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참여가 크게 줄었다. 자동차 업계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이들의 미래차 전략을 들여다 볼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참가한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선보인 미래 전략만으로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고자 하는 미래 방향성은 뚜렷이 제시됐다는 평가다.

GM과 FCA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 그리고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UAM(도심형 항공모빌리티)을 미래차 전략으로 제시했다.

단연 눈길을 끈 건 UAM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경우 이미 상용화 돼 있고 곧 상용화를 앞둔 상황이지만, UAM 사업에 대해선 구조·환경적 기반 미비 등으로 단기 내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  출처=현대차그룹 유튜브 영상
▲ 출처=현대차그룹 유튜브 영상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CES를 통해 글로벌 메이커 중 가장 먼저 선보인 미래차 전략이다.

UAM은 전기 추진 기반의 수직이착륙(eVTOL : electric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이 가능한 PAV(개인 비행체)를 활용해 활주로 없이도 도심 내 이동을 가능케하는 것으로, 도시화로 장시간 이동이 늘고 교통 체증이 심해지는 문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미래 혁신 사업으로 꼽힌다.

당시 CES 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UAM을 "하늘길을 활용해 '지상의 혼잡한 교통 정체로부터 해방과 누구나 이용 가능한 '비행의 민주화'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며 "UAM을 오는 2028년부터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UAM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선 많은 의구심이 제기됐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법규 및 제도 마련 뿐만 아니라 뛰어난 기술력과 사회적 수용 여부도 중요하기 때문에 UAM의 현실화에는 많은 시간과 제약이 따를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실제로 칼레니우스 회장-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그룹 이사회 의장 겸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그 해 'CES 2020' 기조연설자로 나서 "현대차의 UAM 사업을 시기상조"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 글로벌 메이커들은 이번 CES 행사를 통해 UAM 사업 진출을 잇따라 선언했다. UAM의 실현 가능성을 앞당김은 물론 자동차 업계의 본격적인 UAM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  GM의 개인용비행체(PAV) 콘셉트 'VTOL'
▲ GM의 개인용비행체(PAV) 콘셉트 'VTOL'

이번 행사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난  GM은 수직 이착륙 도심형 모빌리티 컨셉 기체(Vertical Take Off and Landing·VTOL)를 공개하며 UAM 사업을 본격화했다.

VTOL은 90kWH 전기 모터로 구동하고 프로펠러가 4개 달렸다. 최대 속도 시속 55마일(89㎞)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탑승 인원은 최대 2명으로, 크기가 작고 기동성이 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는 데 용이하다. 여기에 승객의 생체 신호 감지로 기내 온도나 습도, 조명, 주변 소음 등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마이클 심코 GM 설계 책임자는 "GM은 전기와 자율 기술의 발전을 통해 개인 항공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세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VTOL은 시간이 가장 중요하고 편리함이 가장 중요한 그 순간을 위해 고안된 개념"이라고 언급했다.

GM은 VTOL의 구체적인 출시 시기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의 정체성을 적용, ‘고급 에어택시’로 개발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래 모빌리티에 있어선 다소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탈리아·미국 합작 자동차 업체 FCA도 UAM 시장에 가세했다.

FCA는 CES에서 미국의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개발업체인 아쳐(Archer)와 협업을 통해 UAM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FCA와 아쳐는 세계 최초 완전 전기 항공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쳐는 세계 최초로  e-VTOL 모빌리티를 추진한 업체로, 현재는 한번 충전 시  최대 시속 약 235km, 최대 96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최대 5인승의 수직 이착륙 플라잉카를 개발 중에 있다.

아처는 우선 올해 상반기 안으로 2인승 도심형 기체의 시험 비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FCA의 대량 생산 능력을 활용, 2023년에는 본격적인 대량 양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  출처=삼정KPMG 경제연구원
▲ 출처=삼정KPMG 경제연구원

글로벌 메이커들의 잇단 UAM 시장 진출은 바로 성장성 때문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지난해『 하늘 위에 펼쳐지는 모빌리티 혁명, 도심 항공 모빌리티』라는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을 기점으로 UAM을 사용하는 승객이 빠르게 늘면서 2050년에는 이용액이 전 세계적으로 4억 500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2040년엔 UAM을 이용한 출퇴근 노선이, 2050년엔 광역권 도시 간 이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글로벌 컨설팅 업체 델로이트도 미국 eVTOL 방식 UAM 시장이 2040년 177억 달러(약 20조461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25년 34억 달러(약 3조9300억원)에서 2030년 57억 달러(약 6조5892억원), 2035년 68억 달러(약 7조8608억원)로 지속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UAM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면서 UAM 사업에 뛰어드려는 글로벌 메이커들의 움직임이 점차 분주해지고 있다.

GM과 FCA 외에도 일본 도요타가 지난해 미국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스타트업인 ‘조비 애비에이션’에 3억9400만달러(약 4600억원)을 투자하며 UAM 사업을 시작했다. 독일의 다임러AG 는 ‘볼로콥터’라는 e-VTOL 업체에 투자했고, 포르쉐는 보잉과 아우디는 에어버스와 함께 UAM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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