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자국 문화라고 우기는 중국의 ‘김치 공정’이 이제 한국에 대한 막말로 번졌다. 기존에 ‘김치는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하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한국을 대놓고 공격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  (픽사베이 이미지)
▲ (픽사베이 이미지)

중국 공산당 기관, “韓 자신감 없어서 싸우는 것”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정법위)는 13일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인기 유튜버) 리즈치의 김치 만들기가 한국 누리꾼들의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다 : 최초를 만든 중국은 싸워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의 김치 관련 게시글 갈무리)
▲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의 김치 관련 게시글 갈무리)

정법위는 게시글에서 “한국은 김치 수입량의 99%를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한국 언론조차 ”우리가 김치 종주국이냐“고 외칠 정도”라며 “(한국이 김치 문제로) 사사건건 다투는 불안감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자신감 부족은 의심하게 만들고 각종 피해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썼다.

이어 정법위는 외교부 사례를 들며 자국은 한국과 달리 문화적 자신감이 크다며 ‘셀프 아부’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1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김치의 기원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 방면에 논쟁이 있느냐”며 “나는 잘 모르겠다”고 피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법위는 “(김치가 한국 전통 음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웃을 수 있는 건 진정한 문화적 자신감과 힘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김치는 중국의 반만년 찬란한 문화 속에서 구우일모(九牛一毛)와 같은 한 터럭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문화재를 보호하고 중화민족이 수없이 '최초'를 만들어 낸 창의적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도 썼다.

中 아나운서 “소국이 대국에 무례하게 굴면…”

▲  “소국이 대국에 무례하게 굴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말한 중국 아나운서
▲ “소국이 대국에 무례하게 굴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말한 중국 아나운서

중국 방송인도 김치 문제를 두고 한국 비난에 가세했다. 13일 중국 랴오닝 라디오의 아나운서 쭈샤(朱霞)는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만약 김치가 만찬에 나오면 초대받은 손님이 ‘내가 손님이 아닌가’라고 화를 내며 그냥 갈 수도 있다”며 김치를 하찮은 음식이라고 깎아내렸다. 또한 한비자의 말을 인용해 “소국이 대국에 무례하게 굴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면서 “모르면 책을 읽어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해당 영상을 본 중국 누리꾼들은 쭈샤의 발언에 동조하고 있다. 영상 댓글 중에는 “한국은 김치 절임 기술이 부족해서 냉장고에 보관해야한다”, “서울에 갔을 때 과일과 고깃값이 너무 비싸다는 걸 알았다. 일 년 내내 김치만 먹을 수 있는 게 당연하다”, “산둥성은 앞으로 한국 김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안타까운 점은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작은 나라의 무지를 보여준다는 것” 등의 댓글을 달며 한국 비난에 나서고 있다.

▲  (중국 유튜버 리즈치 영상 갈무리)
▲ (중국 유튜버 리즈치 영상 갈무리)

이러한 비하와 무시는 앞서 문제가 된 중국 유튜버 리즈치(李子柒)의 영상과 관련돼 있다. 구독자 1400만명을 보유한 리즈치는 지난 9일 올린 영상에서 한국 방식으로 김장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영상 해시태그에 ‘中國美食’(중국음식), ‘中華傳統文化’(중국전통문화), ‘Chinese food’, ‘中国风’(중국풍) 등의 단어를 사용해 한국 누리꾼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것에 발끈해 중국 공산당 기관부터 방송인, 누리꾼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김치공정’, 억지 주장에 불과해

▲  (장쥔 유엔(UN) 주재 중국 대사 트위터 갈무리)
▲ (장쥔 유엔(UN) 주재 중국 대사 트위터 갈무리)

현재 중국의 ‘김치 훔치기’는 전방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 관계자가 김치 공정에 나선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3일 장쥔 유엔(UN) 주재 중국 대사는 트위터에 김장한 사진을 올리며 “겨울 생활도 화려하고 즐거울 수 있다”며 “한 가지 방법은 직접 만든 김치를 맛보는 것”이라고 적어 논란이 일었다.

중국 언론도 ‘김치 공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쓰촨성에서 유래한 절임 채소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표준 인가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중국의 김치 산업이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이 받았다는 ISO 인증 문서에는 김치가 아니라 파오차이(Paocai)로 표기돼 있다. 게다가 ‘해당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억지 주장을 한 것이다.

이미 한국 김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상태다.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한국 김치를 국제 표준으로 채택한 바 있다. CODEX 국제식품규격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준 및 규격 등을 규정한 식품 법령이다. 따라서 중국의 파오차이가 오히려 김치보다 20년 늦게 국제 표준화에 나선 셈이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환구시보의 기사를 ‘오보(false report)’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BBC 기사 갈무리)
▲ (BBC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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