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비트코인 시장이 최근 불안한 조정기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지난 9일과 10일은 투자자들에게 공포의 주말이었을 텐데요. 4700만원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틀 간 400만원 이상 하락했기 때문이죠. 이어 12일엔 3800만원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이후 일부 회복이 이뤄졌으나 4000만원대 언저리에서 힘겨운 가격 방어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최근 40% 이상 급등하며 축제 분위기였던 시장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한 차례 폭락 후 상승세가 꺾인 비트코인 차트 (자료=코인마켓캡)
▲ 한 차례 폭락 후 상승세가 꺾인 비트코인 차트 (자료=코인마켓캡)

업계에선 다양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1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압력이 높은 가운데 테더(USTD) 이슈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빠르게 상승한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높아지던 중, '스테이블 코인계의 비트코인' 테더에서 임의로 가격을 조정됐다는 혐의가 터지자 그 불안 여파가 비트코인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대형 채굴자들에 의한 조정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유명 가상자산 애널리스트인 조셉 영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자포지션지수가 201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며 "과거 전적을 비교하면 이 시기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조정을 받았다"고 말했는데요.

해당 지수는 비트코인이 채굴자들의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비율을 측정하는 수치입니다. '고래'에 속하는 그들이 비트코인을 팔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이기도 하죠. 다만, 조셉 영도 아직은 시장이 전반적 강세장이므로 하락 여파가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추측이 나왔으나 우선 주목할 점은, 단기 급등이 길어질수록 반대로 급락으로 이어질 잠재적 요소들도 점점 커져간다는 점입니다. 또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종반부를 향해 다가가며 세계 경제가 새롭게 개편되어가는 이 시기, 정세 변화에 취약한 비트코인 투자에도 계속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11일 <씨엔비씨(CNBC)>에 출연한 골드만삭스의 한 관계자는 "현재 비트코인 시장 내 투자자금 중 기관의 비중은 여전히 1%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기관이 진입해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기관들이 투자를 확대하거나 추가로 뛰어들지 않는 이상 성장 동력이 저하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또 월가의 증시 강세론자인 에드워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회장도 최근 100% 급등한 나스닥 지수와 2021년 새해 초에만 30% 이상 오른 비트코인 가격 모두를 "엄청난 거품이 낀 것"이라며 "하반기 경제 재개와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고평가된 자산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반대로 여전히 상승장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올해만큼은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허가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까닭인데요. ETF를 통해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에 포함될 경우 그 상징적 의미로 인해 비트코인 가치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보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일 뿐, 그 향방에 대해선 아직 누구도 속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 외에도 몇몇 눈길을 끄는 소식들이 전해졌습니다. 먼저 핀란드 정부는 2016년 몰수한 비트코인 판매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른 수익률은 무려 100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판매는 세관이나 브로커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며 수익은 전액 국고로 귀속될 예정입니다.

다소 안타까운(?) 소식도 있습니다. 지난 12일 <가디언>은 미국인 프로그래머 스테판 토마스가 비트코인 지갑 비밀번호를 분실하는 바람에 비트코인 7002개를 날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습다. 그는 과거 비트코인이 널리 알려지기 전, 가상자산 홍보 영상을 제작해준 대가로 해당 비트코인을 받았는데요. 문제는 너무 오래 방치한 끝에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겁니다.

▲  가상자산 하드월렛은 해킹에서 안전하지만, 도난이나 비밀번호 분실 시 복구가 어렵다 (사진=Legder)
▲ 가상자산 하드월렛은 해킹에서 안전하지만, 도난이나 비밀번호 분실 시 복구가 어렵다 (사진=Legder)

비트코인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은 중앙 운영 주체가 없고 익명성이 강조되는 특성 탓에 지갑 비밀번호를 잃어버리거나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비밀번호가 일종의 '마스터 키'와 같은데 한번 잃어버리면 해당 지갑의 주인임을 입증할 방법이 전무하므로 영영 찾을 수 없게 됩니다. 현재 8번의 비밀번호 입력 실패를 겪은 그에겐 이제 단 2번의 기회만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10번의 비밀번호 입력이 모두 틀릴 경우 그의 지갑은 완전히 암호화돼 다시는 풀 수 없게 됩니다.

또 지난 17일 영국에선 한 남성이 수천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이 보관된 하드디스크를 실수로 버리는 바람에 쓰레기 매립지에서 이를 다시 파내고 싶다는 요청을 시에 냈다고 하는데요. 시는 비용과 매립지 오염 등의 문제를 들어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는 가상자산을 물리적 드라이브에 보관하는 것이 해킹에는 안전하지만, 관리 부주의로 인한 손상·분실에는 대단히 취약함을 잘 나타낸 사례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