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목욕의 신' 무단도용 영화, 중국서 3억관객 돌파

발행일 2020-12-25 08:37:24
국내 웹툰 '목욕의 신(하일권 작가)'을 무단도용한 중국 영화 '목욕의 왕(沐浴之王)'이 현지 관객 3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욕의 왕은 기획 당시 한·중 합작영화로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투자배급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가 내려진 후 자체 개봉이 진행돼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다.

중국 휩쓴 '목욕의 왕'

목욕의 왕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개봉한 후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를 넘나들며 장기 흥행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24일 중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CBO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목욕의 왕은 991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일일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를 통해 누적 관객 3억6332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중국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긴급구원(3억129만명)'보다 6000만명 많은 수치다.

12월 11일 개봉한 중국 영화 '목욕의 왕'. (사진=중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CBO 갈무리)


목욕의 왕은 개봉 후 일주일간 흥행 1위를 달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지난 20일에는 누적 관객 3억명을 돌파하며 '1984 원더우먼' 등 블록버스터 대작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처럼 특유의 유머 코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극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지에서 꾸준한 성과를 올리는 사이 영화를 공동 기획했던 국내 제작사 문와쳐의 잠정적 손실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5년간 중국 투자제작사와 함께 준비했던 결과물을 고스란히 뺏긴 채 성공가도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문와쳐 "소송으로 시비 가릴 것"

사정은 이렇다. 콘텐츠 제작사 문와쳐는 2015년 10월 양미, 루한 주연의 한·중 합작영화 '나는 증인이다'를 중국에서 제작한 후 차기작으로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목욕의 신'을 준비했다. 목욕의 신은 '신의 손'을 가진 남자 '허세'가 최고의 목욕관리사가 되기 위해 '때밀이 배틀'을 벌이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장르 웹툰이다.

문와쳐에 따르면 목욕의 신 원작이 특유의 유머와 탄탄한 연출력을 갖고 있어 많은 중국 투자배급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중국 최대 규모 투자배급사인 '완다'와 작품 제작을 논의했고 이샤오싱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방향을 검토했다.

현지 제작진과 문와쳐는 2018년 7월부터 중국 현지화 각색 작업 등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완다 측이 "사정상 최종 투자계약이 어렵다"는 통보를 내렸고 메가폰을 잡은 이샤오싱 감독도 일방적으로 저작물 등록을 진행한 채 직접 제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제작진은 목욕의 신으로 준비했던 제목도 목욕의 왕으로 변경했고, 내용도 원작에서 많은 부분을 수정한 만큼 다른 작품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자체 제작에 나선 것.

12월 22일 기준 목욕의 왕이 중국 일일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목욕의 왕은 현재 누적 관객 3억명을 돌파했다. (사진=중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CBO 갈무리)


문와쳐 측은 지난 11일 공식 입장문을 내며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완다와 이샤오싱 감독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콘텐츠를 빼앗은 행위이며, 원작을 무단도용했다고 강조했다.

입장문에서 문와쳐 측은 "완완메이샹다오를 좋게 보고 재능있는 감독이라 생각해 목욕의 신 감독으로 결정하며 좋은 영화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었다"며 "바로 엊그제 일 같은 이 기억들과 초심들이 엉망이 된 것에 참 마음 아프고 착잡하다. 특히 목욕의 신 원작자인 하일권 작가님과 웹툰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후 문와쳐는 이샤오싱 감독과 완다 등에 대하여 업무상 과실, 저작권 위반 등 문제제기와 소송을 진행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문와쳐 측은 "중국이든 한국이든 문화업계에 종사하는 창작자들은 창작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이샤오싱 감독을 비롯한 관련자들과 법적으로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계 동북공정, 이대로 괜찮나

이번 논란의 장본인으로 떠오른 이샤오싱 감독은 무단도용 및 표절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우리 영화는 목욕의 왕이며 목욕의 신과 제목만 비슷할 뿐 다르다"며 "두 작품의 내용, 스토리, 캐릭터 설정에 유사점이 전혀 없다. 목욕탕 문화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중국은 촬영할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샤오싱 감독 측은 문와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맞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하게 맞선 상태다.

(사진=목욕의 신 네이버웹툰 페이지 갈무리)


중국 현지에서도 관련 논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목욕의 왕이 목욕의 신과 전혀 다른 영화라고 가정해도 원작 웹툰인 '목욕의 신'을 기반으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 침해 논란이 연일 중국 뉴스를 통해 보도된 이후 현지 네티즌들조차 "뻔뻔하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티즌들은 "한국기업이 초기에 참여한 것은 인정하지 않나"라며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얼굴을 들기 어렵지 않나"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 콘텐츠업계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문화유산을 '중국의 전통'이라고 주장하며 '문화계 동북공정'을 일삼고 있어 재발방지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샤이닝니키. (사진=페이퍼게임즈코리아)


앞서 지난달 중국의 페이퍼게임즈는 모바일 게임 '샤이닝 니키'의 한국 출시를 기념해 '한복 의상 세트' 아이템을 선보였다가 "한복은 중국 전통의상"이라는 중국 네티즌의 허무맹랑한 주장에 관련 콘텐츠를 폐기한 바 있다. 한국 유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페이퍼게임즈 측은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히며 관련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저작권에 대한 법률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 콘텐츠를 무단도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목욕의 왕 사태도 문화계 동북공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데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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