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진행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S 2021 기조연설엔 눈을 사로잡는 제품도, 실적 발표도, 미래 전략 발표도 없었다. 대신 연사로 등장한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MS 사장은 약 30분간 한결 같은 어조로 기술의 방향은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어디로 흘러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사진=CES 영상 갈무리)
▲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사진=CES 영상 갈무리)

그는 "MS가 매 분기 더 많은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어두운 면도 있다"며 "정부는 우리 같은 기업에게 점점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도서관 5만개 분량의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한 데이터센터의 프라이버시 및 보안 문제를 기업이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 그들의 허점이 국가와 사회의 통제력 상실로 비약될 만한 위험을 품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말이다.

스미스는 이 같은 질문이 모든 잠재적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고 봤다. 기업의 단편적 책임만을 묻고 요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 12월 발생한 최악의 악성코드 유포 사례 ‘솔라윈즈 사건’과 2001년 발생한 911테러를 거론하며, “미래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모두가 현재의 위협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를 위해 공공과 기업, 정부 간의 사일로(Silo, 소통하지 않는 조직)를 철폐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데이터를 공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필요에 의해서만 한정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던 문화는 이제 벗어나야 하며, 상존하는 다양한 위협 정보가 벽 없이 공유되는 사회를 만듦으로써 잠재적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그는 "과학이 여러 측면에서 공상과학을 따라잡은 이 시대가 모두에게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많은 이가 고민하는 AI의 양면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금의 AI는 각종 스마트한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간의 편견과 차별을 품고 누군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가 알고 있다.

스미스는 "지금껏 CES의 헤드라인은 언제나 흥미로운 혁신 제품들이 채워왔지만 이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에 의한 위협과 그것을 막기 위한 보호 장치는 무엇이 있는지도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엔 양심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사람이 있으며, 사람에겐 양심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매년 기술이 발전하고 갖은 혁신이 탄생하고 있지만 기술이 옳은 방향으로 쓰이는 일은 사용하는 이의 양심과 관심에 달렸다는 의미다.

아울러 "우리 모두가 개인으로, 기업으로서 기술이 선을 위해 사용되는지 악을 위해 사용되는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큰 도전이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이 세상에 봉사하게끔 만들어가는 일이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책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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