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이 캐릭터 사업에 뛰어든다. 자회사 NHN벅스의 '핑크와 벤(PINK&VEN)'을 통해 캐릭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플랫폼-콘텐츠 확보, 시너지 낸다

7일 <블로터> 취재 결과, NHN벅스와 스튜디오 오리진은 핑크와 벤 캐릭터를 공동 개발했다. 핑크와 벤 캐릭터는 분홍색 토끼를 형상화한 '핑크', 연갈색 곰 '벤', 흰색 비둘기 '히피'로 구성됐다. '벅스의 음악 친구들'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다양한 캐릭터 사업을 진행중이다.

▲  NHN벅스와 스튜디오 오리진이 공동 개발한 캐릭터 '핑크와 벤'. (사진=핑크와 벤 인스타그램 갈무리)
▲ NHN벅스와 스튜디오 오리진이 공동 개발한 캐릭터 '핑크와 벤'. (사진=핑크와 벤 인스타그램 갈무리)

핑크와 벤은 지난 9월 공식 인스타그램을 개설한 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 편에서 '핑크'와 '벤' 캐릭터 인형이 등장해 눈길을 끈 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순차 공개했다. 신인 아이돌 그룹 '루나솔라'가 핑크와 벤 인형을 들고 찍은 사진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연계한 캐릭터 활용성을 선보인 바 있다.

NHN벅스가 실험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던 배경은 탄탄한 자체 인프라에 있다.

▲  루나솔라 멤버들이 핑크와 벤 인형을 들고 찍은 인증샷. (사진=핑크와 벤 인스타그램 갈무리)
▲ 루나솔라 멤버들이 핑크와 벤 인형을 들고 찍은 인증샷. (사진=핑크와 벤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 10월 NHN벅스는 환불원정대 공식 음원 유통권을 확보하고, 벅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DON'T TOUCH ME'를 공개했다. 놀면뭐하니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독점 영상도 제공할 수 있었다. 환불원정대 방송에서는 핑크와 벤 캐릭터 인형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알리기도 했다.

방송 이후 핑크와 벤 캐릭터 인형 판매처를 문의하는 시청자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와 커머스를 활용하는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NHN벅스의 자회사인 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루나솔라와 핑크와 벤 캐릭터를 동시에 노출시키는 전략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확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왜 캐릭터 사업일까

NHN이 NHN벅스를 통해 캐릭터 사업을 공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캐릭터는 글로벌 시장으로 수요층을 넓히기 용이한 사업 수단이다. 일례로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나 라인의 '라인프렌즈'는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구축한 캐릭터를 활용해 굿즈 및 온라인 캐릭터로 활용했다. 그 결과 카카오프렌즈는 카카오의 자회사에서 활용하는 대표 캐릭터이자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글로벌 캐릭터로 성장했다. 라인프렌즈 역시 라인을 매개로 한 캐릭터 사업을 통해 사업 영토를 넓히는 상황.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와 캐릭터의 경계를 넘어선 융복합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실제 가수들에 3D 모션을 입힌 가상 걸그룹 'K/DA'를 통해 게임 외 글로벌 팬덤을 형성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아이돌 그룹 '에스파'는 멤버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 외에 또다른 자아 '아이(ae)'가 가상세계 속 아바타로 구현된다는 설정을 앞세워 주목받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 캐릭터 '타이니탄(TinyTAN)'의 브랜드 사업을 통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했다.

▲  핑크와 벤 캐릭터들. (사진=핑크와 벤 인스타그램 갈무리)
▲ 핑크와 벤 캐릭터들. (사진=핑크와 벤 인스타그램 갈무리)

핑크와 벤의 경우 전자에 가까운 사례다. NHN벅스와 캐릭터를 공동 개발한 스튜디오 오리진은 '카카오프렌즈'와 '핑크퐁'을 만든 개발진이 설립한 캐릭터 콘텐츠 기업이다. 조항수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브랜드 마케팅 총괄을 거친 후 카카오프렌즈 초대 대표를 지내면서 '라이언', '어피치' 등을 만들었다. 정승원 최고디자인책임자(CDO)의 경우 스마트스터디에서 '핑크퐁'과 '아기상어' 대표 캐릭터를 제작했다. 글로벌 대표 IP를 만든 개발력을 통해 '핑크와 벤' 캐릭터를 제작한 만큼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스튜디오 오리진이 "국내 대표 IT 플랫폼과 기획한 캐릭터를 올 하반기 쯤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던 캐릭터가 '핑크와 벤'이었기 때문이다.

변수는 '플랫폼'이다. 핑크와 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체 콘텐츠 경쟁력 외에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NHN은 NHN벅스가 가진 음원 플랫폼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영역 외에도 클라우드, 결제, 게임, 티켓 판매 등 다양한 분야로 연계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부가 사업 측면에서도 자체 밸류체인(유통 인프라)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한 입장이다. 현재 핑크와 벤이 캐주얼에 특화된 캐릭터로 형성돼 있지만 NHN의 플랫폼과 연계 사업에 따라 확장성은 무궁무진한 단계다.

▲  NHN벅스 매출 추이. (사진=NHN벅스 분기보고서, NHN벅스)
▲ NHN벅스 매출 추이. (사진=NHN벅스 분기보고서, NHN벅스)

NHN벅스도 캐릭터 사업을 통한 수익원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NHN은 B2C와 B2B 영역에서 약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디지털 음원 서비스와 SNS 운영이 포함된 B2C 부문은 국내 사업에 한정된 상태다. 핑크와 벤 캐릭터 사업을 통해 B2C 분야에서도 해외 시장 매출이 발생할 경우, NHN벅스와 NHN의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핑크와 벤은 예능프로그램, 음원 플랫폼, 캐릭터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사례"라며 "벅스 플랫폼 외에 NHN 계열사를 통한 자체 IP 활용도가 높아질 경우 카카오나 라인처럼 해외 시장까지 진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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