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버와 현대자동차가 개발 중인 플라잉 카 모습(사진=현대자동차)
▲ 우버와 현대자동차가 개발 중인 플라잉 카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우버가 미래차 전략의 핵심인 자율주행과 에어택시 사업부문을 매각키로 했습니다. 본래의 사업인 승차 공유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라는데요. 우버와 개인용 비행체 개발과 도심항공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서 협업키로 한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 대략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현대차가 자칫 미래차 선점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감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10일 주요 외신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우버는 최근 자율주행차 사업부문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그룹(ATG)’을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오로라'에 매각했습니다. 또 에어택시 사업부 '엘리베이트'도 스타트업 '조비 에비에이션'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대신 우버는 승차 호출과 배달에 초점을 맞춘 본래의 사업인 승차 공유사업에 더 힘을 쏟기로 했습니다. 신사업을 포기하고, 본사업에 더 신경을 쓰겠단 뜻이죠.

우버의 이같은 선택은 수익성 강화 차원입니다. 앞서 우버는 주주들에게 오는 2021년말까지 수익성을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요.

그동안 우버는 본 사업인 승차 공유사업이 코로나 여파로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미래차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습니다.

 

▲  우버 3분기 비용 지출 현황(출처=우버 홈페이지)
▲ 우버 3분기 비용 지출 현황(출처=우버 홈페이지)

실제로 우버의 재무제표를 보면 총 비용에서 매출 원가를 제외하곤 R&D 비용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R&D 비용의 상당 부분은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에 관련된 것으로, 올해 3분기만 해도 전체 비용의 13%를 차지합니다. 이는 전년 동기 23% 대비 10% 포인트 줄어든 수치지만, 판매 및 마케팅 비용 다음으로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자율주행에서 나오는 수익은 전무한데 말이죠. 때문에 일부 주주들은 당장의 수익이 나지 않는 자율주행 사업에 대해 매각을 추진할 것을 줄곧 요구해왔습니다.

이에 수익성 강화를 위해 미래 사업에 투입되는 중장기적 R&D 비용을 줄이고 승차공유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 업계 해석입니다.

에어택시 상황도 비슷합니다. 우버는 지난 2016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소형 항공기를 이용한 에어택시 사업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교통 체증을 해소할 차세대 이동서비스로 큰 주목을 받아왔죠.지난해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JFK공항까지 헬리콥터 택시 서비스를 개시했고, 오는 2023년에는 달라스와 로스앤젤레스 등에서도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세로 사업 계획이 뒤엉켰고, 사업 전망까지 어두워지면서 결국 매각을 선택하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우버가 갑작스레 발을 빼면서 현대차의 미래차 전략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 CEO는 지난 1월 '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의 현대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출처=현대차그룹 보도자료)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 CEO는 지난 1월 '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의 현대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출처=현대차그룹 보도자료)

올해 초 현대차와 우버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UAM 기체 및 에어 택시를 공동 개발, 2028년까지 이를 상용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우버와의 협력 등을 토대로 인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사람들의 이동의 한계를 재정의하고, 그를 통해 보다 더욱 가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끊임없이 혁신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도 "현대차의 대규모 제조 역량은 우버 앨리베이트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자동차 산업 경험이 항공 택시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하늘을 향한 우버의 플랫폼은 더욱 가속화 되고, 전세계 도시에서 저렴하면서도 원활한 교통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년도 안돼 협업 대상이 바뀌면서 현대차의 미래차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입니다.

자율주행 부문 역시 상황이 꼬였습니다. 현대차는 작년부터 이미 오로라와 전략적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 부문을 협업하기로 했었죠.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오로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로라가 우버의 자율주행 부문 ATG를 인수하면서 기술 독점이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ATG의 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와 도요타가 보유한 ATG 지분을 오로라 지분으로 환산함에 따라 소프트뱅크와 도요타 역시 오로라의 주주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해관계자가 많아진 것이죠.

업계 안팎에선 벌써부터 현대차가 미래차 선점 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우버 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협업하고 있는 글로벌 다른 기업도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장기목표를 향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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