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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는 우리가 일평생 사용하는 정보임에도 구조적으로 그리 친절한 데이터는 아니다. 문자와 숫자가 길게 뒤섞여 암기하기 어려우며, 위치가 고스란히 드러나 타인에게 노출 시 부담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이사 후에는 기존 주소를 일일이 갱신해야 하는 서비스도 한둘이 아니다.

인포씨드가 개발한 ‘지오닉(geo.nick)’은 이같은 문제들을 단 ‘세 단어’로 해결한 플랫폼이다. 지오닉상에선 지구 어디든, 가령 태평양 한복판도 ‘넓은.바다.고래’ 같은 짧은 주소로 표현할 수 있고 주소를 개인의 자산으로 귀속시킬 수도 있다.

▲  권요한 인포씨드 대표
▲ 권요한 인포씨드 대표

권요한 인포씨드 대표는 “정해진 주소가 일방적으로 부여되는 기존 주소 시스템에는 여러 불편이 따랐다”며 “블록체인을 접목한 새 주소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관리가 쉬우면서도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인포씨드는 지구 전역을 1 x 1m 격자 공간으로 나누고 이와 결합해 만든 746조개의 주소를 지오닉 플랫폼에 담았다. 예를 들어 ‘탄생.신문.28@강남구’라는 지오닉 주소는 기존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번지’와 동일한 위치를 나타내며 앞의 두 단어로 10x10m 범위 위치를, 이어지는 숫자로 1x1m 세부 위치를 표현한다. 위치 정보가 1m 간격으로 달라지므로 주소만으로 출입구 위치까지 정확히 안내할 수 있다.

▲  지오닉 주소 구조 (자료=인포씨드)
▲ 지오닉 주소 구조 (자료=인포씨드)

이와 비슷한 서비스로 2013년 영국에서 출시된 ‘What3Words(W3W)’가 있다. W3W도 3x3m 격자 위치정보 기반의 세 단어 주소를 제공한다. “차이가 뭐냐”고 묻자 권 대표는 “W3W의 시도는 대단히 좋았다”면서도 “지오닉을 통해 W3W의 여러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W3W가 평면 중심의 지도라면 지오닉은 높이와 지하의 구분을 지원하고 차량 등의 이동형 사물에도 주소를 부여할 수 있다.

또 독자 개발한 ‘글로브 코드’를 통해 언어가 다른 사용자 사이에서도 주소가 쉽게 공유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한국에서의 지오닉 주소가 ‘부탁.천장.70@해운대’라면 ‘156.1262.1268.70’라는 글로브 코드를 거쳐 다시 특정 국가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변환되는 방식이다. 현재 한글,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지원되고 있다.

▲  지오픽 예시 (자료=인포씨드)
▲ 지오픽 예시 (자료=인포씨드)

또 지오닉에 이미지를 결합한 ‘지오픽(geo.pic)’ 앱 서비스도 있다. 이를 활용하면 자신만의 낚시 포인트를 기록하거나 야외에서의 음식 배달 요청 등 현행 주소 체계에선 설명이 곤란했던 모든 위치들을 간단하게 공유할 수 있다. 권 대표에 따르면 사용자끼리 지오픽으로 약속 위치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지오닉의 진면목은 블록체인과의 결합에서 드러난다. 인포씨드는 지오닉 블록체인 주소 서비스를 통해 사전 생성된 주소 외에도 사용자가 원하는 세 단어 주소를 직접 만들어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다.

인포씨드의 블록체인 주소는 ‘즐거운.우리.회사’다. ‘경기도 의왕시 이미로 40, B동 405호’란 위치 정보가 담겨있다. 블록체인에 등록하는 주소의 경우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기반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중복 사용이 불가능하고 개인에게 고유한 소유권이 부여된다.

이를 활용한 사례가 올해 인포씨드와 LX한국토지주택공사, 웨이투빗이 진행한 주소혁신 플랫폼 구축 연구다. 권 대표는 “최근 연구를 마무리 짓고 프로토타입 개발 및 기술 검증에도 성공했다”며 “곧 사업화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인포씨드, LX, 웨이투빗이 협업한 안심주소 앱 프로토타입 구조
▲ 인포씨드, LX, 웨이투빗이 협업한 안심주소 앱 프로토타입 구조

인포씨드와 LX가 고안한 안심주소 서비스에선 사용자가 주소를 직접 생성하는 것 외에도, 내 주소를 언제 누구에게 노출할지 직접 승인할 수 있다. 주소에 대한 열람 기록은 블록체인상에 조작 불가능한 데이터로 기록된다. 주소에 의한 사생활침해 위험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선점한 주소는 이사 후에도 위치 정보만 바꾸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의 주소를 개인이 온전한 디지털 자산으로 소유하게 되는 일이 실현되는 셈이다. 이를 활용하면 자신의 이름을 딴 주소나 기업의 특징이 부각된 주소를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인포씨드가 지오닉을 기반으로 진행한 협업 사례는 다양하다. SKT는 5G 기지국 관리에 지오픽을 도입했고, 아르고스다인은 드론 조종 시스템 정교화에 지오닉을 활용 중이다. 또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 플레이댑과는 지오닉을 활용한 위치기반 게임 개발에 협력 중이다.

아울러 더 많은 서비스 개발을 위해 최근 ‘신용보증기금’과 ‘어썸벤처스’로부터 프리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권 대표는 “추후 로봇을 활용한 보다 정교한 물품 배송이 가능해지도록 지오닉과 전파 정보를 결합한 ‘건물 위치인증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남겨진 숙제도 있다. 권요한 대표는 “지금 국내에서 다양한 위치기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의 정교한 위치 데이터들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 덕분”이라며 “앞으로 지오닉이 해외에서도 통하는 서비스로 성장하려면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한국 수준의 공간 데이터를 확보해내는 것이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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