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은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인간의 본능이 발현된 여행이다. [캠핑일기]는 초보자의 캠핑 체험기를 다루는 코너다. 복잡한 세상사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어줄 캠핑의 세계로 들어가 봤다.

▲  경기 시흥시 물왕저수지 (사진=김명상 기자)
▲ 경기 시흥시 물왕저수지 (사진=김명상 기자)

새해를 맞아 캠핑을 떠났다.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던 참이었다. 하지만 곧 ‘작심삼일병’이 도질 것을 알고 있었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굳었던 각오가 연체 생물처럼 흐물흐물해지는 데는 3일도 채 걸리지 않으리라. 이래서는 과거의 반복일 뿐이다.

변화의 시기가 왔음을 온몸에 새겨야 했다. 우선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늘 머물던 곳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분위기 전환이 된다. 캠핑은 그런 의미에 딱 어울렸다.

하지만 날씨가 문제였다. 휴가를 낸 시기에 최저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숙련자가 아닌 ‘캠린이’가 감당하기에는 다소 걱정스러운 날씨다. 과연 텐트나 제대로 칠 수 있을는지. 평소 같으면 취소했겠지만 새해 각오를 다지려던 참이다.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난로와 보온 장비를 바리바리 싸 들고 훌쩍 집을 나섰다.

도심에서 가까운 캠핑장으로

▲  물왕숲캠핑파크 관리사무소 주변 (사진=김명상 기자)
▲ 물왕숲캠핑파크 관리사무소 주변 (사진=김명상 기자)

이번에 머문 곳은 경기도 시흥시 소재의 ‘물왕숲캠핑파크’였다. 캠핑장 근처에 물왕저수지가 있어서 숲과 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선택 포인트였다. 무엇보다도 입지가 도심과 가깝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캠핑 초보자로서 엄동설한의 날씨는 아무래도 걱정스러웠는데 시내 접근성이 좋으니 언제든 필요한 것을 살 수 있어서 안심이 됐다.

특히 대형 마트가 차로 3분 거리에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먹을 것이나 기타 필요한 물품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쉽게 구할 수 있어 든든했다. 캠핑장에 들어가기 전, 깜빡하고 챙기지 않은 물과 쌈 등의 채소를 따로 샀다. 산속 깊이 자리한 캠핑장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  관리사무소 (사진=김명상 기자)
▲ 관리사무소 (사진=김명상 기자)

캠핑장에 도착하니 관리자가 나와 발열 체크를 하고 사이트로 안내했다. 때가 때인 만큼 안심 온도 스티커를 붙여줬고, 마스크 착용 후 매점, 화장실 등을 이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방문객이 많지 않았음에도 방역 관리가 철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약한 곳은 1층 존에 자리한 데크였다. 방문 시 기온은 영하 4~5도 수준. 손이 얼어붙어 텐트를 치지 못하는 사태를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찬 바람이 불지 않고 햇볕이 따뜻해서 마치 봄날처럼 느껴졌다. 서둘러 텐트를 치는 동안 오히려 땀이 나서 옷을 벗고 싶을 지경이었다.

▲  비비큐존 (사진=김명상 기자)
▲ 비비큐존 (사진=김명상 기자)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걸었다. 주변에 장박 텐트가 많이 보였으나 대부분 비어있었다. 평일이라 한가하기도 했지만 날씨의 영향도 없지 않아 보였다. 가족 단위의 몇 팀만 옹기종기 모여 조용하게 캠핑을 즐기는 모습은 평화로웠다. 당일 방문객이 식사할 수 있는 바비큐존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고 싶었지만 이용객이 없다 보니 살피기 어려웠다.

텐트를 친 1층 데크는 위치가 아주 좋았다. 도보 10초 거리에 화장실, 샤워실, 매점, 개수대 등이 있어 무척 편리했다. 아쉬운 점은 데크 간 간격이 다소 좁다는 것이었다. 방문했을 때는 머무는 팀이 적어서 넓게 흩어질 수 있었지만 주말의 경우 다닥다닥 붙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데크 위치의 편리함과 캠핑장의 시내 접근성, 위생적인 관리, 깨끗한 시설, 방역 노력 등을 고려하면 방문객 성향에 따라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본격적인 강추위…새벽에 울린 경보기

