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콘텐츠뷰’는 게임, 드라마, 영화 등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감상·체험하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보는 기획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흔히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은 콘텐츠 업계의 '보물'로 인정받는다. 잘 만든 영화를 게임이나 드라마로 재현하거나 게임을 영상물로 재창조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 기법은 이미 산업계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콘텐츠의 성격이나 재가공 여부에 따라 원작의 흥행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여전히 '변수'로 남았다.

대만 기업 '레드 캔들 게임즈'가 만든 2D 횡스크롤 워킹 시뮬레이션 게임 '반교: 디텐션'도 대표적인 OSMU 사례다. 스팀발 PC 버전이 2017년 출시된 후 같은 해 플레이스테이션4(PS4)용 게임이 발매됐다. 2018년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출시된 후 지난해 모바일용 '반교: 디텐션'이 출시될 만큼 유저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  반교: 디텐션 게임 타이틀 이미지. (사진=스팀 홈페이지 갈무리)
▲ 반교: 디텐션 게임 타이틀 이미지. (사진=스팀 홈페이지 갈무리)

반교: 디텐션이 입소문을 타게 된 것은 단순히 공포 장르의 희소성보다는 대만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탁월했다는 점이다. 서정적인 음악과 역사적 비극이 게임에 녹아들면서 이른바 '깜놀(깜짝 놀라다)'스러운 장면이나 기괴한 연출없이도 음산한 분위기를 인상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이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영상화까지 추진되며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쉬한창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고 대만 현지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20 타이베이 영화제'에서는 대상, 최우수 영화상, 여우주연상, 시각효과상, 미술상, 음향상 등 6관왕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2019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알려진 후 지난 8월 13일 정식으로 개봉한 바 있다.

'반교: 디텐션'의 미디어 믹스는 드라마로 이어졌다. 아웃랜드 필름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반교: 디텐션' 드라마는 대만 PTS와 넷플릭스를 통해 전파를 탔다. 원작의 30년 후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반교: 디텐션'을 넷플릭스에서 만나봤다.

먼저 알아야 할 것들

반교: 디텐션을 넷플릭스에서 발견한 후 웹 서핑을 통해 원작의 기본 정보를 찾아봤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제목에 담긴 의미였다. 반교는 '학교로 되돌아가다'는 뜻이며 '디텐션(detention)'의 경우 '구금'을 의미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되돌아간 학교에서 구금되다'라는 뜻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일어날 비극을 암시하는 복선일까.

▲  반교: 디텐션 영화(왼쪽)와 드라마 포스터. (사진=각사 홈페이지 갈무리)
▲ 반교: 디텐션 영화(왼쪽)와 드라마 포스터. (사진=각사 홈페이지 갈무리)

제목을 찾은 후 시청한 반교: 디텐션에서는 1969년 진환 추이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첫 장면부터 '장밍후이', '웨이중팅'이 불온서적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팡루이신'이 학교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여기까지가 영화에서 나온 원작의 서사인데 드라마의 경우 이보다 30년이 지난 후의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원작 게임을 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도입부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전에 알아두면 좋은 정보가 있는데 반교: 디텐션의 경우 대만의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다.

드라마보다 앞서 개봉한 영화에서는 1960년대 대만의 독재 체제를 그려낸다. 대만은 1987년 이전까지 계엄령이 내려진 독재 체제가 이어졌다. 정부가 국민의 사상까지 통제하며 철저하게 정권을 유지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멋진 신세계'나 '1984'를 불온서적으로 정하고 해당 서적을 소지한 이를 막무가내로 잡아들여 고문했다. 게임에서는 국민당 독재 치하에서 학생들까지 잡아들이는 잔혹한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30년 전 굴레 벗어날까

게임을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략한 정보만을 찾아봤다. 16일 현재 넷플릭스는 반교: 디텐션의 전체 에피소드 중 절반만을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오는 19일 5화와 6화를 공개한 후 일주일 후인 26일 7화와 8화를 순차적으로 업로드할 계획이다. 대만에서 방송중인 드라마인 만큼 현지 방송 스케쥴에 따른 조정으로 볼 수 있다.

