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역사 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중국산 장르 소설을 독점 연재하고 홍보성 이벤트까지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소설에는 ‘조선이 중국의 속국’, ‘품질이 나쁜 조선 공물’, ‘중국 황제에 왕비를 책봉해달라며 상소를 올리는 조선왕’ 등 문제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웹소설과 웹툰을 서비스하는 ‘네이버 시리즈’는 7일부터 13일까지 일부 중국 장르 소설을 대상으로 쿠키(만화·장르 소설 콘텐츠 결제 수단) ‘최대 100개 지급’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장르 소설 유료 결제 횟수에 따라 쿠키를 추가로 주는 이벤트다. 그러나 이벤트 대상 장르 소설에는 중국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드러내는 작품도 포함돼 있다.

▲  중국 장르 소설 '후궁덕비' (네이버 시리즈 갈무리)
▲ 중국 장르 소설 '후궁덕비' (네이버 시리즈 갈무리)

네이버 시리즈에서 독점 연재 중인 ‘후궁덕비’는 중국 청나라 시기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7일 현재까지 71만명이 내려 받았고 평균 별점 8.4점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역사 왜곡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중국어 원문의 일부 내용을 보면 ‘조선이라는 번속국(藩屬國)은 매년 공물을 조정에 바치는 것 외에 통상 설날, 동지 등에 공물을 바친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에 나오는 번속국이란 복종하며 중국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나라, 힘센 나라에 빌붙어 사는 나라라는 뜻이다.

조선을 비하하는 장면도 소설 원문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 예로 소설 속 인물들이 나누는 조선의 진상품 관련 대화에서 ‘황귀비가 손을 흔들며 누가 그들(조선)의 물건을 귀하게 여기겠나. 해마다 '볼품없는 공물'을 바치지만, 우리 조정의 하사품은 그들이 만족할 정도로 보상이 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조선왕은 왕비를 폐하고 올해 (중국) 황제에게 새로운 비를 봉해 달라고 청했다’, ‘상소에서 후궁(后宫)이란 두 글자를 언급해 황제가 매우 무례하다고 여겼다’, ‘(청나라) 태자의 이름을 피하지 않아 (조선에) 돈으로 엄한 처벌을 치르게 했다’ 등의 내용도 있었다.

▲  (픽사베이 제공)
▲ (픽사베이 제공)

이는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 중심의 역사관’과 일맥상통한다. 중화사상에 기반한 역사관은 중국을 종주국으로, 주변국은 모두 중국에 예속된 나라로 가르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문제다. 지난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중국 역사 교과서의 한국사 관련 왜곡이 다수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중에는 ‘조선을 중국의 번속국’으로 서술하거나, ‘한반도를 중국 영토인 것처럼 묘사한 지도’, ‘고대 일본의 외래인 기술 전래는 한반도가 아닌 중국’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은 베이징 등 6개 지역에서 시범 사용하고 있는 해당 국정교과서 ‘중외역사강요’를 전국으로 확대해 사용할 예정이다.

2002년부터 중국 정부는 고구려, 발해 등 현재 중국 국경 안에 있었던 모든 국가의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을 추진한 바 있다. 또한 모든 역사를 중국 중심으로 보는 왜곡된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  중국 장르 소설 대상의 쿠키 지급 이벤트 (네이버 시리즈 갈무리)
▲ 중국 장르 소설 대상의 쿠키 지급 이벤트 (네이버 시리즈 갈무리)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가 왜곡된 중국의 역사관을 그대로 담고 있는 소설을 자체적으로 거르기는커녕 독점으로 연재하는 데다 쿠키 이벤트까지 걸고 홍보하고 나선 것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해당 작품의 댓글에서 누리꾼들은 “동북공정과 역사 왜곡으로 문제가 된 소설을 이벤트로 밀어주는 네이버”, “이런 걸 수입해오다니 독자를 바보로 아는 건가”, “출판사가 원문에서 문제의 부분만 빼고 번역해오는 건 아닌지” 등의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

네이버 시리즈 측은 7일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원작 검토를 진행 중이며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서는 작품 제공사인 출판사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네이버 시리즈는 과거 역사 왜곡 논란이 일어난 작품의 서비스를 중단한 적이 있다. 지난 3월 서비스가 종료된 중국 소설 ‘동궁’에서는 ‘고려는 중국에 토벌당한 속국’, ‘고려인은 시끄럽고 예의 법도를 모른다’, ‘중국의 물건 없이는 고려인의 일상이 돌아가지 않는다’ 등의 왜곡된 내용을 담았다. 당시 작품을 수입한 출판사는 소설 속 고려를 ‘가류’라고 번역해 논란을 피하려고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비난이 일자 해당 출판사는 “소설 ‘동궁’의 이슈 내용을 인식하였고, 이에 작품의 서비스를 중지하고자 한다“고 공지하고 환불 처리 등을 진행한 바 있다.

▲  역사 왜곡 논란이 일어난 중국 소설 '동궁'의 연재종료를 알리는 공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역사 왜곡 논란이 일어난 중국 소설 '동궁'의 연재종료를 알리는 공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