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스카이레이크, '롯데·LG'와 배터리 동맹...진대제 '야심' 통할까

발행일 2020-12-27 07:36:08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국내 2차전지 서플라이 체인.(자료=언론 등)


전기차 시대 개막을 맞아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전열(戰列)'을 갖추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전지사업부)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를 필두로 협력사들이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서플라이 체인'을 살펴보면 '완제품-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소재 구성 원료(리튬, 니켈 등)'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배터리 소재 업체로는 △포스코케미칼(양극재, 음극재) △에코프로비엠(양극재) △엘앤에프(양극재) △코스모신소재(양극활물질) △천보(전해액) △솔브레인(전해액) △SK아이이테크놀로지(분리막) △유펙스캠(분리막) △씨에스텍(분리막) 등이 있습니다.

배터리 소재를 구성하는 물질 및 원료 업체로는 △일진머티리얼즈(동박) △SK넥실리스(동박) △솔루스첨단소재(동박) △롯데알미늄(양극박) △동원시스템즈(양극박) △코스모에코켐(코발트) △포스코(리튬)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SCM(Supply Chain Management)을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운영하는 것처럼 전지업체들 또한 SCM을 다양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완제품 전지업체는 양극재 업체와 다소 공고한 동맹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국내 업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케미칼, SK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비엠의 배터리 동맹이 눈에 띕니다. 전지 업체가 양극재 업체와 동맹을 강화하는 건 이 소재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양극재는 배터리 밀도의 30%를 차지하고, 전기차의 출력과 연관된 소재입니다. 우수한 품질의 양극재를 쓸수록 전기차는 멀리 갈 수 있고, 사고 위험도 줄어들게 되죠.

최근 전지업체들의 '배터리 동맹'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솔루스첨단소재의 유럽법인(Doosan Electro-Materials Luxembourg Sarl)에 575억원을 출자하기로 했습니다.



솔루스첨단소재의 모기업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유럽법인에 3666억원을, 솔루스첨단소재는 801억원을 출자합니다. 총 5042억원을 유럽법인에 출자하는데, 출자금은 생산능력(캐파)을 확장하는데 쓰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솔루스첨단소재의 유럽법인에 출자한 이유는 동박 때문입니다. 동박은 전기차 소재 중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소재로 꼽힙니다. 동박은 음극의 틀을 잡아주고, 통로 역활을 하는 소재입니다. 얇은 동박을 탑재할수록 더 많은 양의 리튬이온을 적재할 수 있고, 전기차의 출력도 높아지게 됩니다.

동박 모습.(사진=㈜두산)


동박의 품질은 두께가 좌우합니다. 동박 두께는 3~100 마이크로미터(㎛)로 다양한데, 얇고 넓고 길게 만드는 게 관건입니다. 생산 과정에서 울음이 생길 경우 전량을 폐기해야 합니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50㎛인 점을 고려하면 동박을 만드는데 얼마나 수준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솔루스첨단소재가 생산하는 동박의 두께는 6㎛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솔루스첨단소재와 '배터리 동맹'을 맺은 건 동박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입니다.

LG그룹은 협력사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SCM을 관리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솔루스첨단소재의 유럽법인에 출자한 것도 SCM 관리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LG그룹이 솔루스첨단소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솔루스첨단소재는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점유율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달 유럽 배터리 업체에 처음으로 납품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납품량을 늘리고, 신규 업체들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동박 제품의 '트랙 레코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동박 시장은 소수의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자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장춘(CCP)이 12.9%로 점유율 1위입니다. 일진머티리얼즈(9.7%)와 SK넥실리스(7.4%) 순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SK넥실리스에서 동박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진머티리얼즈와 솔루스첨단소재 등  국내 업체와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동박 시장의 후발 주자지만, 성장성을 고려해 미리 동맹 관계를 구축한거죠.

솔루스첨단소재는 올해 배터리용 동박 제품에서 15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내년 매출은 805억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매년 40%씩 매출이 급증해 2025년 1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5년 솔루스첨단소재 유럽법인은 연간 7만5000톤의 동박을 생산해 유럽시장의 36%를 점유하게 됩니다.

전지업계에서는 솔루스첨단소재의 계획이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 지역 내 배터리 생산업체의 캐파는 2025년 480 기가와트아워(GWh)로 지난해(54GWh)보다 8.8배 증가할 예정입니다. 동박 수요는 이 기간 동안 연 1만9000톤에서 21만톤으로 11배 폭증할 계획입니다.

유럽 내 배터리 제조 생산능력.(자료=솔루스첨단소재 IR북)


유럽 지역 내에는 다수의 배터리 공장이 밀집해 있습니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롱에 공장이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공장이 있죠. 솔루스첨단소재를 비롯한 여타 동박 업체들도 헝가리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현지 생산, 현지 납품 체계를 갖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거죠.

솔루스첨단소재는 '스카이레이크'를 새 주인으로 맞은 후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리딩 기업'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헝가리에 위치한 판매법인(Doosan Corporation Europe Kft)과 해외지주사(Doosan Electro-Materials Luxembourg Sarl)를 합병해 'Volta Energy Solution'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 법인은 중간 지주사 형태로 전자소재 사업의 투자와 경영전략을 맡게 됩니다. 스카이레이크 등 대주주로부터 받은 투자금도 이 법인이 집행을 맡게 됩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헝가리 공장의 캐파를 늘리고 공장 부지를 마련하는데 적잖은 비용을 투입해야 합니다. 통상 캐파 1만톤 당 1000억~12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듭니다. 현재 캐파는 1만톤으로 6만5000톤 이상 확장해야 합니다. 6500억~700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하죠.

솔루스첨단소재 캐파.(자료=솔루스첨단소재 IR북)


솔루스첨단소재는 '곳간'이 넉넉한 회사는 아닙니다. 스카이레이크에 인수되기 전인 3분기 현금성 자산은 288억원에 그쳤습니다. 차입금 646억원입니다. 유동비율은 165.3%, 부채비율은 106.7%로 비교적 우수합니다. 재무상태가 나쁘지 않지만 살림살이가 풍족한 재무 상황은 아닙니다.

최대주주인 스카이레이크는 롯데그룹을 '뒷배'로 둔 만큼 솔루스첨단소재에 투자금을 대기는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롯데그룹의 화학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은 지난 9월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회사'에 29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은 두산솔루스 인수 금액의 약 40%를 투자했죠.

롯데정밀화학은 향후 스카이레이크가 투자금을 '엑시트(Exit)'할 때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솔루스첨단소재가 동박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는다면 롯데정밀화학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그림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롯데그룹은 동박이 그룹의 전략적 방향과 맞지 않을 경우 투자금을 뺄 수도 있죠. 롯데그룹은 부담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동박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사진=스카이레이크)


스카이레이크 진대제 회장은 두산솔루스가 그룹 경영난으로 매물로 나오자 일찌감치 눈독을 들였습니다. '전기차 시대' 동박은 남다른 위상을 갖고 있는 만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거죠. 진 회장은 롯데그룹과 LG그룹을 끌어들여 배터리 동맹을 맺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1952년생인 진 회장은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삼성맨'으로 근무했습니다. 삼성전자 LSI사업부와 디지털미디어 총괄 대표이사를 역임했습니다. 이후 9대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고,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의 '눈썰미'가 맞을지는 2025년 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판매처를 확보하고, 구리 가격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솔루스첨단소재의 동박은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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