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오랜 기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외자계 완성차 업체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가 급기야 대출금 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당장은 상환보다 상환 연장에 기대야하는데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발 빼는 상황에서 채권자들이 이를 수용할 지가 의문입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또한 지원 의지가 그닥 크지 않아 보입니다.

쌍용차는 14일 만기인 약 600억원 규모(대출원금:599억원·이자:6177만원)을 갚지 못했다고 15일 공시했습니다.

채권자는 모두 외국계로, 각각의 대출 규모는 JP모건 200억 2000만원, BNP파리바 100억 1000만원,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300억 3000만원 정도 입니다.

쌍용차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경영 상황 악화로 상환 자금이 부족했다"고 밝히며 "해당 대출 기관과 만기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헌데 문제는 채권자들이 쌍용차에 대해 대출 연장을 해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주주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요. 9월 말 현재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율은 74.65% 수준입니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지난 4월 쌍용차의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채권단이 이를 대출 조건 불이행으로 받아들이면 만기 연장 보단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설상가상으로 쌍용차는 이달 21일 산업은행의 대출금 900억원(운영자금:200억원, 시설자금 700억원)을 추가로 갚아야 합니다. 물론 쌍용차가 현재 쥐고 있는 현금 582억원(2020.3Q 기준)으론 택도 없고요. 결국 산업은행에 대해서도 만기 연장을 요청해야 하는데 그간 쌍용차에게 냉정해왔던 산은의 기조를 보면 이 역시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에 대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본질”이라며 "정부의 기준으로 보면 쌍용차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못 밖았습니다. 또 앞선 6월에도 산은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산은에 기대려는 쌍용차에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물론 산은이 쌍용차를 완전히 모른체는 할 수 없을 겁니다. 말 그대로 국책은행이니 말이죠. 허나 만기 연장선에서 산은이 추가 지원을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만큼 쌍용차의 존속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란 얘깁니다.

쌍용차는 올해 3분기 연속 감사 의견을 거절당했습니다. 앞서 삼정회계법인은 3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3090억원의 영업손실과 3048억원의 분기순손실이 발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357억원 초과하고 있다"며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4분기 감사의견 마저 '거절'이 나오면 쌍용차는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합니다.

지금으로선 마힌드라가 마음을 돌리거나 자금력이 있는 새 대주주를 만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헌데 마힌드라는 그럴 마음이 확실히 없는듯 합니다. G4렉스턴의 인도 조립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 11월 2021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선 "쌍용차에 더이상 투자하지 않겟다"고 선언했습니다. 쌍용차에 완벽한 이별을 고한 셈이죠.

새 대주주로는 미국 자동차 유통사 HAAH 오토모티브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HAAH 오토모티브는 마힌드라와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HAAH 오토모티브의 연매출은 200억원에 불과합니다. 2조원 대의 쌍용차를 품을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첩첩산중입니다. 쌍용차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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