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자사 미니LED TV로 'QNED TV'를 출시했다. (자료=LG전자)
▲ LG전자가 자사 미니LED TV로 'QNED TV'를 출시했다. (자료=LG전자)

LG전자가 기술설명회를 통해 미니LED TV 출시를 예고했다. 이 사실만 놓고 봤을 땐 신제품 출시 정도로 보이지만, 디테일에선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내용이 보인다. 양사의 기술·브랜드 경쟁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란 점에서 이번 기술설명회와 제품 출시는 여러 면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많다.

LG전자는 29일 오전 10시 ‘LG전자 TV 기술설명회’를 열고 내년도 출시할 2021 LG 미니LED TV, 일명 ‘LG QNED TV’를 소개했다.

LG QNED TV는 기존 LCD 기반 ‘나노셀 TV’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기본적으로 백라이트를 쓰는 LCD TV이지만 백라이트와 패널에서 동시에 진화를 이뤄내며 “LCD TV의 정점”에 섰다는 게 LG전자의 자평이다.

백라이트 측면에서 LG QNED TV는 백라이트유닛(BLU) 3만 개를 심었고 이를 2500개로 군집(디밍블록)화했다. 86인치 TV 기준으로 디밍블록 하나 당 정방향으로 약 3cm 수준이다. 디밍블록은 화면 안에서 빛을 내는 영역을 뜻하며, 그 수가 많을수록 빛을 제어하기 편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설명에 나선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 담당은 “풀어레이(Full-Array) 시절엔 2000개 내외의 led를 썼으니 3만 개는 10~15배 이상”이라며 “기존 디밍블록은 400~500개였는데 이 또한 5배 이상 증가하게 된 것이다. 기존보다 표현력이 10배 이상 올라간 것”이라 말했다.

▲  LG전자 QLED TV는 기존 LCD 제품군에 비해 기술단에서의 진보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LG전자)
▲ LG전자 QLED TV는 기존 LCD 제품군에 비해 기술단에서의 진보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LG전자)

패널단에서도 기술 진보가 있었다. RGB컬러필터에서 진화한 나노셀 필터에 퀀텀닷 소자를 접목한 ‘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를 완성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백선필 담당은 “미니LED는 향상된 밝기와 명암비가 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를 만나 lcd로 낼 수 있는 최상의 화질을 선사한다”며 “감히 LCD 진화의 정점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백 담당은 “백라이트가 있는 TV는 나노셀에서 업그레이드된 LG QNED, 즉 미니 LED TV가 된다”며 “포지션으론 OLED TV가 탑라인이며 QNED, 나노셀 TV 순으로 포지셔닝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LG전자는 이 제품을 55~86인치대 중대형 사이즈에 배치할 계획이다. 보급형 LCD TV 대비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자사 프리미엄 라인업인 OLED 대비 같은 사이즈에서 가격은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 밝혔다.

LG전자의 이번 기술설명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QNED’라는 작명, 그리고 두 번째는 ‘퀀텀닷’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삼성전자와 연관돼있다.

①삼성 차세대 디스플레이 'QNED' 작명 빼앗다

QNED TV는 사실 이번 LG전자 신제품 브랜드명이지만 TV와 디스플레이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소한 이름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기술로 QD디스플레이와 함께 바로 QNED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개발 중인 QNED는 ‘퀀텀 나노 발광다이오드(Quantum nano emitting diode)’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나노로드라고 불리는 미세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광소자로 삼는 방식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시가관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10월까지 QNED 관련 특허를 125건이나 냈다.

▲  QNED 구조. (자료=유비리서치)
▲ QNED 구조. (자료=유비리서치)

이번에 LG전자가 출시한 QNED TV의 영문 풀네임은 ‘퀀텀닷 나노셀 발광다이오드(Quantum nanocell emitting diode)’다. LG전자는 지난 9월 경 특허청에 QNED·QNLED·NQED 등의 상표권을 출원한데 이어 미국·유럽연합(EU)·호주 등 외국에도 이들 3건을 상표 등록했다.

