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도 공시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이하 협회)는 14일까지 입법 예고된 특금법 개정안 시행령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 의무공시제’ 반영을 공식 건의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금감원이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현재 거래소마다 제각각인 코인·토큰 상장 기준, 일관성 없는 공시 기준 등을 시장 신뢰도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별도의 공시 의무·기준이 없는 지금 업계에서는 백서에 유명인 이름이 허락 없이 남용되거나, 자산 총발행량 변경 등 중대한 변동 사항이 ‘깜깜이’로 이뤄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면, 주식 시장은 기업이 50여개 경영 상황을 DART에 공시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으므로 사업과 관련된 주요 변동 사항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박항준 협회 상임부회장은 “2020년 기준 약 100여개 다국적 거래소가 운영 중이고 1000개 이상의 가상자산이 상장된 상황에서 공시 시스템을 놓친 건 제도적 실수”라며 “민간에서 단독으로 운영하는 공시 서비스도 있지만 업체와 가상자산 프로젝트 사이 비즈니스 관계를 고려하면 공시의 신뢰성이 담보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내년 3월 발효되는 특금법 개정안 시행령에 가상자산 의무공시 조항이 한 줄이라도 추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금법에 따르면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자격 요건을 갖춘 뒤, 내년 9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마쳐야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신고제를 통해 거래소의 제도권 편입이 시작된 건 긍정적’이란 반응이지만, 상장된 가상자산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온전한 신뢰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  VART 시스템에 대해 발표 중인 박항선 협회 상임부회장 (자료=발표영상 갈무리)
▲ VART 시스템에 대해 발표 중인 박항선 협회 상임부회장 (자료=발표영상 갈무리)

협회는 정부에 상장 자산에 대해 통일된 정보 등록, 사업 변동 기록 공개가 가능한 ‘가상자산 전자공시 시스템(가칭 VART)’ 도입을 제안했다. VART를 통해 각기 다른 기준으로 상장된 가상자산을 일괄 관리함으로써 투자자 보호 조치를 강화할 수 있으며, 공시 위반에 따른 거래소 퇴출, 민형사상 책임 부과 기준 등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주식과 달리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며 다국적 기업과 해외 거래소도 다수 진출해 있다. 따라서 협회는 4개 국어 이상의 공시 서비스를 상시 제공할 수 있도록 국내 여러 협회와 기업 협단체 구성을 통한 공시관리 감독 기관 위탁 운영 또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VART 도입과 운영을 위한 향후 해결 과제들도 남아 있다. 통일된 공시관리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블록체인 산업 진흥 법률과 시행령 제정이 추가로 이뤄져야 하며, 입법 관계자 및 산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TFT(입법 연구회) 구성도 필요하다. 또 주기적인 세미나, 성과발표회 등을 통한 외부 평가를 거쳐 운영 문제 보완 및 신뢰성 재고 활동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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