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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카카오지하철의 하차 역 알림 기능을 애용해 왔는데요. 지하에서는 어떻게 제 위치가 실시간으로 측정될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지하철 이용 중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하차 알림 기능은 확실히 편리합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엔 간혹 내릴 역을 깜빡 지나쳐 낭패를 보기도 했는데, 이젠 그럴 일이 거의 없어졌으니까요. 그런데 지상용 경로탐색 서비스는 보통 GPS로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다지만, GPS를 쓰기 어려운 지하에서는 내가 특정 역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요?

이를 카카오 측에 물어보니, 의외로 간단한 답이 나왔습니다. ‘지하철 운행 시간표’와 ‘AP(Access Point)’ 정보를 통해서도 현재 탑승 중인 지하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네요.

▲  카카오지하철 경로 탐색 / 하차 알림 예시 (자료=앱 갈무리)
▲ 카카오지하철 경로 탐색 / 하차 알림 예시 (자료=앱 갈무리)

지하철도 버스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과 배차 간격을 갖고 운행됩니다. 또 버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운행 중 변수가 적어 시간표대로 움직이기 유리한데요. 이 말은 즉, 현재 경로 설정을 기준으로 내가 어떤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특정 시간에 어떤 역에 도착하는지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를 토대로 약간의 변수는 있겠으나 기본적인 하차 알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또 지하철 운행 시간표와 실시간 이동 데이터는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등 지하철을 운행하는 각 기관과 업체에서 제공받는다고 합니다. 확인해 보니 수도권만 해도 최근 신설된 김포골드라인운영㈜까지 총 11곳이 실시간 운행 데이터를 카카오지하철 앱에 공유하고 있었는데요. 아직 모든 지역에 실시간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건 아닙니다.

▲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서도 실시간 운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서도 실시간 운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AP(Access Point)’는 유선 인터넷(LAN) 신호를 무선 인터넷(Wi-Fi)으로 변환해주는 기기입니다. 역마다 고유의 AP가 설치돼 있고 지하철 객실 내 벽면에도 이동통신사 로고와 함께 설치된 와이파이 공유기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 공유기들은 역사 AP에서 수신한 인터넷 신호를 사용자들에게 다시 분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AP 정보는 역마다 모두 다르므로 현재 수신된 AP 정보를 가지고도 특정 열차에 어떤 역에 근접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이게 완벽한 방법은 아닙니다. 앱을 쓰다 보면 종종 지하철 문이 닫힐 때쯤 뒤늦게 알림이 울리는 황당한 경우도 볼 수 있는데요. 카카오에 따르면, 열차가 역사에 도착한 후 AP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 환경 및 속도에 따라 위치 추정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역 네트워크 품질에 따라 어떤 경우엔 하차 알림이 더 빨리 울릴 수 있고, 늦게 울릴 수도 있다는 거죠.

▲  서울 5호선 열차 벽면에 설치된 객실 공유기 (사진=직접촬영)
▲ 서울 5호선 열차 벽면에 설치된 객실 공유기 (사진=직접촬영)

이 때문일까요? 카카오지하철의 경우 목적지 직전 역에서도 미리 한번 알림을 보내주는데요. 혹시 모를 낭패에 대비하려면 사전 알람이 울린 시점부터 미리 하차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참고로 알아 둘 사실은 AP 기반 위치 측정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한 방식이란 겁니다. 카카오 측은 iOS(아이폰)의 경우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AP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AP 정보를 제외한 데이터만으로 하차 알림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하는데요. AP와 시간표, 어느 쪽이 더 정확할지는 아마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또 하나의 자투리 팁과 함께 이번 흥신소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카카오지하철 앱에서 목적지 설정을 하면 환승 구간을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함께 알 수 있는데요. 어떤 기준일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일반 성인의 평균 도보 속도인 4.5km/h를 기준으로 계산된 데이터였다고 하네요.

평소 자신이 남보다 걸음이 빠르다, 혹은 느리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설정 – 환승 도보 시간 메뉴에서 ‘빠른 걸음(6.0km/h)’, 보통 걸음(4.5km/h), 느린 걸음(3.5 km/h) 중 원하는 속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전체 구간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예측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이 기회에 이를 바꿔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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