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계열분리에 이례적으로 '잡음'이 발생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이하 화이트박스)'는 LG그룹의 계열분리를 반대하는 서한을 ㈜LG에 보냈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 등을 떼갈 경우 주주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게 반대 이유다.

LG그룹은 지난 9월 LG화학의 전지사업부(현 LG에너지솔루션) 분사에 이어 그룹 계열분리까지 소액주주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정도(正道) 경영'을 내세운 LG의 그룹 이미지는 흠집이 났다는 평이다.

▲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사진=화이트박스 홈페이지)
▲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사진=화이트박스 홈페이지)

15일 LG그룹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LG의 계열분리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실패할 것"이라며 "LG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다는 이유로 주주에게 반하는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LG는 지난 11월26일 이사회를 열고 구본준 고문이 △LG상사 △LG하우시스 △판토스 △LG MMA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분할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구 고문은 ㈜LG 신설지주를 통해 4개의 계열회사를 지배하게 된다. ㈜LG는 내년 3월26일 정기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분할을 확정한다. 분할기일은 내년 5월1일이다.

㈜LG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소액주주는 계열분리가 주주가치를 제고하는데 기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화이트박스는 이사회 결의가 있은지 14일 만에 반대의견을 공식적으로 냈다. 화이트박스는 "인적 분할로 LG의 순자산 가치 중 약 2%가 빠져 나간다"며 "(LG그룹은) 주가가 그룹 순자산가치의 약 69% 수준인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화이트박스는 "LG그룹은 국내 업계 중 지배구조가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이번 계열분리는 소액주주보다 가족경영을 우선한 것"이라며 "이는 코리안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저평가되는 현상)가 지속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LG그룹은 "계열분리로 전자와 화학, 통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계열분리가 마무리되고, 그룹의 성장 전략이 구체화되면 주가에 부정적인 현안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트박스의 설명대로 이번 계열분리가 LG그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LG 신설지주로 편입되는 LG하우시스, LG상사 등은 그룹의 비핵심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번 계열분리는 전기차용 2차전지와 화학, 전자부문 등으로 사업 집중도를 높이고, 비핵심사업인 건자재 등을 떼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그럼에도 행동주의펀드가 계열분리에 제동을 걸면서 그룹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LG그룹은 지난 9월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사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주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는 등 집단행동을 이어갔다. 이번 계열분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외 행동주의펀드가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냈고, 한국 재벌그룹의 가족경영을 공식적으로 문제삼았다.

LG그룹은 2004년 GS그룹과 LS그룹을 분리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없이 마무리했다. 하지만 4세인 구광모 회장 체제에 접어들면서 행동주의펀드가 계열 분리를 반대했고, 그룹 전통인 '조용한 승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기업 경영에 제동을 건 사례.(자료=LG그룹 및 언론 등)
▲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기업 경영에 제동을 건 사례.(자료=LG그룹 및 언론 등)

한편 화이트박스 사례는 해외 행동주의펀드가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제동을 건 6번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003년 영국 소버린자산운용은 SK그룹의 경영진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5년 삼성물산 합병과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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