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이번 언팩 제품은 논란의 바로 그 이름, ‘화웨이’다. 최근 웨어러블 기기 2종을 출시했다. 익히 유명한 ‘스마트워치’, 그리고 다소 생소한 ‘워치 핏’이다. ‘워치 핏’은 (아마 화웨이가 만든) ‘워치’와 ‘핏’의 조어다. 손목형 스마트밴드 기기 중 ‘워치’는 고가·다기능 제품이고 핏은 중저가 제품인데 워치 핏은 그 중간에 있다고 보면 된다.

국내에서 화웨이의 이미지 또는 편견을 차치하고 봤을 때, 이 회사가 적어도 웨어러블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건 사실이다.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점유율 1위가 바로 화웨이(스트레티지애널리스트 조사)였다. ‘내수시장 빨’이 컸을 가능성이 있지만, 왜 다른 브랜드보다 화웨이가 중국인들에게 선호 받는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  화웨이 워치 핏.
▲ 화웨이 워치 핏.

투박함 위에 얹힌 선명한 화질

첫인상은 투박하다. 네모진 디스플레이에 유광 폴리머 테두리가 그다지 세련돼 보이지 않다. 스트랩은 과거 유행하던 스포츠워치 브랜드가 연상되는 디자인이다. 물론 인상은 주관의 영역이니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화웨이에서 언급한 ‘트렌디’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21그램의 무게는 가볍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팔목에 큰 부담이 없다. 다만 문제는 착용감이다. 스마트워치와 핏 사용자들에게서 자주 나오는 지적이 바로 실리콘 스트랩의 불편한 착용감인데, 핏 워치 또한 이 부분에서 별다른 개선점 없이 출시됐다.

▲  OLED 디스플레이는 그 자체로 선명하나, 카메라가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 OLED 디스플레이는 그 자체로 선명하나, 카메라가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다만 OLED 디스플레이는 그 자체로 선명하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밴드는 중저가형부터 OLED가 들어가고 있어 제품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됐다는 느낌이 든다. 4.16센티미터 스크린 위에 해상도는 456x280으로, 산술적으로 325 PPI(Pixel Per Inch) 수준이다. 비슷한 핏 제품군과 비교해도 화질이 선명하다.

기본 화면인 시계 메뉴를 시작으로 좌우로 넘기면 심박수, 스트레스 체크, 날씨, 음악 컨트롤, 활동 기록 등이 나온다. 우측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세부 메뉴들이 켜지며 운동 기록과 운동 상태, 수면, 숨쉬기 운동, 메시지 확인, 스톱워치, 타이머 등의 기능을 켤 수 있다.

습관을 개선하는 운동 모드

지금껏 출시된 손목형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의 기능을 정리해보자. 시간, 수면 질 체크, 걸음 수, 운동량 체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제품별로 소소한 기능들이 더해지거나 빠지지만, 문외한들이 봤을 땐 그게 그 수준이다. ‘전자손목시계’라는 한계를 뚫고 새로운 기능이 더해져야만 사용자 경험이 개선될 것이다.

▲  밴드 핏의 운동 기능. 운동 방법을 손목에서 바로 확인해 따라할 수 있다.
▲ 밴드 핏의 운동 기능. 운동 방법을 손목에서 바로 확인해 따라할 수 있다.

워치 핏은 무슨 기능이 돋보일까. 제품 홍보 포인트로 내세운 건 ‘배터리’와 ‘운동모드’다. 배터리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열흘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제품을 50% 상태에서 처음 받아 충전 없이 닷새 썼을 때 4%가 남았으니, 완충하면 열흘은 너끈히 쓸 수 있을 듯하다. 이 정도면 스마트핏에 버금가는 배터리 지속력이다.

사실 워치 핏의 특장점은 운동모드에서 나온다. 사용자의 조건에 맞게 10~20여 분간 할 수 있는 수십여 개의 운동 루틴을 스크린에서 직접 보여준다. 제자리에서 스크린을 보고 따라 할 수 있고, 운동 내용이 시시각각 기록된다는 점에서 운동 문외한들에게 적합하다.

