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로고.(출처=각사)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로고.(출처=각사)

국내 5G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약 1년7개월만에 거둔 성과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알뜰폰 포함)는 998만3978명입니다. 이는 전달 대비 약 74만명 늘어난 수치입니다. 5G 가입자 수는 9월과 8월에도 전달 대비 각각 59만명, 80만명씩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11월 중에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도 5G 가입자 수가 11월에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추정했습니다. 과기정통부의 11월말 기준 공식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는 이달 말에 나올 예정입니다.

5G 요금제는 LTE보다 가격대가 높습니다. SK텔레콤의 5G 요금제를 보면 △슬림(월 9GB·5만5000원) △5GX 스탠다드(월 200GB·7만5000원) △5GX 프라임(월 데이터 무제한·8만9000원) △5GX 플래티넘(월 데이터 무제한·12만5000원) 등으로 구성돼있습니다. LTE는 소비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요금제가 주로 6~7만원대인 반면 5G는 7~9만대입니다. LTE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T플랜 세이브(월 1.5GB·3만3000원)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5G 요금제 가격대가 LTE보다 높지만 보다 빠른 속도로 다양한 서비스를 체험하고 싶은 마음에 5G 요금제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통사들이 5G 속도가 LTE보다 최대 20배 빠른 20Gbps까지 나올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실제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3.5기가헤르츠(㎓) 대역의 전국망도 갖춰지지 못해 5G 전파가 잡히지 않는 지역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실망은 비난으로 이어졌습니다. '5G는 제대로 터지지도 않는데 요금은 비싸게 받는다', '요금을 올려 자신들의 배만 채우고 서비스 품질은 뒷전이다' 등의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그렇다면 5G 상용화 이후 이통사들의 무선 사업 매출은 비싼 5G 요금제만큼 늘어났을까요? 각 사의 최근 3년간의 무선사업 매출을 집계해보니 매출은 제자리 걸음이었습니다.

▲  (자료=SK텔레콤·KT·LG유플러스 실적발표)
▲ (자료=SK텔레콤·KT·LG유플러스 실적발표)

이통사들의 무선사업 매출은 크게 △무선 서비스 △알뜰폰 망 도매대가 △로밍 △상호접속료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중 상호접속료는 자사의 가입자가 타사 망에 접속할 때 상대 이통사에게 내는 요금입니다. 각 사가 타사에게 내야 할 돈과 받아야 할 돈을 계산해 정산을 합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매출이 아니기에 상호접속료를 빼고 집계해봤습니다.

SK텔레콤부터 보면 5G가 상용화된 지난해 2분기 무선사업 매출은 2조3100억원이었습니다. 1년이 지난 올해 2분기에는 2조3500억원으로 400억원 늘었네요. 5G 상용화 이전인 2017년 2분기와 2018년 2분기는 어땠을까요? 각각 2조9600억원, 2조3300억원이었습니다. 2017년 2분기와 2020년 2분기를 비교하면 5G 상용화 이후의 매출이 오히려 6100억원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KT는 1조6800억원에서 1조6200억원으로 600억원 감소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1조3010억원에서 1조3430억원으로 420억원(3.2%) 증가했네요. LG유플러스의 무선사업 매출은 1조2000억~1조3000억원 초반대를 오르내리다 올해 3분기 1조3820억원까지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인수한 LG헬로비전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알뜰폰 사업자인 LG헬로비전은 CJ헬로 시절 KT망을 주로 썼지만 LG유플러스로 인수되면서 LG유플러스의 망도 추가했습니다. 이는 LG유플러스의 무선사업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상승폭이 크진 않습니다.

▲  (자료=SK텔레콤·KT·LG유플러스 실적발표)
▲ (자료=SK텔레콤·KT·LG유플러스 실적발표)

그럼 최근 3년간의 이통 3사 무선사업 매출의 연간 합계 추이를 볼까요? 2017년 2분기부터 2018년 1분기까지의 3사 무선사업 매출 합계는 약 23조2000억원, 2018년 2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는 약 2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럼 5G가 상용화된 2019년2분기부터 2020년 1분기까지의 매출은 어떨까요? 약 21조1000억원으로 2018~2019년과 거의 비슷하고 2017~2018년에 비해서는 약 2조원 줄었습니다.

가장 최근 수치인 올해 2~3분기 각 사의 무선사업 매출을 최근 3년간 같은 기간과 비교해봐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3사의 올해 2~3분기 무선사업 매출 합계는 약 10조7000억원으로 2017년 2~3분기(약 12조원)에 비해 1조원 이상 감소했습니다.

소비자들은 5G 요금제가 비싸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이통사들의 무선사업 매출은 제자리 걸음이거나 오히려 줄어든 거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통사들은 25% 선택약정할인을 꼽습니다. 25% 할인은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강하게 밀어붙인 정책입니다. 가계통신비 절감은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강한 압박에 못이겨 이통사들은 20%였던 할인율을 25%로 올렸습니다. 이통사들은 매달 가입자의 통신요금에서 25%씩 할인을 해주다보니 가뜩이나 정체상태인 국내 통신시장에서 매출을 늘리기가 어려웠습니다.

5G에도 월 5만5000원(데이터 9GB)의 저가 요금제가 있습니다. KT는 여기에 더해 지난 10월 월 4만5000원(데이터 5GB)의 ‘5G 세이브’ 요금제도 선보였습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8만원 이상의 5G 요금제가 부담스러워 이러한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월 제공 데이터를 모두 써도 충분한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도 있고 요즘 대부분의 가정과 사무실에 와이파이 환경이 구축돼있기 때문이죠.

비싼 요금제에 기대보다 못한 품질로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5G 서비스, 결국 소비자들이나 이통사들이나 누구도 만족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5G서비스의 확대와 서비스 개선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정책, 기술의 발전이 5G 서비스 환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죠.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이통사대로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서비스망은 구축되고 5G 서비스를 활용한 다양한 통신서비스가 일상을 파고들겠죠.

사실 이통사들은 5G 가입자 1000만 이후에도 한동안은 무선사업 매출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3.5㎓ 대역에 이어 28㎓ 대역의 5G망도 구축해야 합니다. 최근 과기정통부와 갈등을 겪었던 주파수 재할당 대가도 납부해야 하고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도 필요합니다. 5G 전파가 끊기지 않게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투자해야 하니 비싼 요금 계속 내면서 기다려 달라’고 할 순 없습니다. 안정적인 전국망 구축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겠죠. 아무리 이통사들의 무선매출이 줄어든다해도 여전히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곳은 이통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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