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할 줄 아세요?”라는 발언 논란 이후 애플 측이 사건 당사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공식 사과문 발표나 재발 방지 등의 후속 조치는 약속하지 않아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겼다.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애플코리아의 황당한 고객 대응을 폭로했던 A씨의 사건 후기가 올라왔다.

앞서 A씨는 지난 11월 애플의 최신 운영체제 ‘빅서’ 업데이트 후 먹통이 돼버린 맥북 수리를 위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소재의 애플스토어를 찾았으나 “무상수리 기간이 끝나 50만원의 비용이 나온다”, “매니저는 미국 분밖에 없는데 영어할 줄 아시냐”, “(제품 고장 시) 구형 기기를 이용한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것” 등의 어이없는 답변을 들었다.

▲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갈무리)
▲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갈무리)

하지만 노트북 고장은 애플의 새 OS인 빅서 자체의 결함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일이었고, 이에 대한 애플 본사의 공지가 나왔던 것으로 추후 드러났다. 애플코리아의 '갑질'이 알려진 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거센 비난이 일었고, 급기야 각종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사건의 경위를 고발하는 영문 메일을 발송했고 마침내 애플 측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갈무리)
▲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갈무리)

지난 1일 자신을 ‘애플 CEO에게 온 피드백에 대응하는 팀의 관계자’라고 밝힌 애플 담당자는 “이런 일을 겪게 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애플 담당자는 A씨가 들은 발언들의 조사 결과를 알리며 “(모든) 발언은 사실”이라면서 “이러한 발언은 애플의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매니저 면담을 요청했을 때 담당 엔지니어가 “매니저가 미국인인데 영어 할 줄 아세요?”라고 했던 것에 대해 애플 담당자는 “(발언의 의도는) '통역이 필요하면 제공하겠다'였지만 잘 전달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사건 당일인 11월 23일에 근무했던 매니저 2명은 모두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다른 문제 역시 해당 애플스토어와 협의해 개선을 진행하고 후속 조치하겠다”고 알렸다.

▲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갈무리)
▲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갈무리)

4일 A씨와의 통화에서 애플 관계자는 “애플은 모든 고객과 최상의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더욱 만족스러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이나 사과문 발표 등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애플 관계자는 “너무 많은 부서와 연관이 되어 있어 대외적으로 어떤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할 계획은 없다”며 “다만 내부적으로 계속 개선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갈무리)
▲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후기에서 A씨는 “제게 일어난 일이 여러분의 애플 제품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애플 이외의 다른 기업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애플이 피드백에 대한 감사 및 물적 보상 차원에서 (고장 기기와) 같은 등급의 최신 기종으로 보상해주는 것을 제안했지만 사양했다”고 밝혔다.

▲  아이폰12 미니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 아이폰12 미니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애플 제품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폰의 경우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다. 이통3사와 자급제 채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 ‘아이폰12’ 시리즈의 한 달간 판매량은 60만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작인 아이폰11과 비교해도 20% 이상 판매 속도가 빠른 것이다. 그러나 애플의 서비스 및 고객 응대에 대한 불만이 그치지 않는 점은 기업의 이미지와 매출에 도움될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던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애플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는데 결국 보장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모두 사실이지만 사과는 못하겠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유야무야한 것이 애플답다” 등의 쓴소리가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 기업 과실을 소비자한테 떠넘기는 행위에 큰 비용이 들면 그렇게 안할 것”, “이번 기회에 소비자 보호법이 강화되길 기대한다” 등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애플코리아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몰 지하 1층에 국내 두 번째 공식 매장인 애플스토어 여의도점을 낸다고 최근 밝혔다. 또한 애플은 내년 중 명동과 부산(해운대)에 각각 애플스토어 개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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