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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차인표'는 제목 그대로 배우 차인표를 주제로 한 영화다. 전형적인 코미디 장르의 영화와는 달리 '차인표'는 그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진중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진정성'에 대한 고찰

차인표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수식어들은 동명의 영화를 통해 '작은 균열'과 '전환점'을 제시한다. 다만 코미디 영화인 만큼 작정하고 망가진 차인표의 모습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아쉽다'하는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것이 이 영화는 차인표의 일대기를 다룬 것이 아닌 현 시대의 배우 차인표를 조명하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영화)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영화)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여심을 흔들었던 그의 검지손가락은 26년이 지난 지금도 차인표의 트레이드 마크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군 입대를 통해 당당히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선택한 배우, 사회운동과 기부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예인, 카리스마와 반듯한 이미지를 통해 선 굵은 연기를 하는 배우. 배우 차인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런 '반듯함'에 머물러 있다.

영화에서 말하는 배우 차인표의 인생철학은 '진정성'이다. 등산로에서 우연히 만난 팬에게 직접 사진을 찍어주거나 무일푼으로 상경한 배우 지망생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영화)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영화)

여기까지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차인표의 모습과 흡사하지만 영화는 이 반듯함 뒤에 숨겨진 인간 차인표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개똥을 밟아 낭패를 본 상황에서 무리하게 달려드는 열성팬을 돌려보내기 위해 억지로 사진을 찍어주는가 하면, 후배의 존경어린 시선에 도취돼 "영화에 꽂아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모습은 반듯함과는 거리가 먼 인간 차인표를 대변한다.

지근거리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매니저 아람은 인간 차인표를 일깨워 주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애완견 '별님이'를 끔찍히 아끼는 차인표에게 '개XX'라고 말하며 중의적인 표현을 남발하는가 하면 영화 후반부에는 진정성의 틀을 부수는 '팩트 폭력'으로 차인표를 일깨워준다. 진정성 하나만 가지고 살아온 차인표에게 있어 인생을 흔드는 변화의 시발점으로 다가온다.

붕괴된 목욕탕, 그리고 검지손가락

영화 차인표는 관객들이 보기에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억지 웃음을 유발하거나 말장난이 범벅이된 클리셰를 지향하기보다는 차인표가 연속으로 겪는 고통을 통해 '삶'에 숨겨진 희극적 요소를 부각시킨다.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한 찰리 채플린의 말과도 닮아 있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영화)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영화)

진정성을 앞세운 차인표는 다양한 비극을 경험하며 서서히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 붕괴된 목욕탕에 알몸으로 갇힌 차인표를 통해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그를 조명한다. 잘 나가는 연예인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복선과 맞물려 과거의 영광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차인표를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지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잔인한 장면을 통해 '과거에 안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주제의식도 보여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대중들의 눈높이도 그에 맞게 변화하는 만큼 '배우 차인표도 변해야 한다'는 선명한 목표를 제시한다. 아내 신애라와의 통화에서 "흔들 손가락이 사라졌어"라며 울먹이는 차인표의 모습에서 '사랑은 그대 품안에' 이미지도 버릴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영화)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영화)

차인표가 영화 출연을 결정하면서 느꼈을 감정이 오롯이 전달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차인표는 5년 전 영화 출연을 제안받을 당시만 해도 캐릭터에 의구심을 표하며 출연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내가 영화 속 캐릭터처럼 정체돼 있음을 느꼈다"며 "차인표의 매트릭스에 갇힌 느낌을 받았는데 이를 풀기 위해 출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 그의 인터뷰가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에 안주해도 편안한 삶을 누릴 순 있지만, 정체된 '나'에게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갇혀진 틀을 과감히 깨뜨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차인표는 영화 막바지 통렬한 반성을 통해 자가당착의 모순에서 벗어나려한다. 그는 아내와의 통화에서 "다 내 착각이었어. 실패해도 괜찮고 부끄러워도 되는데 나는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어. 차인표는 창피해도 안 되고 모양 빠지면 더더욱 안 되고. 멋지고 강인하고 젠틀하고 반듯하고"라며 울먹인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영화)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영화)

아내 신애라는 차인표의 반성에 대해 "자기야 이미지가 뭐가 중요해"라며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차인표의 진정성은 변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구조된 상황에서 팬티를 벗어던지는 장면은 아내의 조언을 받아들여 차인표의 변화를 암시하는 결정적 장면이다.

차인표는 변한다. 예수를 연상케 하는 장발과 시니컬한 표정을 장착한 차인표는 "긍정의 아이콘이 고작 그런 일 하나에 비관론자가 되면 되겠냐"는 장항준 감독의 일침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야 니가 내 상황이 돼 봤어?"라며 "너 같으면 이미 멘탈 다 나갔어"라는 초연한 그의 모습에서 코미디가 아닌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제2의 차인표'를 열망하는 자신의 기대치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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