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원 투자를 유치,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출범 1년 만이다. 6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산은의 이번 투자는 은행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스케일업 투자(고성장하는 혁신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스케일업금융실’을 신설하고 우량 스타트업에 대한 대형 투·융자를 지원해왔다. 총 14개 기업에 100억원 이상의 대형 투자를 집행했다. 이 가운데서도 사전기술평가를 통해 최상위 등급을 부여 받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구제·정책금융을 제외한 투자로는 산은 사상 최대 규모를 지원 받게 됐다. 기술력과 성장 잠재성, 디지털 전환 지원 역량 등을 높게 평가받은 결과다.

이는 기존 해외자본에 의존해온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국내기관이 단독으로 실행한 이례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국내 기관의 건당 평균 벤처투자 규모는 30억원 미만 수준이다.

1000억원 ‘수혈’…B2B 사업 속도 낸다

산은의 이 같은 대대적인 투자 배경에는 국내 기업간거래(B2B)시장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미칠 파급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첫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출범했던 AI랩(LAB)이 2019년 12월 분사한 회사다. AI랩은 카카오 안에서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I’를 중심으로 검색, 챗봇 등의 서비스를 개발·운영해 왔다. △현대자동차 △GS건설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과도 협력하면서 카카오i의 접점을 늘려갔다.

하지만 소비자 대상(B2C) 사업에선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었다. 기존 사업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신(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카카오는 B2B로 방향을 틀었다. 카카오i의 적용범위를 헬스케어, 금융, 유통, 물류, 제조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대하면서 새로운 ‘캐시카우’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였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강조한 사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주요 사업은 ▲카카오워크 ▲카카오i 엔진 ▲카카오i 커넥트 ▲카카오i 클라우드 ▲카카오i 인사이트 ▲카카오 AI 디바이스 등이다.

가시적인 성과는 뚜렷하다. 출범 1년여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특허청, NH투자증권, 에버랜드, 교보생명, KBS, 코맥스 등 기업들과 16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기반으로 가전, 문화, 레저, 헬스케어, 금융, 물류 등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업무용 메신저 시장에도 진출했다. 슬랙·MS 팀즈·구글 미트·라인웍스·잔디 등 국내외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출시한 협업도구 ‘카카오워크’는 3개월 만에 유·무료 ‘워크스페이스’ 개설 수 10만곳을 돌파했다. 카카오톡과 유사한 사용성을 바탕으로 전자결재, 근태관리 등 업무에 유용한 기능을 제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기업과 단체·조직이 활용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클라우드 솔루션 플랫폼 ‘카카오i 클라우드’의 정식 출시도 예정돼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10년간 카카오가 쌓아온 데이터 구축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기업 자체 시스템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더불어,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결해 사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등 모든 환경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카카오톡과 챗봇 기반으로 인프라 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산은의 기업 대상 1000억원 규모의 투자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엔터프라이즈 산업 자체가 유망한 데다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출범 1년 만에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력, 전문성 등 디지털 혁신 역량에 대해서 인정 받은 것과 더불어 상반기 출시 예정인 클라우드에 대한 기대감도 (투자에)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산은으로부터 ‘자금 수혈’에 성공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올해 카카오워크와 카카오 i 클라우드 등 주요 사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신규 사업영역 진출을 위한 기술 투자 등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번 투자에 대해 한국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국내 혁신 기업에 대한 산은 최대 규모의 스케일업 투자다. 국내 자본을 통한 혁신 산업 육성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며 “국내 벤처 생태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백상엽 대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혁신 DNA와 IT 기술을 활용해 국내 전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고도화된 인공지능 엔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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