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현대백화점 면세사업, 본전뽑기의 어려움

발행일 2021-01-13 11:04:16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현대백화점이 면세사업 진출을 위해 그동안 투자한 금액은 얼마일까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6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출자한 금액만 총 4400억원입니다. 별도 기준 현대백화점이 2019년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24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2개 사업연도의 영업이익 전부를 털어 넣었습니다.

현대백화점의 면세사업 진출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추진됐다고 전해지죠. 2015년 한 차례 면세사업 진출에 도전해 고배를 마셨으나, 이듬해 2016년 재차 시도해 결국 면세사업권을 따냈습니다. 기존 롯데, 신라, 신세계 등이 빅3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시장에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사업권을 획득한 현대백화점은 2018년 11월 서울 코엑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10층에 첫 면세점을 열고 본격적으로 사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2020년 3월 동대문 두타몰에 2호점을 냈고, 9월에는 롯데, 신세계, 신라 등을 제치고 인천공항에도 문을 열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종합.


이미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내용이지만 현대백화점은 면세사업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줄곧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2017년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총 1754억원에 달합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동대문점과 인천공항점 등 신규점 오픈을 통해 영업이익을 109억원 개선했다고 밝혔는데요. 애초 워낙 적자 폭이 컸던 터라 개선에도 불구하고 적자규모는 492억원에 달했습니다.

2019년까지 적자는 투자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면세사업 후발주자라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죠. 그러나 2020년 초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코로나19 탓에 현대백화점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난해 사업장을 3개로 확대하며 매출을 늘리고 전년 대비 적자 폭도 줄였지만,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며 언제쯤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백신 개발과 함께 올해부터 유통업황이 좋아질 거란 전망이 많이 나오긴 합니다. 그러나 면세사업은 홈쇼핑, 대형마트, 백화점 등 다른 유통사업 부문들과 비교해 실적 회복 속도가 느릴 것으로 분석됩니다. 면세사업 특성 상 해외여행 금지가 풀리고 공항에 사람이 가득 차는 등의 선제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대백화점은 면세사업 손익분기는 언제쯤 도달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외생변수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그간 다른 업체들의 실적을 토대로 손익분기에 다다르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 등 빅3로 꼽히는 국내 대표 면세사업자들의 지난 5년간 실적 추이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면세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연간 2000억~38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5억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꾸준하고 안정적인 실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 역시 탄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2015년 9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2017년 600억원으로 줄긴했지만 2018년 2000억, 2019년 2700억원을 내며 아주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출처=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각사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면세사업 실적 종합.)


물론 현대백화점을 롯데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롯데는 40년이 넘는 면세사업 역사를 갖고 있으며 아시아 1위, 세계 2위의 사업자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도 차이가 엄청나죠. 롯데면세점 홈페이지에 기재된 정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현재 국내 8개, 해외 12개 등 총 2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텔신라 역시 35년이 넘는 경력의 면세업 사업자입니다. 국내 5개, 해외 4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연간 매출 5조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등 화장품과 향수 등 품목에서 탄탄한 입지를 보였습니다.

빅3 중 경력이 가장 짧은 사업자는 신세계입니다. 신세계는 2012년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를 통해 면세사업에 진출했습니다. 2015년에는 면세사업 독립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하며 힘을 실었습니다. 홈페이지에 기재된 정보에 따르면 현재 신세계가 운영하는 면세점은 명동, 강남, 부산, 인천공항 등 국내 4개점입니다.

그나마 현대백화점이 목표로 삼을 만한 사업자가 바로 신세계인데요. 신세계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면세사업에서 기록한 누적 영업손익이 1000억원 수준입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연달아 적자를 냈고요. 2017년 흑자전환해 2019년까지 실적이 쭉쭉 좋아졌죠.

서두에 현대백화점이 지금까지 현대백화점면세점에 투자한 금액이 4400억원이라고 했죠. 여기에 누적적자는 1754억원이고, 2019사업연도 현대백화점면세점 감사보고서 기준 결손금은 약 1300억원입니다. 2020년에도 적자가 이어졌으니 결손금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어쨌든 지금까지 손해를 만회하려면 최소 1500억원의 이익을 남겨야 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1500억원의 누적 이익을 내기가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신세계는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하고 4년 만인 2019년에 영업이익 1000억원대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2019년은 면세업이 전례없는 호황을 보였던 때죠.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실적이 곤두박질치며 벌어놓은 돈을 대부분 까먹었습니다. 2020년까지 포함한 누적 영업손익은 고작 100억원 수준입니다.

게다가 1500억원은 단지 결손금을 메우는 수준이고요. 투자금액에 대한 기회비용, 흑자전환 때까지 이어질 적자, 사업을 진행시키는 데 들어가는 행정비용 등을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내야겠죠. 이를 감안하면 매년 평균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4~5년 정도는 꾸준히 내야 하는데, 이러한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신세계를 통해 증명이 됐습니다. 현대백화점이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갖고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겠죠.

물론 면세업 특성상 호황이 찾아오면 돈을 긁어모으는 것도 가능합니다. 코로나19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면 해외여행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죠. 한순간에 적자를 모두 만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투자규모나 추진의지를 보면 면세사업은 현대백화점의 자존심이 달린 일이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과연 현대백화점도 황금알을 품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뒷북치는 데 그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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