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휴대폰 사업 철수 여부 검토에 들어가면서 토종 휴대폰 제조사는 삼성전자만 남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과거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팬택을 필두로 KT테크, SK텔레시스 등이 경쟁을 펼쳤다. 애플이 지난 2009년 스마트폰 '아이폰3GS'를 국내 시장에 내놓기 전까지 국내 피처폰 시장은 토종 제조사들의 각축장이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LG전자의 '싸이언', 팬택의 '스카이', KT테크의 '에버', SK텔레시스의 'W' 등이 토종 제조사들의 대표 피처폰 브랜드였다. 5개 사업자들의 피처폰이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면서 토종 제조사들이 국내 휴대폰 시장을 주도했다.

▲  LG전자의 피처폰 '싸이언'(사진=다나와 홈페이지)
▲ LG전자의 피처폰 '싸이언'(사진=다나와 홈페이지)

하지만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3GS가 국내 시장에 등장하며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상황은 바뀌었다. 애플이 아이폰3GS을 내놓자 삼성전자가 7개월 후인 2010년 6월 갤럭시S를 출시하며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가 주도했다. LG전자는 옵티머스 시리즈를 시작으로 G시리즈와 V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지속 내놓으며 애플과 삼성전자에 도전했다. 팬택은 아이언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KT테크는 테이크, SK텔레시스는 리액션 스마트폰을 내놨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가 1년에 1~2개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스마트폰의 사양을 높여가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은 하나둘씩 경쟁에서 뒤쳐졌다. 스마트폰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강력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운영체제(OS)와 앱 생태계까지 필요한 첨단 기술의 복합체였기에 인력, 자본력과 앞선 기술력 없이는 버티기 어려웠다.

결국 SK텔레시스가 2009년 11월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지 2년만인 2011년 9월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휴대폰 제조사업을 접었다. 이후 KT도 2012년 8월 계열사인 KT테크의 휴대폰 제조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국내 휴대폰 시장에는 모토로라·노키아·소니·HTC 등 해외 제조사들도 진출해 있었지만 존재감이 미미했다.

사실상 국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3개 사업자의 경쟁체제가 됐다. 팬택은 피처폰 시장에서 스카이 시리즈로 휴대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팬택은 베가·베가 아이언 시리즈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명맥을 이어갔지만 결국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2015년 쏠리드에 매각됐다. 쏠리드는 2016년 스마트폰 '아임백'을 출시하며 팬택의 스마트폰을 살려보려 했지만 결국 2017년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체제가 이어졌다. LG전자는 양사에 비해 점유율이 미미했지만 G시리즈와 V시리즈를 내세워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줄곧 출시했다. 하지만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회사의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말 기준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까지 쌓였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앞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다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게 된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을 선택하고 있어 LG전자의 스마트폰의 판매 비중은 적다"며 "무선 사업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게 된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보다 내수 시장이 큰 일본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소니·샤프·후지쯔·교세라 등이 내수용 스마트폰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은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현지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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