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네이버가 비대면 주문 서비스인 ‘스마트주문’을 확대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네이버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총 8개사와 함께 인천국제공항 내에 스마트주문 시범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서비스 출시 이후 최대규모 MOU네요. 목표는 명확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 인천국제공항의 상주 직원 및 이용객의 안전을 도모하고 매장 내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협업하겠단 거죠.

참여사는 네이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공항 내 입점한 F&B업체 6개사 및 공항POS를 운영하는 글로벌 결제 대행사 ‘파이서브(Fiserv) 코리아’입니다. F&B업체로는 ▲롯데GRS ▲아모제푸드 ▲아워홈 ▲파리크라상 ▲풀무원푸드앤컬처 ▲CJ푸드빌이 손을 맞잡았습니다. 내년 말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 내 비대면 주문 환경 구축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고, 네이버는 협력사들과의 시스템을 연동할 계획입니다.

최대규모 MOU의 의미

이번 협약은 의미가 있습니다. 협력사들과 시스템 연동이 완료되면, 인천국제공항 이외의 가맹점에서도 스마트주문이 즉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시스템만 구축해두면 삼성역이든, 여의도든, 어느 파리크라상에서나 네이버 앱으로 주문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앞으로 활용처를 빠르게 넓혀갈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박일성 네이버 스마트주문 리더는 “앞으로도 네이버는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력을 도모해 보다 많은 곳에서 스마트주문의 편리함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확산되는 비대면 주문

스마트주문은 네이버 앱으로 할 수 있는 ‘비대면 원스톱 주문·결제 서비스'를 뜻합니다. 포장주문, 미리주문, 테이블주문 등으로 구성돼 있죠. 매장 안에서는 고객이 QR코드를 찍어 직접 주문·결제할 수 있고요. 매장 밖에서도 다양한 주문 버튼을 통해 매장 도착 전 주문이 가능합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배민포장(배민오더) 같은 서비스로 이해하면 됩니다. 네이버에 업체를 등록한 중소상공인(SME·Small and Medium sized Enterprise)이라면 누구나 활용 가능합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비대면 주문 수요가 늘어나면서 네이버·배민을 비롯해 NHN(페이코), 카카오(카톡 챗봇 주문) 등도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중이죠.

이 가운데서도 네이버는 스마트주문의 활용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습니다. ▲노브랜드버거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커피빈 ▲파스쿠찌 ▲스타벅스 ▲CGV팝콘팩토리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과도 제휴를 맺었고요. 단순히 음식점만 예약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미용실이나 네일샵 같은 오프라인 가게의 서비스들도 스마트 주문으로 이용할 수 있죠. 또 지난달엔 한국고속도로공사와 MOU를 체결하고 내년 말까지 약 150개 휴게소에 스마트 주문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배달도 붙이고 있습니다. 스마트 주문을 통한 배달 서비스엔 편의점 CU 매장 5000여점이 입점했습니다. 네이버에서 편의점 상품을 1만원 이상 주문·결제하면 해당 점포로 주문 내역이 전송됩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네이버가 배민처럼 ‘배달 중개’에 뛰어들었단 해석들이 나오기도 했었죠.

서비스는 순항 중입니다. 올해 9월 기준 출시 1년 만에 주문금액 약 57배, 주문 건수 약 117배가 성장했습니다. 이용자 수 역시 출시 1년만에 97배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무료지만 돈이 된다

그래서 이 서비스는 네이버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 걸까요? 네이버의 스마트 주문은 수수료가 무료입니다. 주문이 발생한다고 해도 수익이 나오지 않죠. 그렇다고 땅 파서 장사할 리는 없죠.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네이버의 검색 서비스에 도움이 되고 ②네이버페이와의 연동으로 매출에서도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겁니다.

중소상공인들이 네이버 예약서비스에 가입해 간단한 정보들을 등록하면 네이버 지도와 플레이스에 매장 정보와 함께 다양한 주문 기능이 노출됩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광고비 없이도 매장을 무료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죠.

하지만 네이버 지도와 플레이스에서 매장을 검색할 때 정보가 뜨지 않으면 검색을 주특기로 내세우는 네이버 입장에서도 곤란한 일입니다. 중소상공인들이 네이버에 올리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네이버는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방문자 수 유지에도, 체류시간에도 도움이 되죠. 인터넷기업에겐 당장의 매출만 이익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이용자 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되는 건 장기적으로 서비스에 보탬이 되죠.

또, 다양한 결제수단을 제공하지만 이 가운데서 네이버페이로 결제가 이루어지면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 수수료를 얻게 됩니다. 네이버에도 이익이 되는 셈이죠. 네이버 관계자는 “(스마트주문은) SME를 위해 시작한 사업”이라며 “네이버 입장에선 다양한 SME들의 업체 정보가 많아지는 만큼 풍부한 검색결과를 제공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올해는 코로나19로 힘든 SME들을 위해 결제수수료 또한 전액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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