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이미지.(출처=포스코에너지 홈페이지 갈무리)
▲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이미지.(출처=포스코에너지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최초‧최대 민간발전사로서 40년간 축적한 노하우와 역량을 발휘하여 포스파워를 국내 최고의 석탄화력발전소로 만들겠다.”

과거 기사 검색 결과 황은연 전 포스코에너지 사장이 지난 2014년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동양파워(현 삼척블루파워)를 인수하고 사명을 포스파워로 바꾼 후 밝힌 포부입니다. 동양파워는 강원도 삼척 폐광산 부지에 2000메가와트(MW)급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던 사업자로, 시장 매물로 나왔을 당시 경쟁이 상당히 치열했습니다. SK, 두산, 한화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대거 참여했습니다.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안정적인 사업성에 있습니다. 투자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그만큼 오래도록 꾸준히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입니다. 게다가 삼척석탄화력발전 사업은 국내 최대규모로 계획됐던 터라 시장에서 더 높은 관심을 받았죠. 바로 이 사업을 포스코에너지가 따낸 것이었습니다.

사업 자체가 국내 최대규모로 계획됐다 보니 최고 수준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운 목표처럼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러나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모두가 알다시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었습니다.

탈원전‧탈석탄 정책과 관련해서는 끊임없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친환경 기조에 하루 빨리 발맞춰야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성급하고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주장이 맞부딪치고 있죠.

현 시점에서 정부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적확한 평가가 가능하겠죠. 다만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포스코에너지라는 회사가 어떻게 석탄화력발전사업을 진행해왔고, 또 어떤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더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포스코에너지가 6년 전 품었던 ‘국내 최고 석탄화력발전소’의 꿈은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우선 앞서 언급했듯 정부 정책 탓에 사업 인허가를 받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또 포스코에너지 자체적으로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투자자가 필요했는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았죠. 사업 전망 자체는 아주 좋았지만 ‘정부 정책방향’이라는 외부 변수가 부담으로 작용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삼척석탄화력발전 사업은 5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거대 사업이라 포스코에너지 홀로 투자금을 감당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어불성설이었습니다.

▲  (출처=포스코에너지 2020년 3분기 보고서)
▲ (출처=포스코에너지 2020년 3분기 보고서)

그럼에도 포스코에너지는 2018년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며 ‘국내 최고 석탄화력발전 사업자의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발전사업에 대한 지분율은 29%로 떨어졌지만 대신 그만큼 투자금 부담도 3분의 1 미만으로 줄어들었죠. 현재 삼척화력발전사업의 지분은 재무적 투자자인 ‘키암코 파워에너지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제3호의 신탁업자’가 54.53%를 보유하고 있고요. 이외에 두산중공업이 9%, 포스코건설이 5%를 갖고 있습니다.

포스코에너지는 2018년 8월 1일 부대시설공사를 착공했고, 2019년 8월에 파워블럭 건설공사에 착공했습니다. 2023년 10월과 2024년 4월에 각각 발전소 두 개의 사업운전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9월 말 기준 종합공정율은 31.04%로, 예정된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포스코에너지는 지금까지 대략 1조원의 자금을 투입했죠.

▲  (출처=삼척블루파워 분기보고서.)
▲ (출처=삼척블루파워 분기보고서.)

그러나 최근 포스코에너지의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역대 가장 큰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송에 나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정책인데요. 이를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삼척석탄발전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물론 현재 자금 조달에 아주 큰 어렴움을 겪고 있지는 않습니다. 올 3월 공모채 500억원 수요예측에서는 400억원 확보에 그치기도 했지만 9월 1000억원 발행은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투자심리가 좋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포스코에너지에게 좋을 리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모회사인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추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연임을 확정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30년이나 남은 먼 얘기라 지금 당장의 영향은 적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서 앞으로도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은 높죠. 탈석탄 정책이 후퇴할 리는 없으니까요.

포스코에너지와 삼척블루파워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이미지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 4월에는 석탄화력발전사업을 담당하는 법인 포스파워의 사명을 ‘삼척블루파워’로 바꾸며 친환경 이미지를 덧입히기도 했습니다. ‘포스’를 없애 모기업 ‘포스코’와의 연결고리를 삭제하는 동시에 ‘블루’라는 단어를 넣었습니다. 사실 석탄화력발전이 파란색과 어울리는 사업은 전혀 아니죠.

또 29%의 지분율을 보유한 것을 근거로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보통 지분율 50% 미만이면 관계회사 신분이 적용되기는 합니다. 다만 실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자주 예외가 적용되기도 합니다.

실제 경영진은 포스코 출신입니다. 삼척블루파워를 이끄는 옥인환 대표이사는 포스코건설 인프라사업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고요. 정기섭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도 올 3월까지 5명의 기타비상무이사 중 한 명으로 활동했습니다. 그 빈 자리는 이진혁 포스코에너지 기획지원본부장이 채웠습니다. 감사도 한상윤 포스코에너지 정도경영실장이 맡고 있죠.

아무튼 포스코에너지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고민일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도 석탄화력발전소가 필요해 사업을 승인해 줬을 텐데 친환경 기조에 따라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니까요. 직접 나서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홍보할 수도 없고, 또 숨길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우호적 환경 속에서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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