산이라 그런지 해가 일찍 떨어졌다. 공기가 금세 싸늘해졌다. 저녁만 함께하고 캠핑장을 떠난 지인은 “입 돌아가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남겼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지자 더 춥게 느껴졌다. 설거지를 마치고 텐트로 돌아오는 사이 손이 얼어버렸다. 캠핑을 시작하고 처음 맞이하는 겨울. ‘이런 날씨에 과연 밖에서 자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등유 난로를 켜다 얼마 전에 본 뉴스가 떠올랐다. 계곡 인근 텐트에서 자던 이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기사였다. 밀폐된 공간인 텐트에서 난로 등 난방 기구를 오래 사용하면 연료가 불완전 연소하면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잠이 든 사이 무색·무취인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캠핑 필수품인 일산화탄소 경보기 (온라인 쇼핑몰 갈무리)
▲ 캠핑 필수품인 일산화탄소 경보기 (온라인 쇼핑몰 갈무리)

춥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텐트 입구 문을 좀 열어두고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머리맡에 둔 후 잠을 청했다.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삑삑대는 소리에 깼다. 경보기가 울리고 있었다. 분명히 문을 열어뒀는데 이상했다. 고장이 났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바람이 불었는지 입구에 쳐놓은 우레탄 창이 덮여 있었다. 모르는 사이에 밀폐 상태가 된 것이다. 잠이 확 달아났다. 자칫 저승행 급행열차를 탈 뻔한 것. 일어나서 입구 문 이외에 텐트 창문까지 열어 뒀다. 다행히 아침까지 경보기가 다시 울리는 일은 없었다.

첫 겨울 캠핑, 안전이 제일

그렇게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몰아친 하룻밤이 지나갔다. 좀 춥긴 했지만 편안하게 잤다. 그러나 밖에 나가보니 간밤이 혹한이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투명 우레탄 창에는 서리가 잔뜩 끼어 있었다. 밖에 내놓은 물은 죄다 얼어붙었고, 마트에서 산 상추와 깻잎은 어제의 싱싱함을 잃고 얼음덩이처럼 단단하게 변했다. 군 제대 이후 겨울에 야외에서 잔 것은 처음이었지만 새삼 놀라웠다.

▲  캠핑 때 사용한 등유 난로 (사진=김명상 기자)
▲ 캠핑 때 사용한 등유 난로 (사진=김명상 기자)

추위 대비용으로 여러 가지를 챙겼으나 효율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등유 난로는 당연히 필수다. 부피가 커서 가져오기 귀찮았지만 이런 추위에는 사실상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최대 전력 600W 출력의 미니 온풍기는 기대와 달리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1~2인용 텐트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이번에 쓴 4인용 텐트를 덥히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오히려 소홀하게 여겼던 전기장판과 침낭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됐다. 일산화탄소 중독을 우려해 문을 꽤 개방하고 잤다는 것을 고려할 때, 난로만 믿었다면 정말 극한의 체험을 했을 것이다.

▲  캠핑 때 사용한 침낭과 전기장판 (사진=김명상 기자)
▲ 캠핑 때 사용한 침낭과 전기장판 (사진=김명상 기자)

이번 경험 이후 장비에 관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동안 최대한 가성비가 좋은 것을 찾았다면 이제는 투자할 것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겨울 캠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방한과 안전이다. 난로 사용 시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무조건 챙겨야할 품목이다. 1~2만원대 중국산 제품을 썼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다만 만일을 위해 브랜드 제품으로 1개 더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유난로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고 부피가 작은 것을 선호했지만 큰 걸로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그 자체가 두려움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매일의 안온함을 떨쳐야 할 때가 있다. 새해맞이로 떠난 캠핑장에서 겪은 경험은 평소 얼마나 편안한 환경에서 사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버튼만 누르면 따뜻해지는 방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감사할 줄 모르고 산 것은 아닌지. 집에 돌아왔을 때, 늘 똑같던 공간은 예전보다 더 안락하게 느껴졌다.

방문 캠핑장 정보
물왕숲캠핑파크
주소 경기 시흥시 동서로 706-88
시설 카라반, 캠프렛, 데크 사이트(5.5*6m), 바비큐존(3시간 이용가능), 트램펄린, 레고방 등
이용 시간 오후 2시~ 다음날 오전 11시
인원 제한 사이트 당 최대 4명, 차량 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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