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왼쪽부터) 양원용 KB 국민은행 MVNO사업단장, 장석영 과기정통부 차관,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이 지난 10월27일 서울 서대문구 KB국민은행에서 열린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홈페이지)
▲ (왼쪽부터) 양원용 KB 국민은행 MVNO사업단장, 장석영 과기정통부 차관,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이 지난 10월27일 서울 서대문구 KB국민은행에서 열린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홈페이지)

"올해 알뜰폰으로 넘어왔는데 통신 품질 이상 없습니다". "쿠팡에서 자급제폰 24개월 무이자로 사서 알뜰폰 유심요금제 가입했더니 통신비 확 줄었어요".

올해 쓴 알뜰폰 관련 기사에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의 요금제를 쓰다가 알뜰폰으로 갈아탄 소비자들의 댓글이 많았습니다.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주요 원인은 5G에 대한 불만이 꼽힙니다. LTE보다 비싼 요금제와 스마트폰을 쓰는데 5G 전파는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간 소비자들은 알뜰폰의 품질에 대해 의심하며 비싸더라도 이통사의 요금제를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알뜰폰을 써보니 통화와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후기들이 이어졌고 알뜰폰으로 갈아탄 소비자도 늘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로는 KT엠모바일·LG헬로비전·미디어로그·SK텔링크 등 이통사의 자회사들과 인스코비·유니컴즈·큰사람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구축한 통신망을 빌려 알뜰폰 사업을 합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빌려 쓰는 망에 대한 도매대가는 매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망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상을 벌이죠. 과기정통부는 협상을 통해 망 도매대가를 조금이라도 깎기 위해 노력합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 망 도매대가를 음성과 데이터 각각 지난해 대비 20% 이상 인하하고 LTE와 5G 요금제의 수익배분 대가도 낮춘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이통사들이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5G 요금제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  (자료=과기정통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
▲ (자료=과기정통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

알뜰폰 사업자들은 망 도매대가가 낮아지고 LTE에 이어 일부 5G 요금제까지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상품도 더 다양하게 구성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으니 가입자 수는 증가했습니다. 과기정통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약 898만명으로 9월(737만명)에 비해 161만명 증가했습니다. 지속 감소하던 알뜰폰 가입자 수가 10월에 급증했네요.

▲  (자료=과기정통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
▲ (자료=과기정통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알뜰폰 가입자는 크게 △휴대폰 △태블릿PC·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으로 구분됩니다. 10월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 수는 625만명으로 9월(631만명)에 비해 소폭 감소했습니다. 알뜰폰 휴대폰은 선불요금제와 후불요금제로 나뉩니다. 이번 가입자 수 감소는 선불요금제 가입자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선불요금제는 말 그대로 필요한 데이터에 대한 요금을 먼저 지불하고 쓰는 요금제를 말합니다. 주로 내국인이 해외로 나갔을 때와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왔을 때 사용합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국가 간 왕래가 크게 줄어들면서 선불요금제 가입자도 감소했습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10월 선불요금제 가입자는 288만명으로 9월(297만명)에 비해 9만명 줄었습니다.

또 알뜰폰 사업자들의 선불요금제 정리 작업도 가입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이 선불로 구매한 데이터를 조금 남겨놓고 본국으로 돌아간 경우 등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회선을 제외한 것입니다. 10월 태블릿PC·웨어러블 관련 회선 수도 약 7만6000건으로 9월(7만1000건)에 비해 소폭 늘어난 것이라 전체 알뜰폰 가입자 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  (자료=과기정통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
▲ (자료=과기정통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

IoT 회선수를 살펴보겠습니다. IoT 회선은 △차량관제 △원격관제 △무선결제 △기타 등으로 구분됩니다. 그 중 차량관제 회선 수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25만~29만건을 오갔지만 10월 196만건으로 급등했습니다. 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양사는 9월 과기정통부에 이동통신 재판매사업자로 등록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왜 이동통신 재판매사업자가 됐을까요? 양사는 차량 원격제어·안전보안·인포테인먼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통신망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차량 안에서 원격으로 각종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통신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차량이 외부와 통신을 하려면 유심칩이 필요합니다. 유심칩을 자동차에 장착하고 통신망과 연결되면 하나의 회선으로 잡히게 됩니다. 이처럼 외부와 연결되는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 양사는 이동통신 재판매사업자로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사의 망을 임대해 사용하게 됩니다. 양사의 유심 탑재 차량 회선 수가 10월부터 과기정통부 통계에 잡히면서 전체 알뜰폰 가입자 수까지 증가하게 된 셈입니다.

양사 외에 국내에서 이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르노삼성·쌍용·테슬라코리아 등이 이동통신 재판매 방식으로 차량제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이동통신 재판매를 통한 융합 서비스가 확대되도록 기존 음성전화 중심의 망 제공 정책을 정비할 계획입니다.

▲  (자료=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
▲ (자료=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

그렇다면 알뜰폰의 일반 휴대폰 시장은 축소될까요? 선불요금제의 축소로 가입자 수가 줄긴 했지만 알뜰폰의 후불요금제 가입자 수는 증가 추세입니다. 알뜰폰 후불요금제 가입자 수는 올해 1월 329만명에서 10월 339만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한국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11월 알뜰폰은 전달에 비해 3만1674명 순증했습니다. 이는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 수가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번호이동한 수보다 3만1674명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알뜰폰의 순증 추세는 올해 6월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그 폭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급제폰을 구매하고 알뜰폰 유심요금제에 가입하는 알뜰족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업자별로는 KT의 자회사 KT엠모바일이 알뜰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업계의 추정 수치에 따르면 11월 KT엠모바일의 가입자 수는 79만명입니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LG헬로비전(61만명), 미디어로그(60만명)가 뒤를 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KB국민은행은 9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알뜰폰은 올해 알뜰 소비를 원하는 후불요금제 가입자와 현대·기아차와 같은 사업자들로 인해 새롭게 도약할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보다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통신 품질과 사후서비스(AS)는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준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서비스의 품질이 낮으면 소비자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겠죠. 오는 2021년에는 알뜰폰이 올해보다 더욱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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