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한화솔루션 로고.
▲ 한화솔루션 로고.

한화솔루션이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을 흡수합병해서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한화솔루션은 이번 합병 이유에 대해 “갤러리아와 도시개발 부문은 신용도 상승으로 자본 조달 비용이 감소하면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덩치가 크고 신용도가 좋은 모회사와 통합되면 자금 조달을 더 효율적이고 수월하게 할 수 있겠죠. 신규 사업 투자에도 더 유리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화솔루션이 밝혔듯 합병을 통해 이득을 보는 회사는 자회사인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입니다. 인수 주체인 한화솔루션에게는 이번 합병이 어떤 장점을 가져다주는 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없습니다. 단지 “한화솔루션은 기존의 소재·태양광 사업 구조의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사실 합병과는 큰 관련 없는 내용이죠.

기업들이 흡수합병하는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합병 목적과 이유는 저마다 다양한데요. 자회사 실적과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혼자 버티기 힘들 때 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요. 시대와 업황이 변화함에 따라 사업 시너지를 위해 흡수합병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 자회사와 모회사 관계는 아니지만 최근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인수한 것이 이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화솔루션의 이번 합병 결정은 어떤 카테고리에 포함될까요. 우선 접근 가능한 정보들을 통해 무엇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  한화갤러리아 한화도시개발 2019년 말 기준 자산총계.(출처=금융감독원.)
▲ 한화갤러리아 한화도시개발 2019년 말 기준 자산총계.(출처=금융감독원.)

한화솔루션이 두 회사를 흡수합병하기로 한 만큼 덩치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한화갤러리아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한화솔루션이 8일 공시한 흡수합병 결정 내용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자산총계는 대략 2조2000억원입니다. 올 3분기 말 별도 기준 한화솔루션의 자산규모가 약 10조8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자산규모가 13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인수가 한화솔루션의 재무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자본총계는 9300억원, 부채총계는 1조2500억원으로 표면적인 재무상태를 가늠하는 부채비율은 75% 수준으로 계산됩니다. 한화솔루션의 3분기 부채비율이 90% 수준이니 부채비율만 놓고 보면 오히려 한화갤러리가 더 좋다고 할 수 있는 셈이죠. 또 올 2월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점을 매각해 3000억원을 벌었으니 재무상태는 더 좋아졌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합니다.

한화도시개발 흡수합병에 따른 효과는 아주 미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초 자산규모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구요. 부채는 70억원 수준으로 없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죠.

▲  한화도시개발 실적추이.(출처=금융감독원.)
▲ 한화도시개발 실적추이.(출처=금융감독원.)

그런데 실적을 살펴보면 또 얘기가 다릅니다. 한화도시개발은 자산규모는 작지만 적자 규모는 상당합니다. 한화도시개발은 지난해 11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요. 영업손실은 그 두 배에 가까운 21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만 적자가 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2018년에도 2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실적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백화점 영업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죠. 한화솔루션의 IR자료를 보면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갤러리아는 올 3분기까지 76억원의 누적 적자를 낸 것으로 나옵니다.

▲  한화갤러리아 실적 추이.(출처=금융감독원.)
▲ 한화갤러리아 실적 추이.(출처=금융감독원.)

그렇다면 한화솔루션은 갤러리아와 도시개발 부문의 신용도 상승을 위해 영업실적 손해를 감수하고 희생을 한 것일까요?

꼭 그렇게만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긴 합니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과 태양광에 대규모로 투자를 집행하며 자금이 여유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아무런 이득도 없이 손해를 감수할 상황은 아닌 것이죠.

지난해 말 2조4000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올 3분기 3조6000억원으로 무려 1조2000억원이나 늘어났구요.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만 3조1000억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64%에서 89%로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러 신사업들을 벌이고 있죠. 8월에는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 업체인 젤리를 인수해 정말 오랜만에 M&A를 성사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달 헬스케어 및 정밀화학 제품 원료 사업 진출을 목적으로 고순도 크레졸 시설 신규시설에 12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글로벌 화학기업 사솔이 매각을 추진하는 레이크찰스(Lake Charles) ECC 공장 인수전에 참여해 4조원을 베팅하는 등 M&A 의지가 크기도 합니다.

한화갤러리아가 올해 적자를 기록중이긴 합니다만 최근 몇 년 간은 상당히 좋은 실적을 기록해왔습니다. 2010년대 초반 매년 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시절보단 못하지만 지난해만 하더라도 420억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올해도 1,2분기 적자를 냈지만 3분기 흑자로 돌아섰고 4분기 실적까지 더하면 130억원 흑자를 예상한다고 합니다.

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현금창출력이 양호한 회사를 흡수합병했다고 볼수도 있죠.

▲  한화솔루션 IR자료에 기재된 한화갤러리아 실적.(출처=한화솔루션 IR)
▲ 한화솔루션 IR자료에 기재된 한화갤러리아 실적.(출처=한화솔루션 IR)

한화도시개발의 경우 비상장사인데다 다른 IR자료에 간접적으로도 실적이 나와 있지 않아 올해 실적을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한화솔루션 측도 한화도시개발의 실적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한화도시개발 인수가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물론 이번 인수에 숨겨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이 밝힌 대로 갤러리아와 도시개발 부문 수익성 강화를 위한 결정일 수도 있고, 어차피 연결로 잡힌 회사라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존 화학∙태양광 전문업체가 유통과 부동산업을 추가한 것은 상당히 의아한 것도 사실인데요. 이번 합병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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