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2020 비트코인 가격 변천사②

발행일 2020-12-14 16:48:21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지, 떨어질지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입니다. 특히 이번 달에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또 한 번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데요. 문제는 비트코인이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을 보여왔던 자산인 만큼, 앞으로도 그 향방을 쉽게 낙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란 말처럼 비트코인 역시 지난 족적을 돌아보면 어떤 요인에 따라 가격이 변화해왔는지 대략적으로나마 가늠해볼 순 있을 겁니다.

이번에 <블로터>는 2편에 걸쳐 올해 1월부터 12월 현재까지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영향을 끼친 외적 요인들을 월 단위로 정리해 소개합니다. 시기별 평균 가격대와 당월 발생한 사건과의 연계성을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그간의 경향을 훑어보기 위한 기사로만 참고하길 바랍니다.

[넘버스]2020 비트코인 가격 변천사①

이미지=Pixabay


7월: 길어진 박스권 눈치 보기…상승 혹은 하락의 기로

앞서 1~6월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크고 작은 가격 하락과 반등을 반복했지만 일종의 새로운 모멘텀이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 정세가 불안할 때 가격이 오르는 안전자산의 면모가 일부 다시 확인됐고,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긍정적인 태도로 전향하며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던 시기와 비교해 단단한 가격 지지선이 형성됐죠.

하지만 이를 기반 삼아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7월 초~중순 비트코인 가격은 990만원~1000만원대 초반을 횡보하며 올해 가장 잔잔한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이를 두고 몇몇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매수 세력과 매도 세력 간 힘겨루기로 인한 가격 저항선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는데요. 이처럼 그다음 장을 이끌 결정적 ‘한방’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횡보할 경우 가까운 시일 내에 급등, 혹은 급락장이 연출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후 기다림 끝에 7월의 승자는 상승론자들이었습니다. 26일 박스권 위로 가격이 형성되더니 약 4일 만에 1200만원대(약 16%↑)까지 가격이 오른 거죠. 이때 상승 요인에 대해선 달러 약세에 따른 금값 상승 여파,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Defi) 투자 열풍에 몰렸던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넘어온 것이라는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으나 이전에 비해선 다소 결과론적으로 보입니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시기 하락을 피한 비트코인에는 전보다 높은 가격 지지선이 생겨났다는 겁니다.

이미지=Pixabay


8월: 아들에게 비트코인 선물한 비트코인 비관론자

7월 말 반짝 상승세를 보인 비트코인 가격은 8월 내내 1200만원대 좁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습니다. 큰 변화는 없었으나, 대신 투자자 입장에선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소식들이 잇따라 전해지던 시기였죠.

먼저 8월 6일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회사 차원에서 향후 2억5000만달러(한화 약 2700억원)를 비트코인과 금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주주들에게 발표했습니다. 뒤이어 17일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이자 대표적인 비트코인 비관론자 중 하나였던 조지 볼 SMH 회장이 “9월 노동절 이후 비트코인이 대체 투자자산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입장 전환에 나섰고요.

또 같은 시기 골드만삭스는 디지털 자산 부서 책임자에 사내 핵심 인물 중 하나를 임명하며 자체 코인 발행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 골드만삭스 역시 상반기까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행보를 보이던 대형 투자은행입니다.

이 밖에도 월가의 또 다른 비트코인 비관론자 피터 쉬프 유로퍼시픽캐피탈 CEO가 아들의 18번째 생일선물로 비트코인을 선물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는 등 여름을 기점으로 상당수 비트코인 비관론자들이 옹호파로 돌아선 모습들이 발견됩니다.

2020년 7~8월 비트코인 가격(초록선) 그래프 (자료=코인마켓캡)


9월: 비트코인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손, 증시와 고래

그러나 역시 '기대'만으론 부족했던 걸까요. 가격 횡보 구간을 지나 9월 초에는 또 한 차례 큰 가격 조정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외부 변화에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비트코인의 특성이 여실히 드러난 지점인데요. 2일 1300만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직후 곧바로 일주일에 걸친 하락기를 맞이합니다. 그사이 가격은 다시 1000만원대(15%↓) 후반까지 내려앉았죠.

당시 이유에 대해선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지목됩니다. 하나는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입니다. 2017년 이후 비트코인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로 전통 금융시장과의 높아진 연계성이 거론돼 왔는데요. 같은 시기 장기간 우상향했던 미국 증시가 조정 심리에 따라 성장을 멈추자 비트코인 가격도 떨어졌다는 분석이 여러 곳에서 나왔습니다.

