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막혔던 해외여행의 재개 가능성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막혔던 하늘길이 열릴 경우 가장 주목받게 될 국가로 일본을 꼽고 있다. 가깝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과 억눌린 수요가 당장 갈만한 곳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여행 선호도 1위는 유럽…실제 목적지는 일본?

▲  (일본정부관광국 제공)
▲ (일본정부관광국 제공)

지난달 말부터 해외여행 상품의 예약 접수를 시작한 참좋은여행은 15일까지 누적 예약자 1만3000여명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참좋은여행의 예약 현황에 따르면 유럽 예약이 전체의 60%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동남아 20%, 일본 10%, 미주 지역이 약 3% 수준으로 나타났다. 과거 인기 여행지였던 일본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노(NO) 재팬’ 운동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시작되면 장거리 지역이 아닌 일본이 최대 수혜지역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유럽 등 장거리 지역 여행은 가격이 비싼 데다 긴 일정이 필요하고, 최근 코로나19 이후 동양인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지는 등 심리적 장벽이 높아져 여행객이 급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변수가 많지만 방역 문제만 해결된다면 일본으로 가는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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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본 여행을 원하는 국내 여행 수요는 수면 아래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일본의 모 골프장의 경우 한국인 대상으로 항공편만 빠진 내년도 특가 상품을 판매했는데 금세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 일본의 유명 골프장 예약사무소에서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등을 대상으로 100명 한정 예약을 받았는데 며칠 사이에 판매가 마감됐다”며 “항공편을 제외한 골프, 온천, 숙박 등이 포함된 상품으로 유효기간이 내년 말까지로 길었고 기존 가격 대비 할인 폭이 크다 보니 미리 준비하려는 여행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위해 관광객 유치 노리는 日 정부

일본의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 움직임도 주목된다. 지난 6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이후 일반 관광객 입국 제한 완화를 고려해 내년 봄부터 소규모 외국인 단체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인스타그램)
▲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인스타그램)

대상 국가는 중국, 대만 등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국가로 한정돼 있다. 다만 입국 후 2주 격리를 면제하는 조건으로 관광객들은 코로나19 음성 증명서 제출, 휴대전화에 건강 모니터링 앱 ‘코코아’ 설치, 전세 버스로만 이동, 민간 의료보험 가입, 여행계획서 준비 등을 해야 한다.

보기에는 까다롭지만 코로나19 검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여행사가 대행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사실상 음성 증명서만 갖고 있으면 일본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셈이다. 만약 일본이 한국 관광객 입국을 허용한다면 국내 여행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희망은 백신…하지만 日 정상화 시기는 미지수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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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가능성은 코로나19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달렸다. 확진자 감소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어들어야 하늘길이 열리게 된다.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사활을 건 일본 정부는 백신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백신 접종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0일 기사에서 “일본에서 이르면 내년 3월에 접종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확보한 백신의 임상 시험과 심사 절차까지 거치면 접종 시기는 빨라도 내년 3월 이후라는 것이다.

접종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 사회가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가에 달렸다. 전망은 어둡다. 영국 의료조사업체인 ‘에어피니티’는 백신 확보 상황을 토대로 세계 각국의 집단 면역이 생성돼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시점을 분석했는데 일본의 경우 2022년 4월로 예상했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2021년 4월)을 비롯해 캐나다(6월), 영국(7월), 유럽연합(9월), 호주(12월)보다 훨씬 늦은 것이다. 해당 분석이 적중한다면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은커녕 도쿄올림픽 개최마저 어려울 수 있고 입국 제한도 유지될 것이 분명하다.

불매운동도 관건…"일본 여행객 늘기 어렵다" 의견도

▲  (일본정부관광국 제공)
▲ (일본정부관광국 제공)

또 다른 변수는 ‘노(NO) 재팬’ 분위기의 지속 여부다. 한국인 여행객이 가지 않으면 입국 제한이 풀려도 의미가 없다.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여행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2019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방문객은 전년 대비 25.9% 감소한 558만명을 기록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인 7~12월만 보면 전년 동기(352만명) 대비 51.1% 줄어들었다. 이러한 파괴력을 가진 일본 불매운동은 내년에도 해외여행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을 촉발한 아베 전 총리가 퇴진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대놓고 일본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돼 해외여행이 가능하게 되더라도 일본 여행 수요가 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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