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자사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부문 내 그린사업부 일부를 물적 분할해 신설법인을 세운다. 세계적 전장 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그간 부족했던 전장 공급망을 확보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2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부문 내 그린사업부 일부를 물적 분할해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세우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  LG전자가 VS사업부문 그린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자료=LG전자
▲ LG전자가 VS사업부문 그린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자료=LG전자

분할법인은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주식회사’(가칭)다. 기존 그린사업부 중 모터/PE(Power Electronics), 배터리 히터(battery heater), HPDM(High Power Distribution Module), PRA(Power Relay Assembly), DC 충전박스(DC Charging Box), 배터리·배터리팩 부품 관련 사업이 분할 대상이다.

LG전자가 회사를 물적분할하면 마그나는 분할신설회사 지분 49%를 인수하게 된다. 인수금액은 4억5300만 달러(한화 약 5016억 원)다. 분할회사의 자산은 6697억원, 자본은 6078억원, 부채는 619억원이며 자본금은 300억원이다. 분할 기일은 2021년 7월 1일로 정해졌다.

LG전자 VS부문은 스마트사업부와 그린사업부로 나눠져있다. 스마트사업부는 인포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에 가깝고, 그린사업부는 모터 인버터, 배터리 히터, OBC(차내 충전기) 등 파워트레인을 만드는 곳이다. 다만 장기간 부진한 실적에 올해 하반기 들어 마그나와 그린사업부 관련 M&A가 단행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LG전자 그린사업부는 인포테인먼트만 유지하고 파워트레인 사업은 분할 사업부로 넘기게 됐다.

LG전자 파워트레인 기술력에 마그나 네트워크 결합

LG전자가 마그나와 분할합작법인을 세우는 건 전장 부품을 납품할 회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출액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의 영업망을 활용해 자사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마그나가 LG전자의 파워트레인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LG전자는 2013년 자동차 부품설계 엔지니어링 회사 ‘V-ENS’를 인수하고 VC사업본부(현 VS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전기차 전장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8년에는 그룹 차원에서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제조기업 ZKW를 1조3000억원 상당(LG전자 70%, ㈜LG 30%)에 인수하는 등 전장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VS사업부문은 장기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누적기준으로 매출은 3조8869억원인데 이 기간 영업적자는 무려 3654억원에 달했다. 2016년 1분기를 시작으로 19분기 연속 적자기조가 이어졌는데 이 기간 누적 적자액만 8444억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쉐보레 ‘볼트’와 재규어 ‘I-PACE’에 탑재되는 주요 부품을 공급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는 손실을 적잖이 떠안는 방식으로 얻어낸 성과로 보인다. 뛰어난 파워트레인 역량을 갖고 있음에도 LG전자는 대형 완성차 회사의 공급망을 뚫지는 못해온 것이다. 물적분할하는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433억원으로 지난해 VS사업부문 매출(5조4654억원)의 2.62%에 불과하다.

결국 LG전자는 고심 끝에 파워트레인 사업을 분할하고 지분 절반을 마그나에 떼어주는 쪽을 선택했다. 마그나는 미국 완성차 업계 ‘빅3’인 포드, GM, 크라이슬러를 비롯해 BMW, 폭스바겐, 푸조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마그나의 탄탄한 공급망을 활용해 전장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마케팅이 더 수월해지는 것이다.

역량 있는 회사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만큼 LG전자로서도 사업집중이 가능해졌다. 분할합작사가 만드는 파워트레인을 마그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팔 수 있게 되면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 존속회사 또한 인포테인먼트와 램프(ZKW)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 기회를 가진 전동화 부품 사업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며 “합작법인은 LG전자의 뛰어난 제조기술력과 마그나의 풍부한 경험,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물론 양사 모두 자동차 부품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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