이에 대해 이정석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은 “QNED 작명은 단기간에 나온 아이디어는 아니고 기존 로드맵 상에 있었는데 그 기술이 가시화되며 올해 초에 상표권 등록을 한 것”이라며 “삼성이 개발한다는 기술에 대해선 아는 바는 없다”고 상호 연관성에 대해 부인했다.

다만 나노로드 소자를 쓴다는 의미의 삼성전자 QNED가 부각된 게 불과 1년 전이란 점에서 이번 LG전자의 TV 브랜드명이 QNED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나 삼성전자가 QLED TV를 출시할 당시 “LCD TV에 왜 LED라는 작명을 했냐”는 비판이 나왔던 걸 감안할 때, 이번 브랜드명은 양사의 네이밍 전쟁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②'삼성=QLED' 공식을 허물다

또 하나 주목할 건 바로 퀀텀닷 소재를 자사 나노셀에 결합해 패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 담당은 “나노셀과 퀀텀닷을 결합해 ‘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를 마련했다”며 “나노셀 플러스로 소재를 독자 개발하고 기존 퀀텀닷 기술을 결합하는 걸 최초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퀀텀닷이라는 소재를 TV에 결합하는 걸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자주 언급한 곳이 바로 삼성전자다. 전류를 받으면 자체 발광하는 퀀텀(양자)을 주입한 반도체 결정으로, 퀀텀닷 물질을 필름에 입혀 LCD의 색 재현률(채도)을 대폭 향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SUHD TV’로 퀀텀닷 TV를 최초 상용화했고 2017년 본격적으로 Q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QLED TV를 줄곧 내세워왔다. 사진은 2020년 CES 모습. (사진=블로터 DB)
▲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QLED TV를 줄곧 내세워왔다. 사진은 2020년 CES 모습. (사진=블로터 DB)

여기에 LG전자는 나노셀 컬러필터를 씌운 나노셀TV로 대응했다. 다만 QLED TV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삼성에 비해 나노셀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건 사실이었다. 이에 이번에 퀀텀닷 소재까지 공수해 ‘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를 선보였다. 기술적 성취와 별개로, ‘삼성=퀀텀닷’ ‘LG=나노셀’이라는 세간의 수식을 뒤바꿔버리는 시도에 나선 셈이다.

백선필 담당은 “QD와 나노셀은 모두 고색지원 기술로 이를 갖고 레드와 그린, 블루를 조합해 낼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는 따로 분리된 게 아니라 하나로 만든 것”이라며 “광원에서 빛이 나오면 RGB로 바꾸는데 여기에 QD와 나노셀을 동시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이번 기술설명회에서 OLED를 부각하는 전략도 확실히 했다. QNED TV는 LCD 기술의 정점이지만 자발광하며 수억 개의 픽셀을 기반으로 무한에 가까운 디밍존을 형성하는 OLED에 미치진 못한다는 것이다.

▲  LG전자는 이번 기술설명회를 통해 자사 OLED TV를 부각하는 전략도 확실히 했다. (사진=LG전자)
▲ LG전자는 이번 기술설명회를 통해 자사 OLED TV를 부각하는 전략도 확실히 했다. (사진=LG전자)

백 담당은 “미니LED는 달 정도 크기는 표현하는 데는 완벽하나 통제 범위가 커서별 별 주변엔 빛 번짐이 생기거나 아예 안 보일 수 있다”라며 “OLED는 디테일한 걸 표현할 수 있고 100% 자발광에 퍼팩트 블랙, 따라올 수 없는 무한 명암비와 컬러 피델리티, 플리커가 없고 눈에 편한 디스플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LG전자의 기술설명회는 삼성전자의 ‘두 가지 무기’, 즉 QNED와 퀀텀닷를 견제하는 측면에서의 성격이 확실히 담겨있다. 내년 미니LED TV를 중심으로 벌어질 양사의 ‘TV전쟁’, 나아가 포스트 LCD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OLED’와 ‘마이크로LED’, 그리고 삼성의 QNED를 놓고 벌어질 장기전 또한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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