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지난 2020년 4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이 주춤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8일 4분기 잠정실적(매출 61조원, 영업이익 9조원)을 발표했지만 잠정실적에서는 각 사업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IM부문의 실적은 증권가의 추정치를 인용하겠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IM(IT&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부문의 영업이익을 약 2조5000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인 2019년 4분기 영업이익(2조5200억원)과 비슷하지만 직전 분기인 2020년 3분기(4조4500억원)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입니다.

4분기 IM부문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재확산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제한 등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스마트폰 출하량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봉쇄 조치로 사람들의 이동량이 크게 줄어들다보니 스마트폰 생산과 판매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겠죠.

▲  (자료=삼성전자 실적발표)
▲ (자료=삼성전자 실적발표)

꾸준한 IM부문…5년간 분기 평균 영업이익 2조6600억원

삼성전자의 IM부문은 2020년 4분기에는 전 분기에 비해 실적이 주춤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5년간의 추이를 보면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지난 2015년 3분기부터 2020년 3분기까지 5년간의 IM부문 분기별 평균 영업이익은 약 2조6600억원입니다. 2020년 4분기 추정치(2조5000억원)와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직전 분기인 2020년 3분기의 실적이 워낙 좋아 상대적으로 4분기 실적이 더 부진했던 것으로 보이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IM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인 4조4500억원은 최근 5년간 분기별 IM부문 영업이익 중 최고치입니다.

3분기 IM부문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IM부문의 매출은 크게 스마트폰·태블릿PC·웨어러블 기기·노트북PC(무선)와 통신장비(네트워크)로 구분됩니다. 우선 무선 분야에서는 3분기에는 갤럭시노트20와 갤럭시 Z 폴드2 5G 등 플래그십 신제품들이 출시됐습니다. 플래그십이란 고사양의 부품들과 제조사의 전략적인 기능이 포함된 고급형 제품을 말합니다. 갤럭시노트 신제품을 기다렸던 충성 고객들이 갤럭시노트20 구매에 나섰죠. 화면을 좌우로 접었다가 펼칠 수 있는 폴더블폰인 갤럭시 Z 폴드2 5G는 일반 스마트폰보다 고가이긴 하지만 새로운 제품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플래그십뿐만 아니라 중저가 스마트폰도 활약했습니다. 5G 통신이 가능한 갤럭시A 시리즈가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갤럭시 M 시리즈는 인도 시장에서 선전했습니다.

▲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에 전분기 대비 47% 증가한 798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며 점유율 22%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에서 2위인 화웨이(14%, 5090만대)를 8%포인트 앞섰습니다.  샤오미(4620만대, 13%), 애플(4170만대, 11%), 오포·비보(각 3100만대, 8%)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굵직한 계약을 이끌어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미화 66억4000만달러)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계약은 단일 수출 계약으로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사업에서 화웨이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이러한 대형 계약을 이끌어내며 장비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1 초청장(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1 초청장(사진=삼성전자)

2021년, '5G 대중화·폴더블폰 성장' 관건

그렇다면 삼성전자 IM부문의 2021년 성적은 어떨까요? 우선 5G의 대중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국가는 한국과 미국·중국·일본 등입니다.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중국·일본이 2021년에 5G 가입자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글로벌 5G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확대될 전망입니다. 에릭슨엘지는 '모빌리티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6년에는 전 세계 모바일 가입 건수 88억건 중  40%인 35억건을 5G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5G의 확대는 제조사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와 콘텐츠제작사업자(CP)들도 함께 노력해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통사들은 5G 커버리지(도달거리)를 늘리며 안정적인 5G망 서비스를 해야 하며 CP들은 5G망에서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킬러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LTE에서는 못하지만 5G에서는 즐길 수 있는' 킬러콘텐츠가 있어야 소비자들이 LTE에서 5G로 갈아타는 속도가 빨라질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2019년 갤럭시S10 5G를 시작으로 플래그십 제품들에 5G 통신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습니다. 중가 스마트폰인 갤럭시A 시리즈로도 5G 기능을 확대했죠.

삼성전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폴더블폰이 얼마나 대중화될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삼성전자는 좌우로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2 5G와 상하로 접고 펼 수 있는 갤럭시 Z 플립 5G 등을 출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일반 소비자층으로 확대하려면 가격의 조정이 불가피해보입니다. 출고가는 갤럭시 Z 폴드2 5G가 239만8000원, 갤럭시 Z 플립 5G은 165만원이었습니다. 100만원 초중반대의 일반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가격대가 높습니다. 또 접는 스마트폰이 기존 스마트폰보다 어떤 점이 더 나은지에 대해 잘 설명해야겠죠. '화면을 접은 자국도 남는데 굳이 왜 접는 스마트폰을 써야 하나', '접히는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이 있나' 등의 질문에 답하며 소비자들을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롤러블폰을 내세운 LG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면을 말 수 있는 롤러블폰을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2021년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갤럭시S21이 포문을 엽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간으로 오는 14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5일 자정) 온라인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S21을 공개합니다. 갤럭시S21은 갤럭시S 시리즈 중 처음으로 S펜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LG전자는 11일(현지시간) 열리는 CES2021에서 롤러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롤러블폰은 디스플레이를 옆으로 잡아당겨 늘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자들은 그간 출시된 비슷한 형태의 스마트폰들에게서 혁신을 찾지 못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3GS로 스마트폰 시대를 열며 혁신을 주도했지만 뒤를 이은 스마트폰들은 혁신이라 부를만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폴더블폰과 롤러블폰을 내세워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을 주도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호응이 이어진다면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소비자들이 열광할 정도의 혁신적인 기능을 갖췄을지 시장의 기대가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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