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자동차IT 3사 로고.(사진=각사 홈페이지)
▲ 현대자동차 자동차IT 3사 로고.(사진=각사 홈페이지)

장외주식게시판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자동차IT 3사(현대오토에버,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 합병을 성토하는 글이 지속해서 게시되고 있다. 현대엠엔소프트 합병가액(8만8381원)과 최근거래호가(14만6500원)의 차이가 너무 벌어져 이대로 합병이 진행될 경우 재산상 큰 손실을 볼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13일 국내 한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의 현대엠엔소프트 주주 토론방에서는 현대자동차 IT3사 합병을 반대하거나 합병비율을 성토하는 게시글 수백개가 주말임에도 올라오고 있다.

게시글을 올린 한 주주는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회사 실적 주춤한 상황에서 엠엔소프트는 본질·수익가치로 평가받고,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코로나로 돈을 막 풀어 화폐가치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급등한 주가로 평가받았다"며 "버블에 따른 타이밍을 맞추어 상장사란 이유를 들어 시장가치로 평가한 후 합병하는 결정, 이것이 평등한 합병비율이라 할 수 있는가"라며 현대차그룹을 강하게 성토했다.

▲  현대엠엔소프트 1년 장외주가 흐름.(출처=38커뮤니케이션)
▲ 현대엠엔소프트 1년 장외주가 흐름.(출처=38커뮤니케이션)

다른 주주는 "합병비율과 지금 주가차이 보면 합병과 동시에 마이너스(-) 40%인데 저희 전부 다 망한거죠"라며 자조섞인 항의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한 주주가 게시글을 달면 다른 주주가 해당 게시글을 옹호하는 글을 연이어 달고 있다. "어떻게 이럴수가"라든지 "이번 흡수합병 비율은 한쪽의 희생을 너무 강요한다고 봅니다"라는 글도 눈에 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하자"거나 "소송하자, 소송을 하면 적극 동참하겠다"라는 의견을 게시한 주주도 상당수다.

합병을 옹호하는 글도 있다. "실적이 안좋았다"라거나 "첨단 차량용 모빌리티 회사로 키우려는 것으로 지지한다"는 게시글이다. 그러나 합병을 찬성하는 게시글보다 합병비율을 성토하거나 이번 합병을 반대한다는 글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IT 3사는 지난 11일 오후 공시를 통해 내년 4월1일을 합병기일로 하고 합병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분산된 자동차IT 역량을 한 곳에 모아 '미래 초정밀지도·차량간 커넥티비티·자율주행·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로봇제어·사물인터넷·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의 시너지를 한 군데서 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고 이런 요구에 부합하는 합병 발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발을 산 이유는 합병 비율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IT3사가 발표한 합병신고서를 보면 합병비율은 '1 대 0.1177810 대 0.9581894(현대오토에버:현대오트론:현대엠엔소프트)'다. 현대엠엔소프트 주주는 보유하고 있는 현대엠엔소프트 주식 1주당 합병 후 존속회사인 현대오토에버 주식 0.9581894주를 받는다는 의미다. 합병가액이 각각 8만4949원, 1만864원, 8만8381원으로 결정된 데 따른 결과다.

현대엠엔소프트 주주들은 이 합병비율이 지나치게 현대엠엔소프트의 희생을 담보로 도출된 비율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합병발표 시점이 소액주주에게 가장 불리한 때 이뤄져 소액주주의 재산상 희생을 대주주가 다 가져가는 결과가 나타나게 됐다는 성토다.

상장사인 현대오토에버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에 의해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평가했다. 법률에 따른 가격 산정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합병을 위한 이사회 결의일(2020년 12월11일)과 합병계약을 체결한 날(2020년 12월11일) 중 앞서는 날의 전일(2020년 12월10일)을 기산일로 하여 최근 1개월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 1주일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 및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으로 산정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가격이다.

비상장사인 현대오트론과 현대엠엔소프트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에 의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의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한 가액(본질가치)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했다. 이 역시 회계법인의 가격 산정이 틀리지 않았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상장사인 현대오토에버의 주가가 최근 급등했고 급등한 시점에서 현대오토에버의 합병가액이 구해졌다는 점이다. 현대오토에버의 주가는 지난 8월말 4만원에 불과했으나 이후부터 약 4개월간 2배 이상 급등, 지난 11일 기준 10만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비상장사인 현대오트론과 현대엠엔소프트는 장외 주식가격과 관계없이 비상장법인 합병가액 산정 공식에 따라 본질가치가 구해지고 합병가액이 결정됐다.

현대엠엔소프트 한 주주는 "오너(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오토에버의 합병가액이 본질가치보다 더 높게 형성될 수 있는 시점을 골랐다고 볼 수 있다"며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합병 발표를 해 오너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  2011년말 기준 현대엠엔소프트 주주 현황.(자료=감사보고서)
▲ 2011년말 기준 현대엠엔소프트 주주 현황.(자료=감사보고서)

현대엠엔소프트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31.84%, 25.67%의 지분을 보유, 1·2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타주주가 42.49%에 달한다. 만도맵앤소프트였다가 2005년 현대자동차그룹 인수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분 전량을 인수하지 않아 소액주주들이 존재해 왔다. 2007년 엠엔소프트로 사명을 바꿨고 2011년 다시 현대엠엔소프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기타주주 명단은 공시하지 않고 있으나 2011년 감사보고서에 기록된 주주현황을 보면 정은희씨도 6.27%의 지분을 보유, 주주명단에 올라 있다. 정은희씨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장남 고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의 장녀다.

현대오트론은 현대자동차(60%), 기아자동차(20%), 현대모비스(20%)가 주식 100%를 가지고 있어 소액주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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