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꽉 막힌 가운데 여행을 원하는 대기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입국 제한이 풀리면 여행객이 급증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본격적인 해외여행은 몇 년 동안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사후면세(Tax Refund) 업체인 ‘글로벌블루’가 최근 발표한 국제 쇼핑객 관련 연구 결과, 코로나19 문제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과 쇼핑을 원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블루가 지난 10월 미국, 러시아, 중동, 중국 등 세계 해외 쇼핑객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분기별 보고서에 따르면 ‘입국 제한이 완화되는 대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7월 60%, 6월 50%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가별로 보면 러시아 쇼핑객은 ‘입국 완화 후 여행을 떠나겠다’는 응답이 7월 대비 거의 100% 증가했고, 중동 국가 쇼핑객은 92%, 중국 쇼핑객은 73% 늘었다.
특히 부유층의 여행 욕구가 강했다. 지난 24개월 동안 4만 유로(약 5320만원) 이상을 지출한 여행객 중 약 72%는 ‘방역이 해제되면 여행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 7월에 비해 5% 이상 증가한 것이다.
선호 여행지는 국가별로 달랐다. 동남아시아 쇼핑객의 66%, 중국 쇼핑객의 50%는 자국 이외의 ‘아시아 여행지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유럽 여행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각각 25%, 15%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 쇼핑객의 65%, 러시아 쇼핑객의 50%는 유럽 여행에 대해 ‘안심한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방역 문제가 해결되면 지역별로 관광객 쏠림 현상이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국제 여행시장 전망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한 예로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상대국 방문 시 격리 조치를 제외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정책의 시행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1일 발표했다. 양국은 지난달 22일 트래블 버블을 개시하기로 했지만 홍콩 내 코로나19 확산되자 2주간 미뤘고, 끝내 연내 시행이 무산됐다.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3~24년까지 여행 수요가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제이슨 구겐하임 관광 책임자는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48%는 여행 중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고 있다”며 “멀리 떠나기 보다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독특한 경험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관광객은 전년 대비 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광객이 지난해 동기 대비 72%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유럽(66%), 아프리카(57%), 중동(57%), 미주(55%)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