▲  스크린 상에 운동 시간과 거리, 심박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운동 상태는 스마트폰 건강 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스크린 상에 운동 시간과 거리, 심박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운동 상태는 스마트폰 건강 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품을 착용하고 달리기를 해봤다. 시험 삼아 4분여의 짧은 시간 뛰었을 뿐인데 금방 숨 가쁘고 가슴은 펌프질했다. 일이다 육아다 해서 운동을 해오지 못했던 만큼 스마트워치와 앱은 나의 ‘저질 체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급 반성하게 된다. 웨어러블 기기가 갖는 장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앞서 언급한 착용감 문제는 몇몇 기능을 아예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다. 대표적인 게 수면 질 측정 기능으로, 제품을 끼고 자려고 해도 실리콘 스트랩에서 느껴지는 이물감 때문에 무의식중에 제품을 빼게 만든다. 체험한 닷새 동안 수면 질 체크는 아예 할 수 없었다.  또 실리콘 스트랩 재질이 갖는 특성상 조금이라도 더운 환경에 있으면 금방 손목에 땀이 차게 된다. 이런 부분에 민감한 사용자는 구매 전 참고해야 할 지점이다.

화웨이 워치 핏을 사야 할 이유는?

이제 화웨이 워치 핏이 위치한 다소 애매한 포지션을 이야기할 차례다. 손목형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는 워치냐 핏이냐에 따라 가격대가 확 갈린다. 국내 유저들에게 소구력을 갖춘 샤오미 미밴드2가 4만원, 삼성전자 ‘갤럭시 핏2’가 5만원인데, 이 제품은 무려 15만원으로 핏에 비해 가격 메리트가 없다.

반면 워치류는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기준으로 10만원대 후반부터 20~40만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실제로 이 제품과 같이 출시된 화웨이 워치 GT2 프로의 경우 가격이 35만원이다. 핏보다 사양이 높고 저장장치 용량이 크며 여러 기능이 더 붙었기 때문이다.

결국 워치 핏은 핏보단 성능이 좋은 제품을 사고 싶지만, 워치만큼 돈을 들이고 싶지 않은 사용자들을 타깃층으로 설정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여기서 이 제품이 갖는 맹점이 생긴다. 여타 저렴한 가격대의 핏과 비교했을 때 이 제품은 운동 앱과 GPS, 몇몇 센서 등을 제외하면 메리트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여타 스마트워치와 비교했을 때도 가격이 아주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경쟁작인 샤오미의 스마트워치 ‘어메이즈핏 GTS’도 AMOLED, NFC, 방수, GPS, 2주일간 지속되는 배터리 등을 지원하는데 가격은 13만원대다. 좀 더 투자한다면 삼성전자의 2019년 갤럭시워치(23만원)나 애플워치(29만원)도 구매할 수 있다.

▲  화웨이는 여러 신뢰 논란으로 말미암아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사진=https://www.flickr.com/photos/opengridscheduler/)
▲ 화웨이는 여러 신뢰 논란으로 말미암아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사진=https://www.flickr.com/photos/opengridscheduler/)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화웨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낮은 신뢰다. 노트북 백도어 논란을 비롯해 중국 정부와의 유착 관계, 기술 유출, 저가에 통신망을 구축하게 만든 뒤 종속성을 기반으로 정비·수리에 높은 비용을 매기는 등, 화웨이는 지금껏 수많은 잡음을 만들어왔다.

이런 신뢰 문제는 궁극적으로 화웨이 제품이 팔리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같은 중국 브랜드라도 샤오미나 오포가 상대적으로 이런 논란에 덜 묶여있다는 걸 감안할 때, 화웨이가 자국 밖에서 가진 이미지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숙제다.

화웨이의 이런 낮은 신뢰를 극복할 만큼 워치 핏이 메리트있는 제품은 아닌 듯 보인다. 운동 보조 기능이 두드러지긴 하나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여타 제품보다 특장점이 있진 않다. 무엇보다 최신 핏 제품군에 비해선 너무 비싸고, 여타 스마트워치에 비해선 성능이 확실히 뒤처진다. 화웨이 워치 핏은 여러 측면에서 손목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의 ‘회색지대’에 놓인 제품이라 봐야 할듯하다.

▲  화웨이 워치 핏(왼쪽)과 스마트워치 GT2(사진=화웨이)
▲ 화웨이 워치 핏(왼쪽)과 스마트워치 GT2(사진=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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