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가 안방인 미국에서 ‘미니’를 제외하고 순항 중이다. 5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CIRP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12 미니는 출시 후 판매된 아이폰 중 점유율 6%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는 1년 전 출시된 아이폰11보다 낮은 수치다.

▲  아이폰 미니 12 (사진=애플)
▲ 아이폰 미니 12 (사진=애플)

애플은 2020년 10월 14일 공개한 최신 아이폰을 4개 모델로 세분화해 출시했다. 기본형인 ‘아이폰12’와 크기, 카메라 성능을 강화한 ‘아이폰12 Pro/Pro MAX’, 유일하게 5인치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 12 미니’다.

사양 나누기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한 아이폰 12 시리즈의 초기 판매 성적은 긍정적이다. 출시 첫 달엔 단 2주만에 10월 전세계 5G 스마트폰 판매량 1, 2위를 독차지했다.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좋다. CIRP는 최근 미국에서 판매된 아이폰 중 아이폰 12 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이른다고 밝혔다. 2019년 같은 기간 전작인 아이폰 11 시리즈가 기록한 69%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다.

▲  2020년 10~11월 미국 내 아이폰 판매 점유율 (자료=CIRP)
▲ 2020년 10~11월 미국 내 아이폰 판매 점유율 (자료=CIRP)

하지만 그중에는 ‘미운오리새끼’가 있다. 76% 중 고작 6%를 차지한 아이폰 12 미니(이하 미니)다. 나머지 모델 중 아이폰 12의 판매량이 가장 높긴 하지만 그래프상 큰 차이는 없다. 반면 미니의 경우 같은 해 4월 출시된 아이폰 SE 2세대나 2019년 출시작인 아이폰 11보다 판매 점유율이 낮다. 오히려 2년전 출시된 아이폰XR과 비교하는 게 더 의미 있어 보일 정도다. 이유가 뭘까?

마이크 레빈 CIRP 공동설립자는 “미니의 가격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준 699달러로 출시된 미니가 비슷한 체급의 아이폰 대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단 이야기다.

▲  표=블로터 / 자료=애플
▲ 표=블로터 / 자료=애플

레빈은 미니의 경쟁 모델로 아이폰11과 아이폰 SE 2세대를 꼽았다. 아이폰 11의 경우 599달러로 미니보다 100달러 싸다. 화면 크기는 6.1인치로 더 크며 한 세대 낮은 프로세서와 5G 미지원 단말기라는 점만 빼면 여전히 고성능 모델로 분류된다. 사실상 5G만 포기하면 약 10만원 이상 싼 가격에 쓸 만한 아이폰을 살 수 있는 셈이다.

미니 입장에서 진짜 강적은 아이폰SE 2세대다. 이미 6인치 이상 대화면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뤘다지만 여전히 한 손 조작이 가능한 수준의 소형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은 적지 않다. 아이폰 SE와 미니 역시 그런 수요자들을 겨냥해 출시된 모델이다. 그러나 둘 사이의 가격 차는 무려 300달러다. 그렇다고 2020년 출시된 아이폰 SE 2세대의 성능이 미니보다 크게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  아이폰 SE 2 (사진=애플)
▲ 아이폰 SE 2 (사진=애플)

게다가 ‘작은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목적이라면 오히려 시중의 유일한 4인치대 아이폰인 SE 2세대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결국 699달러라는 가격은 대중적인 아이폰 11과 미니의 성격에 더 부합한 SE 2세대 사이에서 적잖은 애매함을 만들어 냈다. 물론, 미니의 최신 디자인이나 성능에 더 가중치를 두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론 실리 추구형 소비자가 더 많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나는 점이다.

한편, 가격의 중요성은 국내 상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미니는 미국과 달리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 중 점유율 상위권에 올라 있는 모델이다. 업계에선 그 배경으로 지난 연말 시즌 이동통신사의 미니 판매 보조금이 상향 조정된 점, 또 일부 불법 보조금까지 유통되며 미니 실구매 가격이 크게 낮아졌던 점을 꼽는다. 또 국내 아이폰 가격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고성능에 가격은 낮은 미니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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