또 하나는 대형 투자자, 이른바 ‘고래’ 매도에 의한 영향이란 분석입니다. 비트코인 온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크립토퀀트’는 <코인데스크> 기고를 통해 대형 채굴 기업들이 2~3일 사이 많은 비트코인 물량을 거래소 지갑으로 이동했고, 이들 주도로 추정되는 매도가 시작된 직후 -13% 이상의 급락이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단기적 분위기나 정책 변화 외에도 실질적으로 시장 내 물량을 움직이는 ‘큰손’들의 행보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죠.

수면 밑에서 ‘큰 물결’을 만들어 내는 고래의 존재 (이미지=Pixabay)


10월: 연거푸 쏟아진 호재…시장 가격도 ‘들썩’

10월은 본격적으로 상승장에 가속이 붙은 시기입니다. 11일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마이크 맥글론은 ‘블룸버그 크립토 아웃룩’ 보고서를 통해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저평가되어 있으며 2020년 이내에 가격이 1만4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10월에만 최대 1만3700달러(한화 15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르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습니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1000개 이상 보유한 고래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월가의 전망도 한층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월가에서는 “트럼프나 바이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2021년 1분기까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치 침체를 계속 극복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이 추가로 시행될 것”이라며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이 계속될 거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아울러 10월의 가장 큰 호재는 글로벌 결제 플랫폼 ‘페이팔’의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 도입 소식이었습니다. 21일 페이팔은 미국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DFS)에서 가상자산 취급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페이팔 지갑’ 서비스를 론칭했는데요.

이를 통해 전세계 2600만개에 달하는 페이팔 가맹점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쇼핑이 가능해지며 가상자산 대중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한 단계 더 높아지게 됐습니다. 또 중국 인민은행에서는 23일 디지털 형식의 위안화(CBDC)도 법정화폐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2020년 9~10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


11월~현재: 최고가 경신 후 기약 없는 횡보

잇따른 호재와 대조적으로 ‘악재’라 부를 만한 사건이 한동안 잠잠해지자 가격 상승도 계속됐습니다. 전반적으론 올해 나타난 여러 가격 상승 요인, 이를테면 △대체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 △기업 및 기관의 투자 행보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 장기화 등이 모두 힘을 내며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국 11월 18일 2000만원이란 상징적 고지를 되찾은 비트코인 가격은 약 2주 뒤인 12월 1일 0시, 역대 최고가인 1만9850달러(약 2160만원) 달성에도 성공합니다. 앞서 수일간 불안감에 따른 가격 조정으로 1800만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했으나, 빠른 회복과 더불어 추가 상승에도 성공한 거죠. 다만 투자자들의 웃음이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최고가 경신 이후 현재까지 가격이 다시 주춤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12일에는 1930만원대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14일 현재 2080~2100만원대 사이를 오가며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선 업계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말에서 2021년 초까지 2만달러 돌파는 가능하리라 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앞서 가격 상승을 견인한 기관 투자, 경기 부양 정책 등이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힘을 낼 수 있을진 미지수입니다. 지난 가격 흐름의 변화를 보면 새로운 기대 사건이 등장해야만 상승 랠리도 그만큼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이 밖에도 코로나19의 종식 여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전개될 비트코인 관련 정책의 실제 온도 역시 가까운 시일 내에 비트코인 가격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으로 꼽힙니다.

2020년 7월~12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


하반기 종합

7~12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는 확실히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그리고 있습니다. 상반기과 비교해 위기보다 기회가 더 많았고, 단발적 요인보다 기관과 고래처럼 장기적 변화를 야기하는 주체들의 투자 행보가 이를 뒷받침했죠. 하지만 거듭 강조하는 건 이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은 명목상 ‘화폐’의 이름을 갖고, 그 역할을 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언제든 정치권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EX의 CEO 홍팡은 대표적인 비트코인 장기 홀더 중 하나지만 ‘비트코인이 잘못될 시나리오’ 중 하나로 비트코인이 법정화폐의 위협 요소로 성장할 경우 각국 정부가 언제든 이를 금지시킬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은 금이 될 수 없는 이유’로 태생적인 높은 변동성 리스크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예측하려면 전문가의 정교한 온체인 데이터 흐름 분석, 국제 정세 변화를 예견할 수 있는 통찰력이 반드시 함께 요구됩니다. 그런 준비 없이 ‘분위기’에 의존한 주먹구구식 투자는 언제든 큰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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