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임한다. 업계에선 통신과 반도체의 시너지 창출,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노린 포석 등으로 본다.

SK그룹은 3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  박정호 SK텔레콤 회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 직을 보임한다. 사진=SK, SK텔레콤
▲ 박정호 SK텔레콤 회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 직을 보임한다. 사진=SK, SK텔레콤

SK그룹은 박 사장의 부회장 보임 배경에 대해 “빅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SK텔레콤 CEO와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임”한다며 “융복합화가 심화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SK ICT 패밀리 리더십을 발휘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박 사장은 그룹 내 M&A·구조조정 전문가로서 최태원 SK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미 SK하이닉스 비상근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SK하이닉스 내 부회장 직함을 달게 된 건 그룹 차원에서의 사업 전략 구상이나 M&A, 구조조정 등을 맡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과거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을 맡을 당시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를 이끌었다. 이후 SK하이닉스로 탈바꿈한 회사는 글로벌 반도체 붐과 맞물려 고공성장해 그룹 최대 캐시카우가 됐다. 박 사장은 2017년 도시바 반도체사업부(현 키옥시아) M&A에 차질이 생길 당시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협상을 주도할 만큼 경영에 적극 참여해왔다.

SK하이닉스 측은 회사 ‘살림’ 전반을 이석희 사장이 맡고 반도체 미래 전략은 김성욱 부회장이, 텔레콤과의 시너지 창출은 박정호 신임 부회장이 맡을 것이라 설명했다.

양사 간 시너지 측면에서는 최근 SK텔레콤의 변화도 눈에 띈다. 박 사장은 지난해부터 ‘탈(脫 )통신’을 강조하며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을 회사 미래 먹거리로 강조해왔다. 이 같은 비전은 올해 티맵모빌리티의 분사,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사피온 X220’(SAPEON) 개발 등으로 현실화됐다.

다만 박 사장이 두 회사 경영을 함께 맡으면서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낼지는 미지수다. SK하이닉스가 맡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SK텔레콤이 최근 개발한 AI 반도체는 같은 반도체더라도 ‘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박 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SK그룹의 중간지주회사 체재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보는 시선도 있다. SK는 SK텔레콤의 투자사업 부문을 중간지주회사로 떼어내 통신사업 부문과 SK하이닉스 등 자회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이 지난 8월 자사주 5000억원을 매입한 것도 지주 전환 후 지배력 강화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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