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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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라는 것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3일 오전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사회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방역당국으로서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손 전략기획반장은 “코로나19 백신은 개발과정이 상당히 단축돼 안전성 문제는 국민을 위해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주제”라며 “따라서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검토한 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백신의 양산과 임상시험이 사실상 동시에 진행되는 것을 염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다른 국가의 빠른 접종 개시는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한국의 상황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손 반장은 “미국은 하루에 20만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영국은 3만5000명 정도의 환자가 하루에 발생하고 있어서 백신 외에는 현재 채택할 수 있는 방역전략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국가를 반면교사로 삼기에는 부적절하고,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고려할 때 세계에서 1, 2등으로 백신을 맞는 국가가 될 이유는 없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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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미국에서도 백신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3~7일에 미국 성인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은 절반 이하인 47%에 그쳤고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응답은 26%로 나타났다. 미국의 코로나19 여파가 크지만 백신 개발 기간이 워낙 짧다 보니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알래스카주 의료계 종사자가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한 50대 중년 여성은 백신을 맞은 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응급실로 실려 갔을 때 호흡이 가쁘고 심장박동도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영국에서도 백신을 맞은 두 사람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현재 일부 언론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을 전하면서 정부의 대응이 늦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번 정례 브리핑은 이러한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여당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자 출신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보도 행태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언론의 신뢰성이 ‘페이스북’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을 에둘러 하기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일부 언론이 과장되거나 왜곡된 보도를 서슴지 않는다. 방역 당국의 일일 브리핑도, 전문가들의 설명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면서 “몹시 우려스럽다. 부정확한 보도로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국민과 정부를 이간하는 것은 방역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민생안정을 방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아울러 “뉴스가 정확한지 알아보려고 시민들이 전문가들의 페이스북을 찾아봐야 한다면, 그것이 언론에게 자랑일 수 없지 않겠나”라며 “오랜 기간 기자로 일했고, 언론과 언론인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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