▲  반교: 디텐션 드라마에 등장하는 류윈샹(오른쪽). (사진=넷플릭스 반교: 디텐션 갈무리)
▲ 반교: 디텐션 드라마에 등장하는 류윈샹(오른쪽). (사진=넷플릭스 반교: 디텐션 갈무리)

30년 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는 원작 주인공의 비극적 선택을 보여준 후 새로운 인물들의 서사를 공개한다.

추이화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류윈샹(리링웨이 분)'은 평소 환영을 보는 병을 앓고 있다. 가정 불화의 어머니의 억압에 지쳐가던 류윈샹은 학교에서 무당 가문 계승자 '청원량(황관즈 분)'을 만나게 된다. 30년 전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폐건물에 갔던 류윈샹은 학교의 철저한 감시를 받으며 교내 왕따를 표시하는 '귀신' 표식을 달게 된다. 류윈상은 환영에 시달리다 청원량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호기심에 따라간 분신사바 현장에서 더 큰 혼란을 겪게 된다.

1화와 2화에서 주의깊게 볼 점은 류윈샹의 성격 변화다. 류윈상은 어머니와 학교의 통제를 받으며 '딸'이자 '추이화 고등학교의 학생'이라는 신분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한다. 그가 유일하게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머리띠'를 벗을 때인데, 여기서 이 작품의 상징성을 찾아볼 수 있다.

▲  류윈샹(왼쪽)이 거울 속에 보이는 팡루이신의 영혼을 보며 웃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반교: 디텐션 갈무리)
▲ 류윈샹(왼쪽)이 거울 속에 보이는 팡루이신의 영혼을 보며 웃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반교: 디텐션 갈무리)

드라마의 시대상은 2000년을 앞둔 1990년대 말로, 근대화가 시작된 시기이지만 여전히 시골인 진롼 지역은 군인 출신 교관이 학생들을 통제하고 학교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자로 군림한다. 어머니가 씌워주는 머리띠는 류윈상을 억압하고 가두는 일종의 '통제 장치'로, 독재 체제가 끝난 후에도 남아있는 시대상을 표현한다.

집에 있는 '거울'은 류윈샹의 '내면'이다. 류윈샹은 귀신을 거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거울을 가리지만, 팡루이신의 영혼을 받아들이며 거울 속에서 밝은 미소를 보인다.

원작을 계승한 흔적도 재미 요소로 다가온다. 게임 내 주인공인 팡루이신은 2화에서 귀신으로 등장하는데, 류윈샹을 찾아와 그의 영혼을 잠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눈여겨 봐야할 인물이 교장의 아들인 '선화(야오춘야오 분)'다.

▲  옥상에서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류윈샹과 청원량(오른쪽). (사진=넷플릭스 반교: 디텐션 갈무리)
▲ 옥상에서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류윈샹과 청원량(오른쪽). (사진=넷플릭스 반교: 디텐션 갈무리)

원작 게임에서는 고등학생 팡루이신과 장밍후이가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데 드라마에서도 류윈샹과 선화가 비슷한 상황을 맞는다. 선화가 원작에서 비밀 독서회를 만든 장밍후이처럼 문학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점과 팡루이신의 영혼이 류윈샹을 찾아온 것은 30년 전의 굴레를 반복하는 서사를 암시한다.

반교: 디텐션은 대만의 비극적인 역사를 풀어낸 동명의 게임 세계관에 변주를 줬다. 등장인물의 서사는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표현했지만, 원작에 등장한 인물들이 귀신이나 사진으로 등장해 게임과 영화의 서사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원작 세계관을 오롯히 이해하기 위해 다음 [콘텐츠뷰]부터 드라마→영화→게임 순으로 리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호러 마니아들의 입맛에는 다소 싱거운 콘텐츠로 다가올 지도 모르니 1화를 시청한 후 연속성을 고려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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