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땅 부자' 강남제비스코, '적자여도 괜찮아'

발행일 2020-12-17 16:14:45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강남제비스코 로고.


강남제비스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도 페인트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아무리 전방산업 침체 영향이 크다고 하지만 2년째 적자를 낸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만한 성적이죠.

무엇보다 경쟁업체들과 비교하면 실적 악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업계 1위 KCC는 올해 430억원의 이익을 내 지난해보다 오히려 영업이익을 4.5%나 늘렸고요. 노루페인트는 4%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280억원의 준수한 실적을 올렸습니다. 삼화페인트는 전년 대비 26.8% 증가한 78억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출처=각 사 분기보고서.


주요 5개 업체 중 올해 페인트 사업에서 적자를 낸 업체는 조광페인트와 강남제비스코 두 곳 뿐입니다.

강남제비스코의 실적은 2017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당시 처음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100억원대로 감소했습니다. 이후에는 여러 악재가 겹쳤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며 2018년 영업이익은 17억원을 기록했고요. 2019년에는 안양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생산이 중단된 영향으로 20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올 3분기까지도 40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여전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강남제비스코 사업 및 분기 보고서.


연결 기준으로 보면 흑자로 돌아서긴 했습니다. 지난해 20억원 손실을 봤지만 올해는 25억원의 이익을 기록 중입니다. 그러나 예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한참 멀었죠. 5년 전인 2015년만 하더라도 3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뽑아내던 회사가 강남제비스코입니다. 매출규모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수익성이 곤두박질 친 결과입니다.

출처=강남제비스코 사업 및 분기 보고서.


그러나 적자가 이어진다고 해서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페인트 사업의 적자 규모가 줄어든 것도 긍정적이긴 하지만, 재무구조가 아주 우량하기 때문이죠.

강남제비스코는 기본적으로 무차입 경영이 특징입니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총차입금이 100억원을 넘어선 적이 없습니다. 이에 비해 항상 현금은 두둑히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015년에는 1500억원이 넘는 현금을 갖고 있었죠.

별도 기준으로는 이러한 특징이 더 잘 나타납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은 아예 차입 없이 회사를 운영했고요. 2019년 들어 장기차입을 조금 늘리기 시작해 올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180억원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530억원으로 차입금을 훌쩍 웃돕니다. 부채비율은 23.5%에 불과합니다.

출처=강남제비스코 사업 및 분기 보고서.


강남제비스코가 가진 진짜 무기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인데요. 회사 규모를 감안하면 엄청난 ‘땅 부자’입니다.

올 3분기 기준 강남제비스코가 보유한 자산항목 중 ‘토지’ 부분을 보시죠. 분기보고서에는 강남제비스코의 구체적인 토지 자산 내역이 공개돼 있습니다. 별도 기준으로 자회사들을 제외하고 오로지 강남제비스코가 갖고 있는 토지 가격의 총 합만 1900억원에 달합니다.

가장 땅 값이 비싼 곳은 ‘경기도 군포시 농심로8’을 주소로 하는 땅입니다. 바로 이곳이 2019년 화재가 발생했던 안양공장 부지입니다. 기초 장부가액은 510억원 수준인 반면 공시지가는 13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 매매가 이뤄질 경우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죠.

출처=강남제비스코 2020년 3분기 보고서.


강남제비스코는 올해 안에 안양공장을 경기도 평택시 포승공단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공장을 이전할 경우 안양공장 부지를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실제 자산 유동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강남제비스코는 최근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바 있습니다. 3분기 보고서 재무제표 주석을 보면 지난 8월 25일 부산사업장 토지와 건물을 매각했다고 나옵니다. 총 매각대금은 90억원으로 강남제비스코 입장에선 작지 않은 규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강남제비스코 2020년 3분기 보고서.


회사의 시장평가액과 견줘보면 강남제비스코가 보유한 토지가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17일 기준 강남제비스코의 시가총액은 1388억원으로 집계가 됐습니다. 토지의 시가가 1900억원이니 시가총액을 훌쩍 웃도는 수준입니다.

강남제비스코는 2012년부터 오너 3세인 황익준 사장 체제로 바뀐 뒤 대대적인 투자를 벌였습니다. 베트남 공장 증설을 결정했고, 평택공장 이전도 사업확장의 일환입니다. 그러나 페인트 사업 실적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데요. 과연 언제쯤 제대로 투자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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