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SK가스 로고.
▲ SK가스 로고.

정부가 2017년 12월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당시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추진 중이던 포스코에너지와 SK가스의 희비를 갈랐습니다. 포스코에너지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사업 막차에 올라탄 반면, SK가스의 사업 계획은 무산됐기 때문이죠.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펼치며 화력발전 사업 계획을 대폭 줄인 영향이었습니다.

당시 SK가스의 석탄화력발전 사업이 무산된 것을 놓고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들이 나왔습니다. 사업 추진을 위해 법인을 사들이고 부지를 매입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 활동을 벌여왔는데, 한 순간에 모든 계획이 백지화됐기 때문이죠.

▲  SK가스 당진에코파워 손상차손 내역.(출처=SK가스 2018년 사업보고서.)
▲ SK가스 당진에코파워 손상차손 내역.(출처=SK가스 2018년 사업보고서.)

실제 손실도 상당하긴 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사업이 백지화됐던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보시죠. 연결재무제표 주석 내 ’10 유형자산’ 항목에는 화력발전 사업법인인 당진에코파워 관련 손상차손 반영 내역이 기재돼 있습니다. 손상차손 반영금액은 총 1091억원으로 토지 218억원, 건설중인자산 873억원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발전소를 설립하려 땅도 사고 플랜트 건설 등 투자를 했는데 계획 자체가 무산됐으니 소용이 없어진 데 따른 결과입니다. SK가스가 석탄화력발전사업에 진출하려 당진에코파워 지분 45%를 2014년에 인수한 것을 감안하면, 3년 만에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셈이었죠.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정부뿐 아니라 전 세계 흐름을 보면 차라리 당시 석탄화력발전사업이 무산된 것이 더 잘된 일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옵니다. 친환경 정책이 더욱 강화됨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사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상당수의 자산운용사들이 포스코에너지가 추진하는 삼척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SK가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사업을 포기하며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복합화력발전으로 전환을 결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SK가스는 당진에 580MW짜리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는데요. 이를 철회하고 충북 음성과 울산에 각각 LNG와 LNG·LPG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으로 변경한 것이었습니다.

▲  (출처=금융감독원.)
▲ (출처=금융감독원.)

사업전환은 소폭의 지배구조 변화와 자본거래를 동반했습니다. 당시 당진에코파워의 주주구성은 SK가스(51%), 한국동서발전(34%), 한국산업은행(15%) 등으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당진에코파워는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인 울산GPS와 신설법인 음성천연가스발전, 당진에코태양광발전(현 당진에코파워)로 쪼개졌구요. 이중 음성천연가스발전사업을 한국동서발전이, 울산GPS를 SK가스가 가져가는 식으로 지분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동시에 SK가스는 울산GPS를 통해 LNG∙LPG 복합화력발전 사업으로 가닥을 잡았고, 한국동서발전은 LNG발전 사업을 확정했습니다.

LNG·LPG 복합화력발전사업 추진을 결정한 SK가스는 LNG터미널 사업에도 손을 뻗었습니다.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고생하던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 북항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죠. SK가스는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 북항사업 운영법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879억원을 투자해 지분 45.5%를 취득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LNG 발전사업으로의 선회가 석탄발전사업보다 더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사업 추진단계라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SK가스의 울산GPS 상업가동은 오는 2024년 6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아직 3년도 더 넘게 남았습니다. SK가스가 투자한 KET의 LNG터미널의 예상 상업가동 시점 역시 2024년 6월입니다.

다만 LNG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전망을 밝히는 요소입니다.

▲  (출처=삼정KPMG 에너지 전환과 천연가스의 시대.)
▲ (출처=삼정KPMG 에너지 전환과 천연가스의 시대.)

삼정KPMG가 지난 10월 발간한 보고서 ‘에너지 전환과 천연가스의 시대’에 따르면 전기화 시대의 새로운 1차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가 부상하며 에너지 헤게모니가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고서에 기재된 전 세계 주요 1차 에너지원별 소비량 추이 및 전망을 보면 1971년만 하더라도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운 44%에 달했으나 2018년에는 그 비중이 31%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천연가스 소비 비중은 16%에서 23%로 증가했구요.

앞으로도 현재까지의 추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오는 2040년까지 석유의 비중은 28%로 줄어들고, 천연가스 비중이 25%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입니다.

천연가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미 널리 알려진 전세계적인 친환경 기조이구요.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미국의 셰일혁명입니다. 셰일혁명으로 인해 천연가스 공급이 증가하고 또 가격이 하락하며 천연가스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게 된 것이죠. 게다가 석유, 석탄 등 다른 에너지원들과 비교해 에너지 효율도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출처=삼정KPMG 에너지 전환과 천연가스의 시대.)
▲ (출처=삼정KPMG 에너지 전환과 천연가스의 시대.)

아무튼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고려하면 SK가스의 LNG∙LPG 발전사업으로의 전환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SK가스 역시 자체적으로 오는 2025년까지 LNG∙LPG 발전사업, LNG터미널 사업 등 신규사업에 힘입어 4000억원 이상의 세전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SK그룹 전체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 ESG개선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고려하지 않는 사업은 미래에 전망이 없다고 여러 강연에서 강조하고 있죠. 이중에서도 친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SK가스는 과거 울며 겨자먹기로 석탄화력발전 대신 LNG∙LPG발전사업을 택했는데요. 과연 시간이 지난 뒤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관심이 모입니다.

▲  (출처=삼정KPMG 에너지 전환과 천연가스의 시대.)
▲ (출처=삼정KPMG 에너지 전환과 천연가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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