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한국GM의 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11월, 미래차 전략의 일환으로  전기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에 총 270억 달러(한화 30조 700억원)를 투자해 선두주자인 테슬라를 따라잡겠다는 것인데요. 구체적으론 북미 지역을 겨냥한 전기차 20종을 포함, 총 30여 종의 신규 모델을 출시해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100만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입니다.

GM은 앞선 3월에도 전기차 투자에 총 200억 달러(한화 21조9400억원)를 투자해 12종의 신차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는데요.  8개월 만에 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제시한 셈입니다. 그만큼 GM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탈바꿈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죠.

▲  GM주가 6개월 추이(출처=나스닥닷컴)
▲ GM주가 6개월 추이(출처=나스닥닷컴)

GM의 이같은 행보에 시장의 평가는 꽤 긍정적입니다. GM이 전기차 투자 계획을 발표한 후 연일 치솟고 있는 주가가 이를 입증하는데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30달러 선에 머물던 GM의 주가는 12월 현재 45달러 선에서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 우리나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도 GM  주식을 추가로 매수, 보유 지분을 540만주까지 크게 늘렸다고 하죠. 그만큼 GM에 대한 향후 투자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  볼트EV(출처=GM 홈페이지)
▲ 볼트EV(출처=GM 홈페이지)

그런데 말이죠. 전기차에 대한 GM의 이같은 공격적 기조에도 불구, GM이 만든 첫 순수 전기차 '볼트EV'는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점차 외면받고 있습니다. 올 들어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인데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1552대로, 전년 동기 누계 대비 58.0%나 감소했습니다. 11월 판매량도 고작 36대에 그쳤고요. GM은 지난 여름 상품성을 개선하고도, 가격을 이전 모델과 똑같이 제시한 볼트EV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인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판매량 반등엔 실패한 셈이죠.

작년까지만 해도 볼트 EV가 가장 많이 팔린 곳이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었는데 불과 1년 새 판매량이 뚝 떨어진 이유는 뭘까요.  

우선 코로나 여파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볼트EV는 한국GM이 수입해서 국내에 판매하는 차죠. 헌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 확산으로 해외 공장들의 셧다운이 계속되면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그 사이 테슬라 '모델 3'가 국내 전기차 수요를 거의 흡수하다시피한 점도 볼트EV가 고전한 이유로 풀이됩니다. 모델3는 작년 8월 출시한 이래 지난 11월로 누적 판매량이 1만 866대를 넘어서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 최초로 '1만대 클럽'에 입성했습니다. 특히 보조금이 반영될 경우 볼트EV와 비슷한 3000만원 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볼트EV가 상대적으로 불리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비록 선제적 조치이긴 하나, 최근 볼트EV에 대해 리콜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단 평가입니다. GM은 지난 11월 완전 충전 또는 완전 충전에 근접할 경우 잠재적인 화재 발생이 있다고 판단, 2017~2019년형 볼트EV에 한해 리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GM 노조 파업과 GM 철수설로 굳어진 GM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구매 매력도를 크게 떨어뜨렸단 분석입니다. 파업 여파 혹은 철수로 제때 인도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퍼지면서 볼트EV 구매를 꺼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GM이 전기차 사업 확대를 선언한 상황에서 현재 국내 유일하게 판매되는 전기차 볼트EV의 수요는 향후 GM이 한국 시장을 상대로 미래차 전략을 짜는데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볼트EV의 판매량이 계속해서 줄면 당연히 GM의 미래 전략과 한국GM의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겠죠. GM이 한국에서의 볼트 EV 부진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GM은 내년 SUV 형식의 전기차 '볼트 EUV'를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수요가 많은 SUV에 GM의 자랑인 슈퍼 크루즈 반자율 주행 시스템까지 탑재돼 있어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볼트EUV가 볼트 EV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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