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뷰]OSMU 모범사례…영화로 본 '반교: 디텐션'

발행일 2020-12-23 06:41:57
(스포주의)‘콘텐츠뷰’는 게임, 드라마, 영화 등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감상·체험하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보는 기획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편집자 주>

*며칠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반교: 디텐션'을 리뷰하며 원작 IP에 대한 시리즈물 기획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번 리뷰는 대만에서 드라마보다 앞서 선보인 영화 '반교: 디텐션'을 리뷰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늘 외로움에 허덕인다. 항상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이기에 부모, 친구, 애인 등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상호작용을 통해 외로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특히 사랑 가운데서도 '연정(戀情)'은 개인의 삶을 송두리 째 변화시킬 '원동력'이자 '예리한 칼날'이 된다.

반교: 디텐션 한국 포스터(왼쪽)와 대만 포스터. (사진=워너브라더스 대만, 팝엔터테인먼트, 네이버영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사회·문화적 가치관이 다르듯이, 사랑에 대한 정의도 개인마다 다르다. '반교: 디텐션'은 뒤틀린 연정과 시대적 비극이 만들어 낸 진정한 '공포',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세 남녀의 각기 다른 '연정'

영화는 동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30년 전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가 새롭게 각색한 이야기를 다룬다면, 영화의 경우 게임의 세계관을 그대로 전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팡루이신(왕정 분)', '웨이중팅(증경화 분)', '장밍후이(부맹백 분)' 등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등장해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장제스와 국민당 일당들이 철권통치를 위해 사상 통제를 하던 암울한 시기, 웨이중팅과 그의 친구들은 '비밀 독서회' 모임에서 소소한 행복을 이어간다. 비밀 독서회는 군부가 금지한 서적을 읽으며 함께 토론하는 모임이다. 웨이중팅은 비밀 독서회 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선배 팡루이신에 대한 마음을 키워 간다.

팡루이신. (사진=워너브라더스 대만, 팝엔터테인먼트, 네이버영화)


웨이중팅. (사진=워너브라더스 대만, 팝엔터테인먼트, 네이버영화)


장밍후이(왼쪽)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팡루이신. (사진=워너브라더스 대만, 팝엔터테인먼트, 네이버영화)


부모의 불화로 의지할 곳 없이 방황하던 팡루이신은 교육지도 담당 선생인 장밍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학교에서는 존재감 없이 조용하게 지내지만 장밍후이에게 만큼은 애정과 집착을 보이며 자신이 품은 연정을 드러낸다. 장밍후이도 학교가 끝난 후 비밀 독서회를 이끌면서도 시간을 쪼개 팡루이신을 만날 만큼 서서히 그녀에게 빠져든다.

세 사람의 엇갈린 연정은 시대의 비극 앞에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장밍후이와 동료 교사 '인츠이한(장본유 분)'의 이야기를 오해한 팡루이신의 돌발 행동이 모두를 비극의 중심으로 몰아넣은 것. 어쩌면 팡루이신의 진심을 모른 채 금지 서적을 건넨 웨이중팅의 행동이 비극의 서막이었을지 모른다.

꿈과 현실의 경계, 선택한 이유는

영화는 게임의 구도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양초를 들고 이동하는 팡루이신과 웨이중팅을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이동신을 그대로 구현했다. 마치 '팔척귀신'을 연상케 하는 기괴한 괴물도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시대 분위기에 맞게 전투복을 입고 나온다.

반교: 디텐션은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면서 게임에서 강조했던 메시지를 오롯이 전하는 데 집중한다. 팡루이신과 웨이중팅의 서사를 개별적으로 보여주다 종국에는 모든 이야기의 개연성을 부여하며 자유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한다.

(사진=워너브라더스 대만, 팝엔터테인먼트, 네이버영화)


팡루이신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자, 학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다. 양초를 들고 움직일 때의 학교라는 배경은 망자가 머무는 '저승'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팡루이신과 웨이중팅이 학교 밖을 나가려 했을 때 끊긴 길 앞에 보였던 물이 '삼도천'임을 알 수 있다.

삼도천은 불교에서 '사람이 저승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천'으로 전해지며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경계선'을 뜻하기도 한다. 삼도천을 맞딱뜨린 팡루이신과 웨이중팅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되고 이승에서의 기억과 마주한다.

즉, 영화에 등장한 모든 이들이 이승과 경계의 중심에 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장밍후이, 인츠이한은 물론 비밀 독서회 멤버들은 물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웨이중팅을 이용한 팡루이신마저 저승과 맞닿게 된 설정이다. 촛불을 들고 학교를 빠져나왔던 모든 장면은 고문을 받아 사경을 헤메는 웨이중팅의 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밍후이가 이끄는 비밀 독서회. (사진=워너브라더스 대만, 팝엔터테인먼트, 네이버영화)


영화는 여기서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팡루이신은 웨이중팅의 꿈으로 대변되는 세상에서 자신이 벌인 끔찍한 비극의 전말을 알게 된다. 장밍후이는 팡루이신에게 '웨이중팅을 (꿈에서) 꺼내달라'고 부탁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팡루이신은 괴물과의 대치 상황을 이겨낸 채 학교를 나오는 데 성공하지만 교문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대신 웨이중팅을 향해 '살아서 (지난날의 비극을)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학교로 돌아간다. 팡루이신이 학교로 걸어가는 장면을 끝으로 감옥에서 피를 토하며 눈을 뜨는 웨이중팅의 모습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원소스 멀티유즈는 이렇게

반교: 디텐션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접한 후 동명의 영화를 보기 위해 관련 정보를 찾아봤다. 넷플릭스에는 없었찌만 현재 월 정액으로 구독중인 OTT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

영화를 시청하고 다시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니 원작 게임에 대한 호기심은 한층 깊어져갔다. 지난 [콘텐츠뷰]에서 예고한 대로 드라마→영화→게임 순으로 리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보면 볼 수록, 알면 알 수록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많았다.

드라마와 영화를 알기 전까지 몰랐던 '대만 백색테러' 시기를 깊게 들여다봤고, 민주주의에 대한 억압과 공포를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비극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하나의 지적재산권(IP)을 게임,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법을 '원소스 멀티유즈(OSMU)'라고 하는데 반교: 디텐션이야말로 이를 가장 극대화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반교: 디텐션 게임 타이틀 이미지. (사진=스팀 홈페이지 갈무리)


수십 년이 지난 후 학교로 돌아와 장밍후이가 남긴 편지를 읽는 웨이중팅의 모습에서 강렬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하얀 사슴이 하얀 수선화에게. 운명이 우리를 갈라놓았으니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길. 우리의 자유를 위해"

*TMI=영화의 정치적 메시지가 강해서일까. 반교: 디텐션은 지난해 9월 개봉해 '금마장' 신인감독상, 각색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주제가상 등 5관왕을 달성했고, '2020년 타이베이 영화제'를 통해 대상, 최우수 영화상, 여우주연상, 시각효과상, 미술상, 음향상 등 6관왕을 석권하며 '대만 국민영화'로 떠올랐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9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인 후 올 들어 8월 13일 정식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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