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 2021에 참가한 의료 관련 업체가 주목한 분야 중 하나는 원격의료다. CES는 디지털헬스를 올해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번 CES에서도 관련 첨단 기기가 대거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13일(현지시간) 진행된 ‘주류로 치솟는 원격의료 서비스’ 세션에서 패널들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그 속도가 느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션에서 원격의료 제공 기업 텔라닥헬스(Teladoc Health)의 제이슨 고어빅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2021년에 1000만명 이상의 원격의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의료진과 환자가 원격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상 의료 서비스 덕분”이라고 밝혔다.

“더 편하고 정확하게”…CES에 선보인 원격의료 관련 기기는

이번 CES에서는 419개의 디지털 건강 장치와 219개의 관련 웨어러블 장치가 선보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환자와 의사가 안전하게 거리를 두면서, 보다 빠르고 쉽게 ​​연결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술과 장비가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보다 정확한 원격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출시된 다양한 기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  (필립스 홈페이지 갈무리)
▲ (필립스 홈페이지 갈무리)

필립스는 CES 2021에서 원격 모니터링, 가상 진료 등을 강조했다. 임산부를 위한 ‘아발론 벨트리스 태아 모니터링 솔루션’의 경우 기존의 벨트 형태의 기기를 착용하지 않고도 심전도 및 EMG(근전도 검사) 신호를 사용해 태아와 산모의 심박수와 자궁 활동을 측정하는 제품이다. 산모가 병원 밖에서도 거추장스러운 기기 없이 자신과 태아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병원은 무선으로 이를 확인하고 문제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다.

▲  치매 측정 헤드셋 'iSyncWave'
▲ 치매 측정 헤드셋 'iSyncWave'

국내 생명 공학 스타트업인 아이메디신(iMediSync)은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기기를 선보였다. 전용 측정 헤드셋 'iSyncWave'을 약 10분 정도 착용하면 뇌파를 측정해 치매 단계를 구별할 수 있다. 뇌가 퇴화함에 따라 뇌파가 전반적으로 느려진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며 임상 시험 결과 90%의 적중률을 보인 바 있다. 아이메디신은 iSyncWave와 함께 원격으로 환자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시연하기도 했다.

▲  오므론헬스케어의 ‘바이탈 사이트'
▲ 오므론헬스케어의 ‘바이탈 사이트'

일본 의료기기기업 오므론헬스케어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인 ‘바이탈 사이트’를 공개했다.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의 전조가 될 수 있는 고혈압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가 받는 키트에는 스마트 혈압 커프(압박대), 체중계 및 의사와의 자체 연결을 설정하는 모뎀 등이 포함된다.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지 않아 최신 기기에 익숙하지 환자도 쉽게 쓸 수 있게 설계됐다. 측정된 혈압 자료는 의료진에게 직접 전달되며 의사는 판독 값이 위험한 영역에 도달하면 경고를 보내 관리할 수 있다.

▲  아이콘에이아이의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 아이콘에이아이의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이콘에이아이(ICON.AI)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인 알렉사를 내장한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를 공개했다. 두 손가락을 기기에 대면 약 60초 만에 심장 박동 수, 혈압, 산소 포화도, 심전도 등 다양한 건강 수치를 측정해준다. 심각한 결과가 감지되면 시스템이 병원이나 가족 등 제 3자에게 경고도 해준다.

▲  노인을 위한 모니터링 기기인 템포와 터치포인트 앱
▲ 노인을 위한 모니터링 기기인 템포와 터치포인트 앱

디지털 건강 플랫폼 케어프레딕트(CarePredict)는 노인을 위한 모니터링 앱인 터치포인트(TouchPoint)를 소개했다. 웨어러블 기기인 템포(Tempo)와 연동된 앱이다. 먼저 템포를 착용한 노인의 정상 상태를 학습한 이후 수면, 음식 섭취, 신체 활동은 물론 칫솔질 같은 일상생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다. 만약 식사를 놓치거나, 평상시보다 잠을 많이 자거나, 활동량이 적다면 터치포인트 앱이 가족이나 간병인에게 경고를 보내 빠른 대응과 관리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노인은 손목에 찬 템포의 버튼을 눌러서 연결된 이들과 대화할 수도 있다.

▲  간질 관리 앱 '엡시'
▲ 간질 관리 앱 '엡시'

CES 헬스&웰니스 분야에서는 간질을 관리하기 위한 디지털 헬스 플랫폼인 엡시(Epsy)가 최우수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간질 발작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엡시는 간질 유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환자의 식단, 수면 패턴, 기분, 카페인 섭취량, 스트레스 수준, 날씨, 생리 등에 대한 세부 정보와 함께 간질 증상 및 약물 사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력한다. 앱은 입력된 데이터를 트렌드 보고서로 변환하고 의료진과 공유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  원격 재활기기 ‘리블레스'
▲ 원격 재활기기 ‘리블레스'

국내 업체인 H-로보틱스(H-Robotics)는 물리치료사를 대신해 가정에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원격 재활기기 ‘리블레스(rebless)’를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에서 물리치료나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기기로 팔목, 팔꿈치, 발목, 무릎 등 4개 관절 부위에 사용 가능하다. 앱을 통해 재활 기록을 작성할 수 있으며 비대면 원격의료 기능을 통해 의료진의 조언을 받아 꾸준하게 재활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년 증가하는 원격의료 시장…전망은 ‘장밋빛’

▲  미국의 원격의료 사용자 추이 (팍스 어소시에이츠 홈페이지 갈무리)
▲ 미국의 원격의료 사용자 추이 (팍스 어소시에이츠 홈페이지 갈무리)

원격의료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인 팍스 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에 따르면 광대역 인터넷을 설치한 미국 가정의 41%가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2019년 2분기의 15%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또한 미국 의료보험 청구 데이터베이스 ‘페어헬스’ 자료에 따르면 최근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민간 보험 청구 건수가 급증했는데 2020년 4월에는 전년 대비 80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원격의료 이용자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젊은 세대는 더욱 적응이 빠를 것으로 보인다. 약 배송 서비스 업체 누룩스(Nurx)의 바샤 라오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학이 폐쇄되면서 캠퍼스 보건 서비스도 문을 닫아 학생들이 원격의료를 받게 됐다”며 “내년 말까지 원격의료는 젊은 세대를 위한 최우선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격의료 시장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더 밝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아리츠톤(Arizton)에 따르면 2020년 시장 규모는 95억달러(10조4547억원)로 전년 대비 80%의 성장률을 보였다. 또한 2020-2025년 동안 원격의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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