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갑질’ 롯데하이마트 과징금 10억, 과연 '철퇴'인가?

발행일 2020-12-03 09:13:30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롯데하이미트 매장.(사진=롯데하이마트 홈페이지.)


롯데하이마트가 파견직원에게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철퇴’를 맞았다는 보도들이 나오는데요. 과연 하이마트는 이번 10억원의 과징금을 철퇴 맞은 것처럼 아프다고 느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이마트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11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 없어도 그만인 돈처럼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반대로 하이마트가 불법행위에 10억원을 투자(?)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것도 없을까요? 아니면 10억원을 훨씬 웃도는 가치를 얻었을까요. 만약 하이마트 자체적으로 10억원 이상의 가치를 얻었다고 판단한다면 과징금 10억원이 그리 아깝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밑지는 장사가 아닌 것이죠.

이번에 공정위가 적발한 하이마트의 위법행위들은 이렇습니다. 다들 하이마트 한 번씩 가보신 적 있으시죠? 하이마트에 들어서면 점원들이 친절히 맞이해줍니다. 보통 점원들은 말끔히 정장을 착장하고 있어 모두 같은 소속으로 보이는데요. 사실은 10명 중 6명은 파견직원이구요. 4명이 하이마트 소속 직원입니다. 파견직원들도 다 같은 파견직원이 아니라 수십개의 납품업체에 따로 소속된 직원들이죠. 하이마트는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31개 납품업체로부터 총 1만4540명의 종업원을 파견받았다고 합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납품업체의 직원 파견 자체는 위법이 아닙니다.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을 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바로 파견직원들이 소속된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입니다.

대규모유통법.(출처=공정위 보도자료.)


그런데 이번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하이마트는 1만4540명의 파견직원들에게 타사 상품까지 판매를 시켰습니다. 그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파견직원들이 해당 기간 동안 판매한 상품을 금액으로 따지면 약 11조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그중 절반 수준인 5조5000억원이 타사 제품을 판매해 일으킨 매출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하이마트는 왜 이처럼 위법적으로 인력을 운용했을까요.

우선 공정위는 하이마트의 파견인력 운용 자체를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하이마트의 위법사건을 담당한 공정위 유통거래과 관계자는 “다른 유통업체들은 상시적으로 파견직원을 보내 판매하지 않는다”며 “판촉기간 등 일정한 한정된 기간에서 납품업자들이 매장에 와서 판촉활동을 하는게 통상적이다”고 했습니다.

파견인력을 한정된 기간이 아니라 상시활용한 이유로는 비용 절감이 지목됩니다. 하이마트의 불법파견 문제는 이미 몇 년 전에 불거졌습니다. 지난 2018년 <경향신문>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자료를 통해 보도한 기사에는 파견직원 월급은 인력파견업체가 준다고 나와 있습니다. 일은 하이마트에서 하는데 월급은 파견업체가 지급하고, 이 계약은 하이마트 납품업체가 체결하는 복잡한 ‘2중 파견’ 구조인 것입니다.

하이마트 입장에서는 자신이 월급을 주지 않는 직원들을 상시 운용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겠죠. 그리고 이들에게 매장 내 타사 제품까지 판매하게 시킬 수 있다면 더욱 좋구요. 물론 모든 파견업체의 계약이 이러한 2중 파견 구조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일부만 이처럼 운용했을 수도 있고, 또 일부는 납품업자가 직접 파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인건비 절감 효과는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나머지 직접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그러나 법에서 정한 한도를 넘어서 업무를 시켰기 때문에 사실상 인건비를 줄였다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공정위 롯데하이마트 파견직원 불법 적발내용.(출처=공정위.)


하이마트가 파견직원들에게 시킨 일은 타사 상품 판매뿐만은 아니었습니다. 하이마트와 제휴계약돼 있는 제휴카드 발급, 이동통신서비스 가입, 상조서비스 가입 등 업무도 시켰고요. 심지어 매장청소, 주차장 관리, 재고조사, 인사도우미 등의 업무에 수시로 동원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건비를 얼마나 아꼈을 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습니다. 평가할 방법도 없고, 있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파견직원들이 한 소위 ‘가욋일’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정직원을 늘려서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정직원을 늘린다면 인건비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구요.

‘갑질’로 드러난 일들은 더 많습니다. 65개 납품업체로부터 ‘판매특당’ 명목으로 160억원을 수취해 우수 판매지점 회식비로 썼습니다. 물론 판매특당과 같은 판매장려금은 계약서에 그 내용을 미리 명시해놓을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계약서에 명시도 하지 않고 판관비로 사용한 것이 문제지요. 정황상 유통채널과 납품업체 사이에 아주 확실한 갑을 관계가 설정돼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나요?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행위와 관련해 하이마트의 개선의지가 없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 자체를 개선했다기보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이마트가 지난해 급여로 지출한 금액은 2064억원입니다. 과징금 철퇴라고 합니다만, 3년 반 동안 파견직원들을 불법으로 활용하고 10억원을 더 낸다고 겁낼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불법을 통한 이익이 더 크다면 10억원을 더 내면 그만이니까요.

하이마트는 재발을 방지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이마트는 “제도를 개선했고 임직원 교육과 점검을 강화해 재발하지 않게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공정위 의결에 대해서는 의결서 내용을 확인하고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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