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LG유플러스 서울 용산 사옥. (사진=LG유플러스)
▲ LG유플러스 서울 용산 사옥. (사진=LG유플러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기간통신망을 구축하고 통신 서비스를 해야 하는만큼 다른 사업자들의 통신 시장 진출은 쉽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 4 이통사에 대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면서 신규 사업자의 등장을 기대했지만 이미 3사가 국내 가입자들을 대부분 확보한 가운데 새롭게 통신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그러다보니 국내 무선 통신 시장은 5(SK텔레콤):3(KT):2(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알뜰폰이 성장했지만 각 사별 점유율의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고착화된 국내 통신 시장에 변화를 주기 위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도했던 곳은 주로 LG유플러스였습니다. 3위 사업자인만큼 1,2위 사업자들이 하지 않던 것을 시도해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올해 LG유플러스의 행보를 돌아보면 국내 통신 시장에서 어떤 변화의 시도가 있었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LG유플러스는 올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비대면 소비의 덕을 봤습니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9조9003억원, 영업이익은 71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41% 증가했습니다. LG유플러스의 실적 호조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모바일 및 IPTV의 콘텐츠 소비가 늘었고 온라인 구매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LG유플러스의 3분기 기준 누적 무선 가입자 수는 1626만5000명으로 전분기 대비 40만6000명 순증했습니다. 이러한 순증 규모는 LG유플러스 역대 최대치입니다.

무선 가입자 수 중 5G 가입자 수는 217만3000명입니다. LG유플러스는 5G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LG유플러스의 주요 5G 콘텐츠로는 △아이돌Live △프로야구 △클라우드 게임이 꼽힙니다. LG유플러스는 아이돌Live와 프로야구 서비스에서는 기존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각도 및 장소에서 스타들의 모습을 고화질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때로는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도 접목해 기존보다 비싼 요금을 내더라도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게임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다양한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굳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아도 중저가 스마트폰으로도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  (자료=LG유플러스 3분기 실적발표)
▲ (자료=LG유플러스 3분기 실적발표)

LG유플러스는 IPTV에서는 자사의 대표 키즈 콘텐츠 'U+ 아이들나라 4.0'을 선보였습니다. 전문 교육기관과 제휴해 영어 홈스쿨링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했습니다. U+ 아이들나라 4.0은 집에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에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비대면 개통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통신 라이브 커머스인 '유샵Live'로 실시간 쇼핑방송도 했죠. LG유플러스는 휴대폰 배송 서비스도 선보였습니다. SK텔레콤과 KT도 자사 직영몰을 통해 휴대폰을 구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통신 시장에도 배송 서비스가 나타난 셈이죠.

LG헬로비전(전 CJ헬로)의 인수도 실적 상승세에 한몫했습니다. 지난해 12월 LG유플러스에 인수된 LG헬로비전은 케이블TV 1위, 알뜰폰 2위 사업자입니다. 그만큼 LG유플러스의 연결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습니다.

▲  (자료=LG유플러스)
▲ (자료=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올해 주력 사업인 무선 통신과 IPTV에서 선전했는데 내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도 강조하고 있는 비통신 분야에서 LG유플러스가 얼마나 성장할지 관심입니다. LG유플러스는 기존에도 기업인프라 사업부문에서 IDC(인터넷데이터센터)·솔루션·기업회선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는 경쟁사들도 하는 사업들이죠. LG유플러스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B2B 신사업에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 SoC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시티 등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스마트팩토리는 LG 계열사인 LG전자의 창원공장과 GS의 스마트발전소를 구축한 레퍼런스를 이미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레퍼런스와 5G 전용망을 앞세워 다양한 스마트팩토리 고객을 확보한다는 방침입니다. 나머지 스마트 SoC·모빌리티·시티 분야는 정부의 디지털뉴딜 관련 사업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입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해외 기업들과의 협력이 기대됩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출범한 5G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의 초대 의장사입니다. 퀄컴 테크놀로지와 캐나다·일본·중국의 이통사들과 함께 5G 콘텐츠를 구상하고 만듭니다. XR 얼라이언스는 지난 10월에는 360도 우주 VR을 선보였습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통사들 중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만큼 디즈니 등 다른 사업자들과의 제휴도 어떻게 맺을지 관심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한양대와 협력 중인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LG유플러스의 신사업은 황현식 신임 사장이 직접 챙깁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규사업추진부문과 고객서비스·품질혁신센터를 신설했습니다. 신규사업추진부문은 따로 부문장을 두지 않아 사실상 황 사장 직속 체제입니다. 고객서비스·품질혁신센터는 황 사장 직속으로 편제됐습니다. 유·무선 통신 등 기존의 사업들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황 사장은 회사의 신성장동력 발굴과 고객서비스 품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국내 이통사 중 LG유플러스만 안고 있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바로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리스크입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통사들 중 유일하게 LTE에 이어 5G 기지국에도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화웨이를 견제하며 우방국들에게 화웨이의 장비를 쓰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현재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사는 향후 6G 등 다음 세대의 통신에서 화웨이 장비가 이슈가 될 수 있겠지만 아직 현실과는 먼 얘기란 입장입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들이 올해 '탈통신'을 외치는 동안 착실히 본업인 통신에 힘을 쏟아 개선된 실적을 냈습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가입자 확보전을 펼치는 통신 시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결국 LG유플러스도 비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통신 사업에서는 3위이지만 2021년 새로운 영역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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