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2020년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에 눈을 뜬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초부터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온라인 중심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회사로 출근해 부서원들과 회의를 하고 외부 거래처 직원들과 미팅을 하는 등 일반적인 오프라인 업무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대체됐습니다. 기업들은 비대면으로도 소통하고 업무를 볼 수 있는 협업 솔루션을 급하게 도입했습니다. 외부에서도 업무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환했습니다. 때문에 기업용 협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렸고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또 관심을 둔 분야가 보안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사내에서 업무 관련 데이터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에는 재택 및 원격근무가 일상입니다. 기업의 업무 관련 시스템과 데이터에 접속하는 외부의 접점들이 많아졌습니다. 직원들이 각자 집의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업무를 보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보안에 대한 위협이 커졌습니다. 기업들의 보안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입니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은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히 보안 제품 및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및 실적발표)
▲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및 실적발표)

기업들이 보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서 정보보안 기업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보보안 시장은 다른 업종에 비해 변화가 크지 않았습니다. 공공·금융기관 및 대기업들이 보안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크게 늘리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들은 보안에 대한 투자를 할 여력이 부족해 대기업에 비해 투자규모가 당연히 작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보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기업들은 자금을 보안보다 당면한 사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1,2위 기업들의 실적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보보안 기업 중 연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선 곳은 SK인포섹이 유일합니다. SK인포섹은 지난 2016년 국내 보안 기업 중 처음으로 연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비즈니스 아웃소싱 전문 기업 비젠을 인수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운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후 SK인포섹의 매출은 점점 늘어 지난해 2704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22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SK인포섹의 주요 사업 영역은 △정보보안 컨설팅 △사이버공격 탐지 △보안관제 △SI(시스템통합) 등입니다. 모두 디지털전환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이 보안 투자를 위해 필요로 하는 분야입니다.

또 SK인포섹은 물리보안 기업 ADT캡스와의 합병도 앞두고 있습니다. 양사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지난 11월 양사를 내년 1분기까지 합병해 보안전문기업으로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양사의 합병으로 탄생할 새로운 보안전문기업은 정보 및 물리보안 역량을 모두 갖춰 기업들에게 융합보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새 보안전문기업의 타깃이 될 전망입니다.

SK인포섹에 이은 정보보안 2위 기업 안랩도 정보보안 컨설팅과 보안관제, 보안 SI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안랩은 아직 연 매출 2000억원은 넘어서지 못했지만 꾸준히 사업을 확대하며 지난해 167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밖에 주요 정보보안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은 시큐아이 1193억원, 윈스 821억원, 이글루시큐리티 756억원 등으로 1000억원 안팎에 머물러 있습니다.

▲  (자료=가트너)
▲ (자료=가트너)

일반 기업들과 정보보안 기업들이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클라우드입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서버를 갖추고 업무 관련 데이터를 쌓아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클라우드로 전환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추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올해 2조7818억원에서 오는 2022년 3조7238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때문에 각 기업의 클라우드 환경을 각종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클라우드 보안 제품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또한 정보보안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클라우드 업무 환경이 대세가 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한 보안도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생활 형태와 비즈니스가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어 정보보안 기업들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5G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의료 등이 확산되면 보안에 대한 위협도 커져 모니터링이 필요하므로 보안관제 역량을 갖춘 기업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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