강화 수단이라며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이미지=Pixabay


CBDC의 등장 배경

CBDC 도입 논의가 처음 시작된 건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1980년대부터다. 다만, 당시엔 기술적 한계로 구체화되지 못했는데, 이후 블록체인의 기술적 기반인 분산원장과 이를 활용한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CBDC 개발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시작했다. 기름을 부은 건 올해 금융계를 뒤흔든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 출범이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22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 중심의 글로벌 기업 연합체가 주도하고 있다. 당초 전세계 통용 가상자산인 ‘리브라’ 발행을 통해 글로벌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재는 방향을 수정한 채 표류하고 있다. 연합의 표면적 취지와 달리 화폐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가는 걸 우려한 각국 정부의 반대와 규제가 거셌던 까닭이다.

리브라 출범 당시 파트너 구성도. 현재 일부 기업은 탈퇴한 상태다


그러나 일개 민간 기업이 정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화폐 권력을 위협할 수 있게 된 디지털 환경의 변화는 여러 나라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현재 가장 앞선 CBDC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역시 리브라 사건 이후 CBDC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아울러 올해 비대면 디지털 거래가 크게 활성화된 영향도 적지 않다. 이탈리아 노미즈마 경제연구소는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개인의 현금 사용량이 40%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도 비대면이 중심이 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정부가 화폐를 보다 체계적으로 유통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CBDC는 충분히 좋은 대안이다.

화폐 관리 쉬워지고 국민 혜택 늘어날 것으로 전망

대부분 국가에서 도입 논의 자체는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CBDC엔 정부 입장에서 꽤 매력적인 요소들이 담겨 있다. 우선 디지털 화폐인 만큼 발행 비용과 유통, 관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며 화폐 흐름에서 파생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결제·유통 데이터는 지금도 모든 IT 기업이 탐내는 ‘고급 자원’인데, 돈의 흐름과 소비 패턴을 파악하면 상당히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공공 측면에서는 해당 데이터셋이 민간 금융정책 개선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CBDC 정의 (원출처=BIS)


국민 입장에선 정부가 보증하는 디지털 화폐를 통해 은행 인프라와 관계없이 금융거래 접근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 국가 공통 인프라로서 금융 소외계층 감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령 가령 ‘재난지원금’ 수급 시 지금처럼 민간이 발급한 신용카드 대신 개인 CBDC 계좌를 통한 직접 수급이 가능해지는 등 특성 서비스 가입 유무가 혜택 제공의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

또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반으로 만들어진 CBDC는 해외송금 시 현재 은행망보다 빠른 정산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잠재적 혜택을 누리는 국민의 수도 점차 늘어나게 된다.

CBDC, 악용되지 않는다는 보장 없어

반면, 몇 가지 지적되는 사안들도 있다. 먼저 부분적이지만 정부가 시중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의 역할을 흡수하게 됨으로써 이들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문제가 거론된다.

실제 이 부분에 대한 영향 정도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긴 어렵지만 한국은행은 2019년 1월 발표한 CBDC 조사 보고서에서 “CBDC와 민간 지급수단과의 경합 과정에서 은행 등 민간 업체들의 서비스 개선 노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직불형 카드는 이용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신용카드는 외상구매란 특성으로 인해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은행 예금 중 일부가 CBDC로 전환, 보유되는 경우 예금 감소로 인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지만 그 영향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앙은행이 개인에게 직접 CBDC를 발행하는 구조는 광범위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또 기관의 역할과 목적이 다른 만큼, 중앙은행과 소비자 중간에 은행과 핀테크 업체를 중개자로 두는 간접 운영 방식이 더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역시 직접 운영보단 ‘혼합 운영’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한국은행


CBDC가 국가의 사찰·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스템상 CBDC는 정부가 발행하고, 디지털에만 존재하는 화폐다. 따라서 현금과 달리 자금의 흐름은 모두 정부 전산에 기록된다. 물론 이를 장점으로 해석해 지하경제 양성화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 보고서에도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또 얼마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현재 국내 5만원권 환수율은 25.4%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액권 발행과 함께 대부분은 추적이 불가능한 음지로 숨어들고 있는 셈.

그러나 현금의 익명성을 중시하는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 CBDC 사용 시 개인 활동이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분명 불편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홍규 언체인 대표는 UDC 2020 발표에서 “많은 국가가 그 문제를 인지하고 CBDC는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설계되고 있다”며 “동시에 범죄 등 불법 사용 의혹이 제기될 경우에만 신원 식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추적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 경우 때때로 불거지는 정부기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서 CBDC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입까지 향후 몇 년…충분한 사회적 논의 필요

CBDC는 아직 양날의 칼처럼 인식되고 있다. 편의성 개선 측면에선 긍정적이나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해결책들이 없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CBDC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대중의 CBDC 인식률은 낮은 편이다. 무엇보다 가상자산과 달리 CBDC는 대체 불가능한 법정화폐란 점에서 추후 본격적인 도입이 예상되는 10년 이내에 더 많은 사회적 합의가 준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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